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전문직이란 거....

(제 직업에 관한 오해가 생긴 거 같아서 살짝 수정합니다)   

 뭔가.... 답답해요.

 

    제 직업은 축구 팀의 팀 닥터  같은 일입니다.  실제 직업은 팀 닥터와 비교도 안되는 후진 직업이지만,   

     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기여하는 건 같지만,   제가 속한 팀에서 저 혼자 성격이 다른 일을 하고

     또 제가 하는 일을 할 사람은 저 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후지긴 했지만 제 직업도 나름  특정한 훈련? 교육?을 받아야 하구요. 깨알만큼 어려운 시험도 봐야합니다.

  

    입사 직후 첫 월급은 일반직보다 많아 보일지 몰라도 조직에 속해 있으면 승진이나 출세에는 한계가 있어서 10년후를 내다보면 별로 좋은 조건도 아닙니다.   

   신입으로도 잘 안뽑아요. 경력자 뽑아서 가진 스킬 써 먹고 필요 없으면 버리고, 혹은 본인이 답답해서 나가는 게 패턴입니다.

   자영업(?)도 많이들 합니다만, 손바닥만한 시장에서 도토리 키재기 하느라 겉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배가 고프죠.    

 

   

     이게 좋을 때는 '우리 팀은 너 없으면 안돌아간다'고 애지중지 해주지만,

     반대로 나쁠 때는 소외감을 느끼죠.

      예를 들면 축구 선수들끼리 열심히 작전 회의 하고 있을 때 뭔 말인지 몰라 씁쓸한 소외감이랄까...

      우리 팀이 월드컵 16강에 들었을 때 '팀 닥터~ 고생했다'고 챙겨주기가 쉽지 않잖아요.

     대신 졌다고 '팀 닥터가 나빠서 졌다'라는 소린 안 듣는 것 같은 좋은 점은 있네요.  

 

     그렇지만 뭔가 주류 혹은 메인이 아니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제가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잘해도

     우리 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본업을 하는 멤버, 

     즉 축구팀의 축구선수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팀에선 우선시하고 챙기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일이 재미가 없어요. 

    좋을 때는 '전문직' 취급해주지만, 나쁠때는 '단순 작업' 취급을 당하구요. 그래서 만족도가 매우 낮아요.

    게다가 일의 질도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해 온 사람들끼리야 ABCDEF로 레벨을 나누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C위로는 다 비슷해 보인답니다.

   'A'정도의 산출물을 내도 C점짜리 냈을 때나 별반 반응이 안 다를 때면 좀 힘이 빠지죠...

    일도 창의적이라기보단,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새로울 것도 없고 어떨 때는 머리는 자고 있고 몸만 움직이는 것 같아요.

    뭔가 여러 사람과 협업하고 의견 조율하고 사람을 설득하고....하는 일이 아니라 개인 플레이, 개인작업이라 변수도 별로 없고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 직업이 바로 초등학교 때부터의 꿈이었어요. 소위 '전문직'으로 분류되서 나름 시험도 있고  한때 매스컴이 괜찮은 직업이라 띄워주기도 해서

    이거 하면 머리 무지 많이 쓰면서 재밌게 살  줄 알았는데...사실 '전문직'이란게  말은 멋지지만 뚜껑을 열면

 

    1. 자영업이 가능하고  2. 좁고 깊은 분야이고  3. 반복작업인데  4.그 반복 되는 '작업 방법'을 익히는게 처음에 좀 어려울 뿐.  5.졸업장이나 자격증 따지고...시험이 있는.

     인 것 같습니다.

 

     제 직업은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의 하찮은 거라 그럴 수도 있지만,  고소득으로 각광받는 변리사나 의사인 지인들도 똑같은 말을 하는 것에는 놀랐습니다.

   

      변리사: 특허 관련된 소송은 건은 80퍼센트가 다 비슷비슷한 사례라 심지어 인용하는 법조문도 항상 정해진 2,3개 밖에 안된다.

                    그 많은 관련 법 다 외운게 바보 같을 정도. 어떨 때는 외국어로 된 자료 번역하다 밤샌다.

 

     의사: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다 고만고만한 병이고 고만고만한 처방해주고 나면 하루 해가 진다. 학생 시절에는 꿈도 많고 패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지겹다.

               생활은 안정되지만, 내 자식들은 절대로 의사 안시킨다.       

 

    관련업계 분들이 보시면 속상하시려나...저에겐 너무나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만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걸 몇 번 경험해서 왠지 멋대로

    동지 의식을 느꼈죠.

 

 

    물론...알아요...마음 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흥분된 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축구 선수'들도 결국 '우린 수명도 짧고, 팀에서 잘리면 1인 축구 자영업 안되고,  몸 만들고 공차고, 몸 만들고  공차고의 반복이다'라고 

    충분히 불평 가능하다는 걸.

 

     그냥 오늘따라 더더욱 제가 다람뒤 쳇바퀴만 열심히 돌리고 살아와서 머리도 마음도 굳은 것 같아 푸념을 늘어 놓아 봅니다.

 

     회사의 일반적인 직군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왠지 마케팅이나 개발이나 연구직 , 기획 같은 보통의, 주류적인 회사일이 더 창의적이고

    멋질 것 같아요.  동료들과 협동해서 지지고 볶다가도 술 한잔으로 풀고 그렇게 신입 시절부터 보내다가 5년 10년 지나면 그 유대감은 굉장히 강하지 않을까...

    뭐 이런 오피스 드라마의 로망을 동경해 봅니당~.

 

 

  알아요... 그래도 세상 사는 건데 어딘들 쉽겠어요....

    • 창의적인 작업이 익사이팅하고 흥미롭고 일할맛 마구마구 나는 건 아닙니다.......그건 또 그것대로 스트레스 장난아니예요.

      지금 하시는일이 만약에 의학드라마 마냥 매일 드라마탁하고 위기감 넘치고 창의적인 힘을 발휘해야하는 일로 변한다고 생각해보시면 그건 또 그것나름대로 버티기 힘드실걸요. 누구나 다 자기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거죠..ㅠ
    • 동료들과 지지고 볶다가 술한잔으로 큰 쌈으로 번지고, 아무리 산전수전 같이 겪은 동기도 오늘보면 새로운 사람입니다. 업무도 마찬가지기획이건 마케팅이건 몇년만 지나면 다람쥐 쳇바퀴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사는데는 다 같아요. 포기했습니다. 포기~
    • 남의 떡이 맛나보이죠ㅋ
      전문직 아닌 사람은 나름 안정된 밥그릇을 부러워하는걸요.
      그리고 나름 변리사가 됐든 의사가 됐든 다른 전문직이 됐든 자기 직종 안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 한때 크리에이티브(라고 다들 말하지만 다시 말해 제작부) 직업 중 인기를 누리던 직업을...6개월만에 그만뒀습니다;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경력이죠. 그래서 말 안합니다ㅎㅎㅎ
      난 창의롭지 않은데 왜 매일 아침마다 내 뇌를 업그레이드해야 되는긔.. 전 단순 사무직이 맞는 것 같아요.
    • 오오 축구팀 팀닥터라 뭔가 유니크하고 좋아보였는데 그런 애환이. 있을수도 음.


      뭔가 축구선수의 꿈을키우다 어떤한계로 이루지 못했으나 축구팀의 닥터로서 함께한다라면? 역시 드라마퀸같은 소리겠군요;;;; 축구선수 워너비가 은행원인것 보단 팀닥터인게 좀 더 아름다운? 구성이라.





      각설하고 직업을 즐긴다는건 역시 뻘소리군요


      변리사가 실은 번역가라는 얘긴 저도 익히 들었습니다 불쌍해요 그들 대부분 원래 공대생이잖아요-_-;;; ⓑ
    • 로컬법인을 들어가면 좀 더 재미있어 지죠
    • 반갑습니다. ^^ 저는 팀닥터가 될 수 있는 과정을 하고 있는 ?@.@ 현재는 그냥 일반 의사죠 .하하
      이곳이 좁아서 사실 한다리만 건너면 알 것 같은 분이긴 한데, 그래도 팀에 속해 계시다니 부러워요.
      막상 팀에 속해서 일하고 계신 분들은 흔치 않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스포츠의학이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환경도 그렇고, 인식도, 재정도,
      저는 아직 시작도 안해서 인지 배우는 게 즐겁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그렇습니다 ^-^
      그래서 더욱 반갑다는^^ 자주 인사해요 >.<
    • 음? 글쓴분이 팀닥터라고 하신건 비유로 하신 말 아닌가요?
    • 동료들과 협동해서 지지고 볶다가도 술 한잔으로 풀고 그렇게 신입 시절부터 보내다가 5년 10년 지나면 그 유대감은 굉장히 강해졌는데 나도 모르는 이유로 '팽' 당해요.
    • 직업이라는게 다 그렇죠 머....
      초딩5학년때부터 하고 싶어던 전문직을 하고 있는데.... 매우 창조적인 일이라고 다들 생각하기 마련인 디자인분야입니다. 그것도 공간.환경 디자인이요. 이 일도 좀 오래 하니까 단순반복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초기에 컨셉잡고 아이디어 스케치잡는 정도가 조금 가슴 설레이는 정도랄까? (하지만 그마저도 하면 할수록 무덤덤해져야 능률이 오르고 쉽게 쉽게 풀어가기 때문에 너무 에너지를 소진하면 바보가 됩니다. 시간이 돈인 직종인지라)
      결국 그렇게 번 돈으로 무엇을 하고 사느냐가 본질인거 같아요.
    • /그림니르, 크림 역시 만만치 않은 세계군요... 사실 저도 동경만 하고, 창작과 창의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두려워 막상 못 뛰어들 것 같아요. 그냥 그걸 이겨 내는 능력자 분들이 부러워요.
      /i don't care, ravia 헉. 그렇군요. 전 '공채'로 들어와서 사수 밑에서 배우다가 부사수 데리고 다니고 가끔 '동기'끼리 술 드시는게 부럽더라구요. 저도 첫 직장은 나름 '공채' 비슷하게 들어갔는데...동기들 만나려면 최소한 기차에서 심하면 비행기 타야했다는...ㅠ-ㅠ
      /dragmetothemoon, 빛, 폴라포 님 죄송해요...폴라포님 말씀대로 한 가지의 비유이고 제 직업은 '팀닥터'와 비교도 안되는 후진 직업입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으나 혼자서 특수한 일을 하는 일의 비유로 썼는데 오해를 불렀네요. '중국집에 우동 같은 존재'라든가 '일본 만화에 나오는 농구부 여자 매니저' 라고 할 걸 그랬어요. ㅠ-ㅠ 다시 읽어보니 제 문장이 애매하긴 했어요. 물론 위에서 언급한 '안 좋은 소리'는 모두 제 진짜 직업에 관한 것입니다.
      /폴라포 넹...제 떡도...예전엔 먹고 싶은 그림의 떡이었다는 걸 자꾸 까먹어요. 뭐 먹어보니 비싸기만 하고 배도 안차고 맛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보잘 것 없고 못생긴 것들을 사랑해야죠...
      /soboo 오옷. 제가 보기엔 너무나 멋진 직업이신데...'그렇게 번 돈으로 무엇을 하고 사느냐' 정말 중요해요. 멋지게 살고 싶어요. 이놈의 회사가 야근에 주말 출근만 안시키면. ㅠ-ㅠ
      /원석 그렇군요. 변리사 의사 언급도 제가 다 모르는 상태에서 지인 말만 듣고 하는 소리에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