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빡세어라 동토 출장...

성격이 유하고 천성이 우아한 지라, 태공은 삼겹살과 소주의 주지육림이 흐르고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음주가무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친한 친구들과는 그래도 즐거울 수 있지만,  회식, 비즈니스 미팅 혹은 접대와 연결이 되면 정말 곤욕스러웠죠. 어느정도 짬밥이 생기면서 생긴 특권 중 가장 좋았던 것이 회식에 가서 억지로 술을 먹을 필요도, 먹일 필요도 없고, 접대성 행사도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회피기술을 발휘하거나 아예 방향을 틀 수 있게 된거죠. 네, 저는 생긴거 답지 않게 우아한 된장남이에요.


그런 제게 이번 출장은 정말 시련입니다. 첫날 24시간 비행끝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풀어 놓자마자 납치를 당해서 보드카로 다음날 새벽까지 고문을 당했습니다. 밤이 깊었으니 우리 청소년들은 그만 집에 가서 자야, 키도 자라고 내일 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저의 화려한 설득은 그야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더군요. 너, 한국 사람 아니냐. 소주나 보드카나 그게 그거 아니냐. 한국 사람이 왜 못 마셔. 정 못 마시면 옆의 소파에 찌그러져 자고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런 기분 처음이야. ㅠㅠ


저, 밤 10시면 기절하듯 잠이 들어 새벽 네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란 말입니다.  아무리 우아해도, 존심상 도전을 거절하진 않는다며 토닉을 탄 보드카를 한모금 마시고 졸다가 다시 한모금 마시고 졸면서 새벽 6시가 될때까지 버텼습니다.  이 친구들은 스트레이트로 보드카를 쉬지않고 들이키고 있습디다. 사람 불러다놓고 자기들끼리 왠 수다는 이렇게 많은지......


취기와 졸음으로 9할쯤 넋이 나간 저를 호텔에 부려놓은 이 악마들은.... 잠시 눈을 붙이고 있으면 다시 데리러 오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데리러 오거나 말거나. 소박한 침대가 그렇게 좋아보일 수 없더군요. 그래도 한 다섯시간은 잤나 봅니다. 열두시가 되어 허기와 두통때문에 잠이 깼습니다. 그리고 데리러 왔다는 전화가 거의 동시에 왔죠.  저를 잡으러 온 친구가 "아직도 살아있네? 안 죽었으니, 일차 테스트는 합격."이라며 낄낄 웃더군요. 허허허, 어이가 없어서.  "니들은 불합격이다 이 놈들아"라고 했더니 더 웃어요. 농담아닌데.... -,.-


그리고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 회의가 이어졌어요. 동토의 흔한 일과라고나 할까? 저녁은 가볍게 먹었습니다. 속이 뒤집어졌으니 해장국 생각밖에 안나서 수프만 하나 시켰는데, 고기로된 애피타이저만 열가지를 추가로 주문하더군요.짐승같은 넘들.


호텔에 데려가기 전에 오늘은 정말 딱 맥주 한잔만 하자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안 간다고 해봐야 소용없다는거 이제 눈치 깠거든요. 그래도 약속은 잘 지켜요. 맥주 한잔만 먹었어요. 2000씨씨인지 3000씨씨인지 저그로 한잔. 허허허. 시계를 보며 보며, 한잔을 겨우겨우 다 마셔가는데, 맥주 한잔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냐고 꼬시더군요. 오케이, 거기까지. 저그를 아예 옆 자리로 던져 버렸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침대로 무너지듯 쓰러진 시각이 새벽 두시 조금 넘었던 것 같아요. 잠이 깬건 네시반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우하하. 평소에 일어날 시간이 맞긴 맞죠. 이게 습관인지 시차로 인한건진 뭐... 잘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눈은 뜨고 인터넷도 보고... 책도 좀 보려고 하고.... 오늘 회의를 준비도 해야하는데....... 허허허.... 머리가 정지했어요.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어. 호텔방에서 오전중에 몇가지 작업을 해야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나요.


네.... 몸과 마음이 평온스럽게..... 하애요.


집에 가고 싶다. ㅠ.ㅠ


나가사끼 짬뽕.

    • 지금 위치가 러시아인가요? 고생하시네요
    • 어젠가 네덜란드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힘내세요.
    • amenic/ 넹...
      폰타/ 두시간 후에 데리러 오는데, 그때까지 강연 자료를 만들어야 해요. 핫핫핫
      링고님/ 네덜란드는 스쳐지나가는 곳이었지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ㅠㅠ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은근히 즐기고도 있어요. 저는 우아한 된장매저키스트남이거든요. 허허
    • 보드카는 러시안 스탠다드가 맛있더군요. 얼려서 젤리 상태로 된 걸 먹으면 캬아아아아! >_< 아, 아니 맛있다고 하는 걸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후다다닥)
      + 쪽지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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