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식은 왜 그랬을까

뭐 문부식이 워낙 유명한 사람은 아니니 보통 사람들은 그저 진보신당에도 꼰대가 하나 있구나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 저는 이 뉴스를 보고 약간의 충격을 먹었어요.

하필 문부식일까. 문부식은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80년대 운동권의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지만, 이후 그의 전향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지요. 


운동권 내부에서는 문부식을 신지호 같은 사람보다 더 나쁜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이유는 그가 당대비평에서 발표했던 글들, 즉, 소위 우리안의 파시즘론 때문이에요. 그는 국가주의나 어떤 대의의 이름들로 개인들을 사라지게 하고 그들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힘에 주목했지요. 그래서 그는 당시의 독재자들 뿐 아니라 학생운동안에서도 그렇게 국가주의적 파시즘에 의해 내면화된 어떤 폭력적인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어요. 제 나름대로 다시 해석하자면, 이 사람이 얘기하고자 하는건 사실 당시의 독재체제를 이끌던 사람들이나 김문수 같은 사람들이나 내면적으로는 비슷한 사람들이다. 맹목적 근대화와 권력을 둘러싼 욕망들 그런 것들이 내면화되어서 마치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동전의 양면이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했던 사람들이지요. 김문수, 신지호 같은 사람의 존재와 최근의 김문수의 닭짓은 어쩌면 그러한 그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좋은 근거들이고요. 


이 분이 어떤 연유로 진보신당의 대변인이 되었는지, - 아마 홍세화 대표체제가 되면서 개인적으로 신뢰관계가 있어서 데려간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해요 -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어찌보면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었던 우리 운동 조직들의 꼰대들에 대해서 가장 비판적이었던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이해가 안가요. 이건 마치 맨발의청춘님이 김문수 통화 내역을 여러번 반복 청취하신 후에 소방관들은 아무 잘못 없고 FM대로 했다고, 그들이 오히려 다른 얘기를 했다면 실망했을거라고 얘기를 했다가 갑자기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녹음을 들어보니 이 소방관들이 전화예절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 거랑 비슷한 상황이에요. 


개인적으로 이 분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분의 실제 성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글로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실제 생활은 80년대 운동권들의 어떤 일상적인 권위주의가 뿌리깊히 박혀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이 분의 행위는 그동안 글로만 알고 있던 그의 주장과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아니 철저히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라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네요. 

    • 그 주장의 정당함과 그 주장을 하는 개인의 인격은 별개인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양자간이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 물론 그렇긴 한데요. 예를 들자면 이 경우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이 알고보니 도박중독 뭐 이런게 아니라, 모피에 반대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모피업체 사장 뭐 이런거니까요.
    • 푸네스 / 제 생각에는 이 경우에는 개인의 꼰대성, 폭력성등 개인의 인격적 결함이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좀더 본능적인 것을 비유로 드는게 이해하기 쉬울듯 합니다. 모피에 반대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 모피공장을 운영하지야 않겠지만, 그런 사람이 충동적으로 예쁜 모피코트를 구입할 수 있겠죠. 결국 이 경우는 그 주장의 윤리성이나 타당성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인격적 결함이 드러난 것이겠죠.
    • 그럴 수도 있을거에요. 근데 이 사람에 관한 글이나 본인이 쓴 글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도무지 그런게 드러날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 아마 제가 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만큼 인정욕구가 억눌려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저도 우리 안의 파시즘 시리즈를 당시 남자친구랑 열심히 읽었던 사람입니다. 파라파라님처럼 이해하려고 하지만 환멸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환멸이 먼저 느껴지시는군요. 저는 의아함이 먼저 느껴지는데. 혹시라도 환멸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가 지금까지 했던 발언들마저 모두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래야겠네요.
    • 환멸은 문부식씨 개인에 대한 느낌이고요, 그 시리즈는 문부식씨말고 다른 학자들도 쓰지 않았던가요? 기억이 가물거리는군요. 그리고 우리 안의 파시즘 같은 주장들은, 그때야 완전히 새로웠지만 지금은 확산 내지는 체화되었죠. 그 주장=문부식씨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저 정도 세대 혹은 그 연배 이상의 사람들뿐일걸요.
    • 문부식과 한양대 임지현 교수가 앞장섰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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