[바낭] 친구를 만났어요

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야무지고 당찬 모습이 보기 좋은 친구지요.

친해서 그런지 이야기하다가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약간 격해질 때도 있고 하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그때마다 저도 모르게, 조금 직설적으로 얘길하게 되어서 요즘엔 만나면 자중하려고 하긴 하는데..

오늘도 이야기 하다가 개인적으론 전혀 공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잠깐 들었던 이야기의 요지는,

'한량'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자신하고 딱 맞는다면서 말이죠.


저도 그래서 셔터맨이 제 꿈이라고 얘기했죠.

맞장구도 쳐주고 솔직히 어느쪽이든 능력이 있으면 나쁠 게 있나 싶어서요.

그리고 한량으로 살려면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식의 얘기를 했죠.


근데 이 말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핀트의 얘기처럼 들렸나봐요.

자신이 되고 싶은 걸 '돈'으로 치환시키니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겠고요.


아무튼 '돈' 얘기를 듣더니 잘 노는 것도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영어'도 배워야 하고, 춤도 출 줄 알아야 하고, 음악도 좀 알아야 할 거고..


전 또 이 말을 들으니 노력이란 말로 자신이 되고 싶은 걸 포장하는 기분이 드는 겁니다.

물론 노는 것도 노력을 하면 더 '잘' 놀 수 있겠지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노는 것만큼 노력의 필요성이 적은 일도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블라블라 막 말을 하려다가 또 격해질까봐 그러려니 했는데요.

말하고 싶은 걸 참으니 참 기분이 찝찝하네요. 다음부턴 그냥 말해야겠어요.

    • 돈이 있어야 한량도 되죠...돈이 있어야 놀고...
    • 한량의 핵심은 (한자로도 알 수 있듯이) 시간 여유잖아요. 하루하루 밥벌이를 해야하는 보통사람이 낼 수 없는 정도의 시간 여유는 있어야 한량이 되는 거 아닌가요? 제일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평일 최소 8시간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여유는 한량의 충분조건인 것 같은데요. 격해지지 마시고 "돈 있는 사람" "잘 노는 사람" 등등의 집단을 밴다이어그램으로 설명하면...
    • 생계를 제쳐 두고라도 노는데 동이 안 들 수가 있나요? 취미를 배우는데도 수강비나 재료비 들고 어쨌든 사람이 움직이면 다 돈인데..



      저도 잘 놀기 위해 돈들여 기술 배워요. 앉아서 숨만 쉬는게 아니라면 뭐라도 해야 노는 거라고 하지 않을까요.
    • 음...저도 워너비 한량인데,
      제가 생각하는 한량은 돈 없어도 없는 만큼 즐기는 한량이라...
      그렇다고 친구분 말씀대로 '노력'이라는 어휘랑 한량이 어울리는가...하면 제 생각엔 별로 안어울리는 것 같고...
      저는 한량=보헤미안=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등치를 놓는데...뭐 정의야 다 각자 나름이겠죠.
      근데 가치관 내지 삶의 목표 등등등을 놓고 굳이 싸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ㅋ
    • 자신이 되고 싶은 걸 포장하는 건 좀 당연한 것 같은데
      왜 이걸 따지고 싶은지 잘.. 주제넘지만 뭔가 다른 거슬리는 게 있을 거 같아요;;
    • 유용하게 잘 노는법은 일단 환경탓이 큰것 같구요..(가령 정말 잘 노는 부모님이나 친구를 옆에 둔 경우)
      잘 노는 사람도 은근히 드물어요. 혼자놀든, 같이 놀든간에 잘 노는것도 능력입니다.
      근데 구지 돈이 필요조건은 아닌것같아요.
      똑같은 돈에 똑같은 시간을 줘도 진짜 재미나게 노는 사람들은 있거든요.
      그리고 지인들을 보니까...노는데도 능력 필요합니다..
      자기가 뭘 해야 정말 재미나게 놀수있는지 아는 사람 별로 없어요..
      자기가 뭘 해야 행복하고, 좀더 짜릿하고, 황홀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안다는건 그만큼 자기한테 관심이 많은거겠죠.
      자존감 높은 사람 별로 없잖아요. ㅎㅎ
    •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어떤 얘기를 할 때 서로 좋게 타협을 한 적이 없었네요. 서로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우긴 적은 많았어요. 그래서 괜히 저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제가 주로 듣는 입장인데 그것과도 상관이 있는 걸까요.
    • 앗 오타네요. 수정! 노는데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 위에 달아주신 댓글이 다 공감이 되고, 제가 시야가 좀 좁다는 거 하나는 잘 알겠네요. 아. 그 친구는 자존감이 굉장히 높고, 저는 좀 낮은 편입니다.
    • 왠지 알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있어요, 약간 그랬다 안 그랬다 하는 사람도 있고. 아, 복잡하네요, 전 그냥 입다물고 있는 게 잘 안돼요. 근데 그게 다수랑 관계유지하는데 나은 것 같아요;
    • 저도 그런 친구 있고, 있었어요. 이런친구의 존재를 깨달은건 11살때의 일로... 친해질땐 분명 코드도 엄청 잘 통하고 뭐든 잘 맞는다 생각하며 친해졌는데. 친해지고 나서 잡담을 하다보면 계속 어긋나는 말만 하는거에요. 그 친구가 무슨말을 하고싶은지는 알겠는데 계속 '나는 그렇게 생각안해' 내지는 '그건 아닌것 같은데'라고 반응하고 싶어지는...

      다른 친구랑은 그렇게 부딪힐 말 안하고 다른 이야기 잘하는데, 유독 어떤 친구랑은 별거아닌 잡담을해도 그런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의견충돌이 생기더라구요.

      미스테리에요...
    • 각자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다른 사람이 맞다 틀리다 할 필요가 없지요. 망하건 잘되건 지 인생입니다.
    • 돈 없다고 못 노는거 아니고 돈있다고 잘노는것도 아닙니다.
      기백만원을 들여가며 술집에서 놀아도 돌아서면 입이 씁슬할때가 있고, 그저 가위바위보로 한시간을 때워도 잘놀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기도 하니까요.

      다만 놀때 남에게 피해가 안가게 잘 놀기를 바랄뿐입니다.
      대책없이 먹고 마시고 누가 내겠지... 하는 심정으로 놀거나
      대차게먹고 대차게 뻗어서 남들 힘들게 하거나...
      괜히 설치고 놀다가 남들이랑 시비붙어서 골치아프게 하는거... 그건 한량이 아니라 양아치죠.

      뭐 어찌됐던, 지인생 지맘대로 살라고 하세요 한량이되던 다른 뭐가 되던 말이죠.
    • 저도 어바웃 어 보이의 휴그랜트의 삶이 꿈입니다.
    • 친구가 패가망신하게 생긴 거 아니면 그냥 응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요 저는. 다들 제가 아는 만큼은 물정 아니까요. 터무니 없는 소릴하면 친구니까 허무맹랑한 소리 뱉으면서 스트레스해소하는 거겠거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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