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 볼 때마다 이해가 안되는 점(혹은 웃기는 점)...
1.
선거철이 다가오니 현역 의원들이 의정보고서를 많이 보냅니다. 열심히 했으니 재선시켜달라 이거겠죠. 그런데 어느날 집에 두 명의 국회의원으로부터 보고서가 왔습니다. 한 명은 지역구 의원이었고, 한 명은 비례대표인데 지역기반이 이쪽이었지요.
양쪽을 비교하면서 읽으니 이건 뭐... 웃깁니다. 18대 국회 임기 중에 동네에 일어난 좋은 일은 다 자기가 한 걸로 해놨네요. 어느어느 학교 시설 정비에 10억을 끌어왔다, 어느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를 놨다, 어디에 체육관을 짓기로 했다 등등. 그렇다보니 정말 똑!같은 일을 두고 서로 자기가 했다고 우기는 현상도 있습니다. 한 역할도 같아요. 주무부처 장관 및 실무자들과 만나서 부탁하고 압박해서 예산 얼마를 배정받기로 약속했다 뭐 이거죠. 거짓말이라고까진 할 수 없을지 몰라도... 확실히 본인 피알을 할 때는 얼굴은 두꺼워야해요.
2.
만약 어느 공직자가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동네에 내가 친한 부부의 아이가 이번에 대학 졸업반인데, 모 공사에 시험쳤다고 하더라구. 사장한테 전화해보니 불합격인데 예비 10번이래. 내가 사장한테 사바사바 좀 했지. 그래서 결국 예비 1번으로 바꿨지. 그래서 붙었잖아."
이거랑 이거랑 많이 다른가요?
"우리 동네에 지하철역 있잖아. 시설이 너무 후져서 개보수를 해야되는데 서울메트로 사장한테 전화해보니 예산 안에서 내부에서 정한 순서대로 개보수중인데 우선순위 30등이라고 하더라구. 내가 사장한테 사바사바 좀 했지. 그래서 우선순위 3등으로 올려놨고 그래서 작년에 결국 개보수 됐잖아."
"동네 하천 정비에 돈이 많이 필요한데 구청에 예산이 없다고 하더라구. 근데 내가 또 시장 최측근이잖아. 시장은 거의 본인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교부금이 있거든. 그거 나한테 달라고 앵겨붙어서 받아왔지. (물론 그 결과 다른 동네의 어떤 중요한 사업에 교부금이 못나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음)"
어떻게 된게 의정보고서 내용의 80% 이상이 "내가 장관이랑 친해서..." "내가 대통령 측근이라..." 아니면 "내가 국감때 장관을 개박살을 내면서 압박해서..." 결국 우리동네에 돈을 땡겨왔다는 겁니다. 근데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되는 국가 행정에서, 우리동네 관련 사업이 우선순위가 되고, 없던 예산이 생겼다면, 이건 분명히 어딘가에 쓰일 예산을 뺏어왔다는 뜻이 됩니다. 이걸 자랑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요?
3.
국회의원의 직무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국회는 입법부입니다. 법안을 직접 만들거나, 행정부에서 만들어 올린 법안을 심사해서 통과 혹은 부결시키는 것이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그런데 의정보고서를 읽어보면, 법률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법 이야기 줄줄 늘어놔봤자 아무도 이해 못할 것 같아서 그랬겠거니 생각은 드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입법부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자기가 한 일을 보고서로 만들어 올렸는데, 법 만든 이야기는 없고 2.에서 묘사한 것처럼 행정부를 압박하거나 읍소해서 돈 끌어왔다는 이야기로만 가득하면,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참... 이래서야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입법기관으로 볼까요? 그냥 동네 민원 해결해주는 로비스트, 말이 좋아 로비스트지 양아치로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