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독서모임] 숨 쉬러 나가다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은 조지 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 입니다.

고~고~



꼬랑지 1. 다음 책은 책을 읽으신 분들 중 첫 댓글을 다신 분께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꼬랑지 2. 여는 글을 항상 성의 없게 매우 매우 짧게 쓰는데.. 댓글도 없는데..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면 뭔가 죄지은 기분이.. 하하하; 죄송합니다.

 

꼬랑지 3. 링고님께서 느슨한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들을 모아서 올려주고 계십니다. http://theme.userstorybook.net/1552/   이렇게 보니 참... 잡다하군요. 하하하;;

 

꼬랑지 4. 오웰 아저씨가 은근히 책을 많이썼단 말이죠.. 에잇 이렇게 된김에! 하고 「나는 왜 쓰는가」 하고 「코끼리를 쏘다」 도 사버렸는데 아직 읽지는 못 했습니다. 뭐 언젠간 읽겠죠;;

    • 아 오늘이 화요일이었군요!!!!! 블로그에 썼던 독후감.


      마흔 다섯.
      살집이 제법 있고, 생활비로 잔소리를 해대는 - 공짜라면 닥치는 대로 뭐든 하고야 마는 - 부인과, 잘 때 빼곤 예쁜 구석이 없는 자식을 둔 보험회사 직원 조지 볼링.
      많지 않은 나이에, 틀니가 속을 썩이던 바로 그 날 주머니에 챙겨놓은 17파운드로 일탈(coming up for air)을 꿈꾸다.

      어렸을 때 (사춘기가 오기 전) 의 기억이라면
      누구나 어느정도는 미화되고, 잊고 싶은것은 모두 기억 저편으로 넘어갔으며, (지금 돌이켜보면 시시하지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 행위 - 조지 볼링의 경우엔 낚시 - 들에 대한 환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지 볼링이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조지 볼링은 8살 소년이 아니었고
      25년전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일것이라는 착각이었다.

      나름대로 완벽한 계획을 세운 뒤 떠난 일탈여행은 그렇게 조지에게 실망과 탄식뿐이었다.


      몇해전이었던가,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
      (조지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졸업한 초등학교에 갔더니 운동장은 왜 그렇게 조그마하고, 철제 놀이시설들은 왜 그렇게나 낡고 시시한 것들 뿐이었는지.
      졸업한 중학교는 앞이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온갖 건물이 다 들어서있는데다 (예전의 그 넉넉했던 풍경이 다 사라졌다)
      졸업한 고등학교 문구점은 왜 그리도 초라하고, 저녁시간에 즐겨먹었던 비빔만두집은 사라지고 없었다!

      기억은 기억으로 남았을 때 아름다운 법이다.
      첫사랑 그녀에게 왜 이렇게 나이가 들고, 추해졌냐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 이번책은 카탈로니아 찬가처럼 진도가 쭉쭉 나가진 않았어요. 너무 빨리 책을 읽고 끝내버렸나 하는 생각을 잠깐. 그리고 앞으로 독서모임 책은 당일치기로 읽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

      참 그리고 페이지를 적어놓지 않았는데, "꾀가 났다" 에서 꾀를 꽤 로 썼더라고요. 딱 한번 뿐이었지만 잠깐 혼돈이 왔었습니다.
      내가 알고있던게 틀렸었던가 하고.
      • 오타는 저도 몇 개 본 기억이 나는데(힐다를 힐라라고 적었다든가), 그런 실수 말고는 이한중씨 번역이 거슬리는 점 없이 깔끔하고 좋았어요. 거의 매 페이지마다 꼼꼼하게 각주를 달아주셨던 게 저한테는 참 유용했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한겨레출판에서 이 분이 번역하신 조지 오웰 3부작(숨쉬러 나가다, 나는 왜 쓰는가,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 다 마음에 들어요. 책날개의 역자약력을 보니 작년에 이 모임에서 읽었던 <리아의 나라>도 이 분이 번역하셨네요.
    • 드디어 첫 댓글이!! 이제 마음 편히 써봅니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가난한 소시민인척하더니 뭐 이렇게 자의식이 강해' 라고 투덜댔어요.. 그래서 잘 안 읽혔는데..
      주인공의 어린시절, 성장과정 이야기는 술술 잘 읽히더군요.. 그걸 읽고나니.. '아 이 주인공이 왜 이런지 알것같아.. 이건 꼭 듀게에서 한참 이야기하던 교양 속물 같은 느낌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 맞아요. 중반 이후 뒤로 갈수록 주인공이 말도 많고 생각도 많죠, 정말! 주인공을 아무리 평범한 보험판매원으로 설정해놔도, 결국 지적이고 예민한 작가 조지 오웰의 모습이 나오는구만 싶었어요. ㅎㅎ
    • 저만 잘 안읽힌게 아니었군요. 유난히 책을 오래 붙들고 있기가 힘들더라고요.
      자의식이 강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에 비교해 볼 때 어렸을 적 (좋은 추억만 가지고 얘기하니까) 이 너무 황홀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 잠깐 '우리 남편에게도 휴가 같은걸 줘야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전..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이지만 일주일 정도는 필요 없을것 같아요.. 제 수준에서는 한나절 정도?
    • 전 남편에게 휴가보다는 비상금을 줘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ㅎㅎㅎㅎㅎㅎㅎㅎ
      일주일이나 쓸 수 있는 17파운드가 지금 시세로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한테 그런 돈이 생긴다면 뭘해볼까 잠깐 생각했었어요.
      전 2박 3일 서울 여행이나 갔다올까 했죠.
    • 꼬랑지4./ 6편의 소설과 수백편의 에세이를 남겼지만 한국에 번역된 것은 4편의 소설과 에세이집 2권뿐이고, 이 소설의 번역자 이한중씨가 책 후기에서도 말하듯이, 오웰은 한국에서 <동물농장>과 <1984>로만 기억되는, 다소 '얼어붙은' 작가인 것 같아요.
      저는 요근래 두달반?석달? 정도의 기간동안 이 독서모임을 통해 오웰의 대표작 두 권 이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제가 기존에 갖고있던 유명작가 오웰의 이미지를 버릴 수 있게 되서 좋았어요. 대단한 마초에 반전이나 평화주의쯤은 진짜 우습게 여기는 독설가지만, 저한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감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작가가 되어버렸어요.
    • 저는 책은 있는데 한 장도 못 읽었어요. ㅠㅠ

      물 밑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상황이라 책 읽을 여유가 없네요.

      오웰은 저 혼자서 느슨한 독서모임 순서를 따라가야 할 것 같아요. ㅎㅎ
      • 얼른 숨쉬러 나오실 수 있기를요.:-)
        "커다란 바다거북이 열심히 사지를 저어 수면으로 올라가 코를 쑥 내밀고 숨을 한껏 들이마신 다음, 해초와 문어들이 있는 물밑으로 다시 내려오듯" 말입니다.
    • brunette / 제 경우에는..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1984나 동물농장 만을 읽었을때는 범접할 수 없는 천재 대작가 뭐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는 조금 더 어떤 식으로 이 사람의 사고 방식이나 세계관이 구축되었는지 그런 것들이 다가온달까요.. 더 인간적인 느낌이지만 천재 대작가같은 카리스마적인 '제 주관적인 느낌'은 사라져서 조금 아쉽달까 ㅎㅎ 그런 면도 있네요.
      한편으로는 막 안타깝기도 한게... 고생도 너무 많이했고.. 밑바닥 생활이니, 전쟁이니... 이렇게 신념을 따라 사는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 네, 저도 그렇더라구요. 책들마다 여자 묘사해놓은 것 보면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고(이 소설에서도 힐다와 그녀의 친구들 묘사해놓은 것 보면 여성혐오 쩔잖아요), 저는 카탈로니아 찬가에서도 이 사람이 좀 편파적인 면이 있다고 봤거든요. 게다가 평화주의 씹어놓은 글 같은 거 읽으면 진짜 뭐야~ 싶은데(그러나 읽다보니 그의 논리에 납득되고 말았다능-_-;;), 그런 약점들과 한계를 보니까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세계문학전집 속에 박제되어 버린 옛날 작가가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웃기고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요. 언젠가 기회되면 Collected Essays라는 4권짜리 조지 오웰 수필집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가 영화평도 50여편이 넘게 썼다고 하네요(생계유지 차원에서).
        고생 많이 한 건 안쓰럽죠. 그 폐병도 잘 못 먹고 춥게 지내고 하면 도지는 병 아닌가요? (아닌가? 담배를 그토록 피워대서 그런 건가.. 카탈로니아 가서도 담배담배 하는 것 보고 징했음) 그렇게 여러번 폐병 재발되고 하면서도 런던 부랑자 숙소건 파리 밑바닥이건 위건 탄광지대며 카탈로니아며 다닌 거 보면 참.. 조지 오웰이 만약 21세기 한국에 산다면 기륭전자 파업에 참가했다가 재능교육 농성장 갔다가 평택 쌍용차투쟁에 갔다가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 희망버스 타고 갔다가 제주 강정에 내려갔다가 여의도 광장에 나갔다가... 뭐 그러고 있을까요. 기륭시위 현장에서 다친 발을 여전히 고질로 끌고 다니며 지금은 감옥에 있는 송경동 시인 생각도 나네요.
        • 그런데 한편으론 부러 자기학대에 가깝게 살다간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특히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 같은 책은 식민지 경찰관 생활을 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 및 자학이 낳은 결과물로 보여요. 위건에 르포쓰러 갔을 때도 원래는 독립노동당 당원이자 탄광전기공이었던 분한테 깨끗하고 값싼 하숙집을 소개받았었는데, 오웰이 굳이 취재를 위해 그 동네서 가장 불결하고 후진 내장요리집 2층에 옮겨가 2주일 지낸 거라고 하구요. 저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를 읽을 때 조지 오웰이 위건 지역의 상황을 다소 선정적(혹은 선동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그 지역 사람들은 오웰이 묘사한 자신의 마을모습에 기분나빴을 것 같아요.
    • 저는 <동물농장>은 물론이고 <1984>보다도 이 소설 <숨쉬러 나가다>가 더 재밌었어요. 앞의 두 소설은 도식적이고 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물론 같은 이유로 쉽게 읽히고 특히 청소년들한테 각인되기 좋을만한 작품들이라고 보지만), 이 소설은 대표작들에 비한다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더 세련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숨쉬러 나가다>를 읽고 났더니, 아직 번역되지 않은 나머지 두 소설, 조지 오웰이 초기에 썼던 <목사의 딸>과 <엽란을 날려라>도 보고 싶더라구요. 오웰이 그 두 작품은 오직 돈벌 목적으로 쓴 거라며 재출간하지 말라고 유언까지 남겼다는데, 작가가 숨기고 싶어해서 그런가 왠지 더 보고싶어짐. 이 책의 199쪽에 조지 볼링의 아내의 친구로 나오는 민스양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목사의 딸>도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민스양 : 옛 사회가 남긴 유물. 중산층의 특별한 부산물. 성직자 아버지가 생전에 딸을 꽤나 억눌렀다는 사실이 온몸에 배어있다는 느낌을 주는 존재. 집을 탈출하는데 성공하기 전에 시들시들 할머니가 되어버리는 여성들-- 운운한 묘사들요) <엽란을 날려라>는 작가를 지망하는 가난한 중류가정 남성의 이야기라 하구요.(<엽란을 날려라>의 "주인공 고든은 부모와 커피집에서 노동한 누이의 희생으로 삼류 사립학교를 나와 광고 회사에 일시 근무하나, 지금은 고서점에서 일하며 시를 쓴다"는 사람이고, "정상적인 급여 생활자가 되고자 하는 유혹과 싸우면서 자신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나 결국 시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박홍규 <조지 오웰> 참조)
    • Shena Ringo / 주석을 보면 주급 7.5파운드가 연봉 환산 3600만원 정도라고 했으니.. 같은 계산법이면.. 157만원 정도?
      저라면 일단 방을 하나 구해서 잠을 잘것같아요.. 한 오후 2시정도까지.. 늦잠꾸러기인데 아이 낳은 뒤로 이정도의 늦잠을 못자서 아쉽거든요. ㅋㅋ
      뭐 이런 단순하고 육체적인 욕구라니;;
    • 실제로 이 주인공처럼 '숨쉬러 나가'보신 분은 안 계신가요?

      백만원 정도로 지리산같은 곳에서 열달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집을 구할 수도 있죠. 저는 3부 3장에서 조지 볼링이 탈주(일주일 간의 짧은 탈주지만)를 시작하면서 '그들'로부터 쫓기는 느낌을 받았다는 부분, 공감했어요. 맨 앞줄에는 부인이, 그 뒤에는 아이들이 있고 이런 류의 여행을 인정하지 않으며 가능하다면 나를 제지했을 모든 사람들(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린 듯한 기분, 알아요. 결혼한 사람이라면 으례 연례행사처럼 예상되는 휴가철에 그렇고그런 가족휴양지를 가족들과 떠날 것이지, 왜 중년남성이 남몰해 한적하게 일주일을 지내러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너무나 잘 이해하면서도 그런 탈주를 막으려고 온갖 수를 다 쓰는 사람들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제가 기존의 것과 다른 선택과 판단을 내렸을 때 가해지던 시선들이 떠올랐어요.
      • 전 남들이 막는다기보다 스스로 느낄 죄책감 같은것 때문에 떠나지 못할것 같아요. 제 스스로의 한계랄까... 한나절 정도는 가능하고 실제로 가끔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주일은 어려워요.. 아이도 아직 어리고.. 어찌보면 운이 좋은걸 수도 있겠죠. 한나절 정도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압박만 받고 있다는 거니까... 배우자가 일주일 정도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해는 할것 같아요. 하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운함 같은 것도 있을것 같긴해요..
        • 저는 어린 아기 데리고 가출 자주 했어요.^^ (이젠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신혼여행보다 더 좋구만"하면서 아이 데리고 서울,경주, 제주도, 지리산 등지를 떠돌았어요. 저도 운이 좋았죠. 전업주부여서 시간여유가 있었고, 남편이 비록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울며겨자먹기로라도 그 정도 여행경비를 댈 수 있었으며, 주변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는 튼튼한 신경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저도 그런 식의 "숨쉬러 나가기"의 최대 기록은 한달 반. 그 이상 되니까 이혼의 압력이 부부 모두에게 느껴져서 그냥 짐싸서 돌아왔어요.
    • (조지 오웰 팬들은 다 어디 가시고.. 게시물을 혼자 사용하고 있자니 참 민망하구만요;;)

      저는 1부 1장에 묘사된 주택금융조합 이야기나 2부 10장에 나오는 힐다와의 결혼생활 단상들 같은 것도 참 잘 썼다 하면서 봤어요. 삼사십대 여성주부의 우울한 이야기나 그 나이 또래 남성들이 바람피는 이야기 같은 건 많아도, 이렇게 아내와 아이들의 지갑 역할을 하는 온순한 젖소가 바로 나라고 자조하는 사십대 남성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은 옛날 소설 중에는 물론이고 요즘에도 드문 것 같아요. 가정생활과 부인, 아이에 대해 이렇게 신랄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주인공, 저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해있는 젊은 남녀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상대방을 오인한 채로 결혼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결혼 후에야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고는 놀라워하고 통탄에 빠지는지 그러다 결국엔 익숙해지게 되는지 써놓은 것에도 공감했어요. '여자가 살해당하면 언제나 남편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것만 봐도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진심을 알만하다'고 냉소하면서도, 한 여자와 15년을 살다보면 그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워진다면서(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면 더더욱), 아무리 자기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해도 얼굴없는 자신을 상상하기는 또 어려운 법이라고 얘기하는 것에도요. 지나치게 신랄하고 잔인한 감도 있지만, 오웰이 연애와 결혼이란 주제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파악하고 있었구나 싶어요.
      '벨르 뷔(아름다운 전망)'이라고 불리는 조그만 벽돌집을 구하기 위해 뼈빠지게 일하는 소시민들의 9할은 그 집을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지만, 실은 그런 주택단지 전체가 '신용주택금융조합'의 소유이며, 적정가격의 두배를 받아먹는 거대한 사기의 일부라고 지적하면서, 주택금융조합이란 것의 신상을 세운다면 그 것은 양성의 신일 거라고-상반신은 최고경영자고 하반신은 임신한 아내의 형상을 한- 적은 부분 읽으면서는 과연 글발 쩐다!고 감탄.
      •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이 만나 결혼 생활하는 부분에 대한 묘사가 저도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저랑 남편의 경우 사실 경제적으로는 엇비슷한 계급이면서도 배경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랄까.. 그런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남편은 교사 집안이고.. 제쪽은 따지자면 실업가? 소설속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긴한데.. 제 경우 경제적으로는 별 차이없는 집안이지만.돈에대한 가치관이랄까 그런건 좀 다르다고 느껴져요.. 물론 집안 분위기 차이 이외에 성격적인 부분도 있겠지만요.. 여하튼 그런 부분에 대한 묘사가 저에게도 설득력있고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 잠깐 딴 짓 하고 오느라..죄송해요.
      brunette 님이 인용하신 그 문장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진심-부인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듦) 부분을 읽으면서 참 솔직하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거의 대부분의 부부가 그런 착오를 겪으면서도, 참아내며 사는거겠죠.
      • 이 소설에서는 남편이 부인을 경멸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고 결혼과 양육에 대해서도 상당히 냉소적으로 접근하지만, 이렇게 불편할 정도로 가정생활전반의 이면을 까발리는 편이 괜히 연애나 결혼에 대해 얼척없고 낭만적인 얘기나 늘어놓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봐요.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이 정도 수준의 관찰을 한 사람이라면 신뢰할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조지 오웰은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나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사회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을 가차없이 비판하던 그 기세로 남녀관계를 들여다보고 계시는 듯. 어찌나 신랄하신지! @.@
    • 저는 이제 5시간 후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다음주 책 하나 추천하고 가도 될까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 하고 갑니다.
      아직 쪽지가 되는지 어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역시 듀게에서 요즘은 뜸하신 Jek모님(^^) 추천으로 산 기억이 있는데, 아직 읽진 못했습니다.
      • 혹시 쪽지가 안돨지도 몰라서.. 목요일쯤 게시판에 올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올려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모양새를 벗어나고파서.. ㅎㅎ
        • 알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은 아내(내지는 여자)에게는 그래도 조금 관심이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참 무관심하지 않나요? 오웰 자신은 입양한 아이가 있었고 부인이 죽었을때 다른 사람들이 파양할꺼라고 생각했는데도 의외로 아이를 계속 키웠다는 이야기도 있는걸 보면 아이에게 그리 냉정한 사람은 아닌것도 같은데 말이죠. 오늘 게시판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도 관련있지만.. 아이를 헌신해서 키우는게 혹시 최근의 일이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 그러게요. 주인공이 자기 아이들 얘기는 거의 안 하네요. 그래도 책 처음에 나오는 묘사가 워낙 진해서(아빠가 화장실만 들어가면 그 앞에 서서 나오라고 쟁쟁대는 아들래미, 뭐랄까 애 키워본 사람이라면 대략 공감할만한 '왜 하필 이런 때니!?' 상황이죠) 저는 그런 줄도 몰랐네요. 그런데 2부에 보면 어린 소년들 이야기와 사립기숙학교 이야기를 하잖아요. 자전적 이야기라서 자연스럽게 나온 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성장기나 학교문제 등에 대해서도 작가가 따로 관심을 갖고 발언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그래서 아이한테 냉정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인상은 못 받았어요)
    • Shena Ringo / 링고님도 좋은 밤 되세요.. ^^ 컴퓨터와 모바일을 오가는 중이라.. 여기저기에 댓글을..
    • 가령, 지빠귀 둥지에서 어린 새들을 꺼내 돌 던지고 짓밟는다든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들을 넣으면서 우리는 "작고 잔인한 괴물"이었다고 하잖아요. 네, 그런 부분들 보면 인간이 원래부터 폭력적이었고, 요새는 그나마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씩 발달하면서 인권이나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할 수 있게 된 거 아닌가 싶어요. 사립학교 시절의 학교폭력 얘기하면서 작가가 "불쌍한 윌리(다소 모자라고 약해서 급우들로부터 따돌림과 집단폭행을 당했던 아이)는 결국 보호시설에 가서 살아야 했다"고 적은 부분은(99~101쪽),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섬찟하기도 해요. 학교폭력 수위에서 놀랐다기보다, 저는 그런 폭력을 조지 오웰이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이야기하는 게 놀라웠어요. 학교폭력이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학업스트레스와 경쟁으로 인한 거라는 식의 분석을 많이들 하지만 실은 이게 원초적인 걸 수도 있겠다, 조지 오웰이 다녔던 이튼스쿨 같은 사립기숙학교나 조선시대 성균관에서도 종종 일어났던 폭력이고, 서양의 중세나 고려시대, 삼국시대 등등으로 더 거슬러올라가 보면 그때는 학교폭력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자체가 주변의 폭력에서 살아남는 것에 집중됐던 시절 아니었겠나, 그에 비하면 요즘은 그나마 폭력에 대해 사람들이 인식하고 민감해져서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더 발언하게 된 거 아닌가, 폭력발생빈도가 실제로 증가했다기보다는 수면 아래 이미 상존하던 폭력이 드러나는 거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조금은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은..대전에서 자살한 여학생의 급우가 또 투신자살한 날에 희망 운운하자니 참 뭣같지만, 하여간 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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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쪽. "상류계층 출신들과 섞여 지내는 동안, 나는 그들이 사립기숙학교에서 받았던 끔찍한 교육훈련을 도저히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 교육 때문에 그들은 반편이가 되거나, 평생을 그것에 반항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우리 계층의 소년들, 즉 소매상과 농민의 아들들은 (상류 계급 아이들처럼 완전 애기는 아니어서) 그렇지 않았다."

      109쪽. "실상은 아이들이 전혀 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작고 잔인한 동물일 뿐이다. 어떤 동물도 아이들의 4분의 1만큼도 이기적이지 않다는 점만 빼놓고 말이다. 어린 사내아이는 초원이나 숲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경치를 바라보는 법도 없고, 꽃 따위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맛이 좋다든가 하는 게 아닌 한,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알지 못한다. 무언가를 죽이는 것! 그게 소년들이 도달하는 시심에 가깝다."
    • brunette/ 폭력에 대한 그 부분은 제 생각도 같아요. 오늘날의 상황이 학교 폭력의 양상을 변화시킨 부분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애들이라도 사람끼리 모아놓으면 목가적일 수만은 없다고요.
    • 이번 모임 주제 책은 도서관에 없어서 읽지 못하고 저는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있는 중인데요.(다 읽지도 못했어요 ㅠㅠ) 시간순으로 에세이가 나열되어있어서 중간중간 다른 조지오웰의 에세이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부분이 나오더라구요. 지적이고 예민함. 조지 오웰에게 정말 딱 어울리는 단어네요. 에세이의 대부분은 스페인 내전과 2차세계대전 즈음에 썼던 에세이가 주류인데 생각보다 잘 안읽혔어요. 제가 얼마나 관련지식이 없고 무지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중간중간에 그 주제에서 약간 비껴간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그럴때마다 조지오웰의 통찰력과 묘사력과 수려한 글쓰기에 놀랐지요. 이를테면 별것 아닌 장미덩굴을 사서 심은 이야기를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같이 얽어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에겐 읽기 어려운 (하지만 그것이 조지 오웰의 본질에 가깝겠지만) 전쟁과 관련된 에세이들 보다는 이런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의 세심한 통찰력으로 묘사해낸 에세이들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초반에 읽은것 중 기억에 남는 구절 하나 남겨두고 갑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이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겠어요 ^^

      P.74 그런 생각을 하면 피가 끓을 듯하건만, 인간의 곤경 때문에 그러는 경우는 잘 없다. 나는 지금 사실에 대한 논평을 하는게 아니라 사실을 지적하는 것일 뿐이다. 옆집에 사는 피부색 짙은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등이 다 벗겨진 당나귀를 보고서 안쓰러워할 수 있지만, 장작더미 밑에 웅크린 노파가 눈에 띄기라도 하는 건 우발적인 사고에 가까운 것이다.
    • 호레이쇼/ 예, 이 소설의 주인공이 회상하는 십구세기말 이십기초엽 아이들도 전혀 목가적이지 않더라구요. 제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그때도 죽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기사에는 그저 학업성적비관으로 나왔었죠. 그러다 언제부턴가 자살원인으로 우울증이 종종 거론되더니 요즘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등의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에 기사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예전보다는 더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 초코/ 저도 그 에세이집 다 읽는 데 오래 걸렸어요. 일부러 천천히 읽은 게 아니라, 열심히 읽는데도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더라구요. 저도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어려웠어요. 그래도 읽고나면 재밌고 생각도 여러모로 해보게 되죠. 처음에는 빨리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짧은 글들이어도 그 속에는 작가의 생애가 들어있기 때문에, 게다가 조지 오웰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경험하고 행동했던 사람이라, 평범한 독자인 제가 따라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게 당연하다 싶기도 해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음미하듯 읽으면 될 것 같아요. <나 좋을 대로>란 글에 나오는 장미덩굴 이야기는 저도 참 좋아해요. <물속의 달>이나 <리어, 톨스토이, 어릿광대> <간디에 대한 소견> 등도 재미있게 읽었구요. 문학적,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않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글이라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조지 오웰이 열다섯 살 무렵에 옆집 살던 제이신사 버디컴이라는 친구에게 쓴 시 한편 적어볼께요. 시인은 심각한데 되게 웃겨요.

      마음으론 이미 결혼했으나, 우린 너무 어려
      이 시대의 관습에 따라 결혼하기에는
      부모들 울타리에 가두어진 채
      저녁 끼니를 벌고자 노래할 뿐
      세월이 지나 중세의 숲이 푸르를 때
      갓난애들은 약혼을 했고 그 식은 간단했지
      사랑과 한탄에 찬 로미오를 기억하라
      저 불행한 연인들을 -로미오는 열넷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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