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잡담들.
* 아래 management라는 유저분의 글을 보며, 제가 나꼼수에 대해 우려하는게 뭔지 다시한번 되새김질 하게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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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저 유저분께서 곽노현교육감사건에서 사퇴를 주장하던 사람들을 근본주의자라고 매도하던...아니, 뭐 또 이상하게 발췌했다느니 얘길 들을바에야 그냥 전문을 링크하죠.
전 이 글에서 근본주의라는 단어가 참 재미있더군요.
굳이 이 유저분이 아니더라도, 진보진영을 가리켜 입진보니, 근본주의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나꼼수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진보를 향하던 비난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말입니다. 전 실제 정치에서도 정치를 위한 정치, 권력을 위한 권력들은 경계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을 획득하고 권력을 쥐어야만 현실을 바꿀 수 있으니 일단 잡기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야한다는 명제말입니다.
얼핏보기엔 그럴싸한 현실분석처럼 보이지만, 그런 현실분석이야 말로 '변신'을 부추기고, 멀쩡하던 정치인이 꼴통이 되는 것을 합리화하는...말하자면 하나의 좋은 핑계거리였죠.
그리고 하는일은? 좀먹어 들어가기죠.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선 괴물이 되어야한다? 순진한 생각이죠.
이런 비유로만 따진다면, 덕분에 괴물이 추가되었으니 괴물을 물리쳐도 괴물은 죽지 않은 샘입니다. 괴물이 사라지지 않는 무한을 반복하는거에요.
어쩌면 링크된 근본주의 이야기속에 글쓴분이 의도치않았던 답이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대한민국 정치가 이모양 이꼴인건 결국 사람들이 자기 신념에 충실한게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기 때문이라고요.
진보나 이런 맥락의 이야기들을 근본주의라고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근본주의'들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원칙과 도덕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는게 아니라, 원칙과 도덕을 정략의 도구로 사용하는 정치가 중심이 되었고, 그렇게 타협을 추구한 자들이 사고를 일으키고, 그 결과 끌려내려오거나 서서히 침몰했죠.
굳이 근본주의를 이야기한다면 권력을 추구한다는 차원의 권력근본주의만이 존재했을뿐,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일부 사람들이 입진보라고 비아냥거리는 진짜 원칙이나 도덕가치들이 중심이 된적은 없어요.
국가 레벨의 정치레토릭이 아니라도, 이는 일상적인 회사나 학교와 같은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나꼼수의 역기능, 혹은 나꼼수가 가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고, 경계하고 있을까요.
절반의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전 나꼼수의 역기능을 알고있는 사람들이 나꼼수식의 정치공학이야기들에 설득당하는 걸 경계하진 않습니다.
다만, 원칙을 신경쓰지 않고 권력지향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나꼼수를 핑계삼아 그것을 더욱 합리화 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할 뿐이죠.
*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이와는 별개로 김어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네. 전 김어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황박사건때 그가 보여준 포지션, 그리고 지금까지도 별반 바뀌지 않은 그의 성향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황박의 헛소리를 신봉했다느니, 이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전 단기간의 경제성장을 이룬 개발독재국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부정적 가치관들이 종합선물세트마냥 공존하던게 황박사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참 놀라웠습니다. 기성가치관들에 비판적이던 딴지일보라는 이미지와 결부되니 더더욱 놀라웠죠.
차라리 그가 기성정치인이라면, 위에서 제가 그토록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정치공학적 차원'에서라도 이해했을꺼에요. 하지만 그는 정치인이 아니었죠.
결정적으로, 김어준은 지나가다가 슬쩍 황박에 대한 옹호나 쉴드 비스무리한 말을 하는게 아니라, 황박을 둘러싼 여러 현상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그가 보여준 논리와 태도는...권력을 가지지 못했을 뿐 기성가치관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그는 정봉주를 비롯한 다른 진행자들도 있다지만 나꼼수를 비롯, 닥치고 정치 등의 책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나꼼수를 듣긴했죠. 시간이 흐르고 사람은 변한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더군요.
그는 여전히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원칙이라고 통용되는 것을 과감히 무시하고, 그렇게 무시하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위한 유효하며 유일한 전략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황박과 차이점이 있다면, 현재의 한국 정치상황이 다수의 사람이 분노할만큼 좋지 못하니 그 주장에 조금 더 힘이 실리고, 그런류의 주장이 감당해야할 리스크;추후 황박마냥 일이 꼬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겠죠.
* 내놓은 식혜가 다 식었군요. 먹고 잠들면 방광이 터질것 같겟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