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119, 소방헬기, 도지삽니다

김문수 도지사님이 119에 전화를 걸어서 "도지삽니다"라는 말만 여덟번 반복했고, 전화를 받은 소방교와 소방사는 인사조치 되었습니다. 119로 전화를 걸었을 때 관등성명을 밝혀야하는 게 근무수칙이라면 전화를 받은 소방교와 소방사는 업무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잘못이지만, 김문수 도지사는 시스템 자체에 도전을 하고서도 전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사회는 은근히 권위적인 사회입니다. Hofstede의 power distance를 재보면 의외로 높지요. 하지만 그 power distance는 인간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복종입니다. 앰뷸런스에는 차를 비켜줘야하고, 경찰의 몸에 손을 대면 안되고, 911에 장난전화를 걸면 안됩니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앰뷸런스가 달려올 때, 미국에서는 앰뷸런스가 달려오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더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건 지켜야만 우리 모두가 더 잘 될 수 있다고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문수 도지사는 응급회선으로 개인 용건을 전하고는 아직도 문제가 뭔지 모릅니다. 김문수 도지사는 응급회선으로 걸어선 안될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회적 약속을 깼습니다. 2008년 6월까지 93회에 걸쳐 소방헬기를 타고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 다녀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출판기념회가 긴급한 도정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문수 도지사는 "판단은 우리가 한다"며 거기에 대한 반성이 없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소방헬기나 119는 국가 시스템의 것이지 도지사의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위급상황에 써야하는 시스템까지 도지사가 내 것인양 남용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권력가진 사람일 수록 시스템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지, 국민들도 합의된 시스템에 대해 존중할 수가 있습니다. 시위를 할 때 경찰의 몸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서, 본인들은 소방헬기나 119 회선을 남용한다면 누가 국가 시스템에 대해 존중할 수가 있겠습니까. 군인, 경찰, 소방사는 보수적인 사람들일 수록 형식적으로라도 일부러라도 존중해줘야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도지사가 종에게 대하듯 대뜸 반말을 하면 안됩니다. "도지삽니다" 라는 말에는, 나, 이런 사람이니까, 시스템을 구부려서 나의 편의를 봐달라는 (응급라인으로 내 궁금증을 해결하겠다는) 뜻이 배어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시스템을 지켜야할 사람이 말입니다. 


게다가 나중에 전화를 받은 윤 소방교는 이름을 밝혔고, 도지사의 질문에 답한 것이긴 하지만 지위도 밝혔습니다. 이 사람은 뭣 때문에 인사조치되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만일 119로 전화를 걸었을 때 관등성명을 밝혀야하는 근무수칙이 있다면 그 근무수칙은 필히 고쳐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심근경색이 왔을 때에는 30초도 중요합니다. "안녕하세요 남양주 소방서 김민수 소방사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도 깁니다. 119입니다 정도로 짤막하게 고치는 편이 낫겠습니다. 

    • 괜히 친절 매뉴얼 만들어 서비스 교육 한다면서 119 대원들에게 저런 인사 시킬까봐 무서워요. 고객님, 사랑합니다는 114만으로도 벅차요.
    • 백프로 동감합니다. 원래 처음 받았던 분이 했던 "남양주소방서입니다." 이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1000% 동감합니다. 지 혼자 웃기고 자빠진 사람을 두고 자빠지는 걸 옆에서 구경한 사람도 잘못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얼탱이가 없었어요-_-
    • '남양주소방서입니다'도 길어요. '일일굽니다'라고 하기도 전에 급한 용건이 있는 사람은 이미 말을 하고 있겠지만요.
    • 멋진 정리입니다. 좋아요+2
    • 근데 인터넷 온라인과, 방송을 포함한 오프쪽간의 온도 차가 은근히 있어요. 나름 진보 쪽 의견을 잘 내고 있는 CBS 의 아침 방송 경우도, 오늘 기자나 진행자가 119 직원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언급을 적지 않은 톤으로 얘기하고 있거든요. 인사 조치를 취한 것은 도가 지나치지만 도지사가 재교육 지시 정도는 할 수 있었다는거예요. 지난 번 노인 취객 동사 사건을 초래한 것까지 언급하면서요.
      개인적으로는 응급을 요하는 업무에서까지 한 점의 티끌 없는 친절을 요구하는것이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만, 도지사의 주정에 가까운 헛소리가 정치 경력에 큰 지장을 주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동감입니다. 인사복귀는 당연한거고, 국가 시스템 남용에 대한 반성 및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건 전혀 없더군요. 도지사가 이따위로 하면서 무슨 근거로 만우절날 초등학생들한테 119에 장난전화하지 말라고 말할지 궁금합니다.
    • 저도 100% 동감!
      새벽 2시 47분님 댓글 읽으니 정말 그럴까봐 두렵네요. 저런 전화 응대 "헬로, 시드니"보다 더 무섭습니다;;
    • 소방서 장께서 이번 사건으로 인사조치하라는 도지사의 명령에 모르쇠하며 대신 긴급회선으로 사적인 용무를 위해 두 번이나 전화를 건 도지사에게 벌금을 물리는 일....을 기대하면 안되겠죠 (드라마라면 가능했을 거야...)
    • 저는 녹취록 들으면서 '김문수도지사 술취했었나' 했습니다. '나 김문순데' '나 김문수야''나 김문수도지사라고' <= 무한반복.. (얘 왜이래?!)
    • 속이 후련하네요.
      머리속에서 짜증만 치밀었는데 차분히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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