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님의 뒤늦은 명복을 빕니다.

 

 

 

 

 

오늘 길을 가다가 우연히 가판대에 꽂힌 한겨레를 봤습니다. 민주화 큰 별이 지다.. 이런 헤드라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이 있던가 이러며 무심히 지나가다가 얼마 전 시사인에서 김근태 의원님이 투병중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몸을 돌려 황급히 가판대로 뛰어가 한겨레를 보는데, 정말 1면에 김근태 의원님의 사진이 있더군요... 아 정말 그 순간 너무나 먹먹했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눈 앞에.. 하지만 다시 굳건히 일어나실 것 같던 분이 이렇게 역사 속으로, 그것도 이렇게 조용히 사라져가시다니...

바로 포털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인의 말로는 포털이나 기사들도 그 분이 졌던 짐에 비해 짧고 짧았다는 말에  더욱 서러웠습니다.

그래서인지..누군가는 그건 좀 아니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두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보다도 더 슬프고 충격적이고 헛헛했습니다..

 

돌아가신 날짜가 12월 29일. 오늘이 12월 31일. 제 때 그 죽음을 알지 못하고, 제 때 명복을 빌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어

괴로운 마음에 차갑고 건조한 길 한복판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포털에서 김근태를 검색하니 사망이라는 단어가 뜨네요.

어떻게 이렇게 낯설고 허망할 수가 있는 건가요.

 

문득, 민주화에 몸 바쳤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역사 속 한줌으로 사라져가는 걸 말없이 말있이 방관하면서, 

대체 우리는 누구를 더 기억하려는 드는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문으로 인해 마음껏 연설하고 걸을 수 없었던 그 사람에게 연설력이 부족하다며 손가락질하는 세상을 내버려둔 저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화가 납니다..

그 사람을 뉴타운 같은 거지같은 공약과 그걸 내건 신지호 따위에게 지게끔 이 세상이 흘러가게 둔 저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심지어 눈 감은 그 순간까지.. 어느 미친 사람이 빈소에서 난동 부리게끔 한...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김근태를 그런 식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데 과연 우리 그 누구의 책임도 없었던걸까요.

그냥 그 미친 여자 혼자의 정신분열일리가 없어요.. 생각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습니다..

그러기엔 그런 미친 인간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니깐요..

왜 그런 인간들이 활개치개끔 내버려두었던걸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내 힘이 부족하다 어떻다  이건 다 핑계일텐데...

 

사람이 살아가는 길 과실이 없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정자였던 만큼 김근태님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한 논박이 없을 수 없겠지만,

하지만 저는 그저 오늘 이 순간, 당분간은 다만 김근태 의원님을 민주화의 산 증인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그게 그 분이 이룬 길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그 분들이 몸 바쳐 뿌린 씨앗으로 다져진 이 민주주의에 피 한방울 보태지 않은 채 뻔뻔히 살고 있는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부디 가시는 길 헛헛하고 춥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 前세대, 우리 세대, 그리고 우리의 뒷세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오랫동안, 똑바로, 기억할 것입니다. 

앞으로.. 앞으로 우리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너무나 깊이, 죄송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54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6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90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5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3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9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3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30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41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8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91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