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이 떠오를 때마다 제 마음 속이 지옥이 되네요

단지 제 큰 아이가 비슷한 나이라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저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렇듯, 둘은 성격이 천지차이입니다.

첫째는 예민하고 내성적이며 혼자 있길 좋아하는 반면에 둘째는 둥글둥글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성격이죠.

첫째는 성격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친구가 많지도 않았고, 친구 관계 속에서 갈등 상황을 풀어나가는 스킬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많이 부딪힌 편이었고 자기 편도 제대로 못 만들었죠. 다행인 건 일방적으로 당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큰 애가 저학년이었을 때, 회사에서 일하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었습니다. 울면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아이에게 맞았고 욕을 먹었다고 말하더군요. 그게 앞뒤 상황을 모르니까 잘했다 잘못했다 말하기 이전에 아이가 울면서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데 제가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아이를 맡겨 두던 사설 방과후 교실로 찾아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5학년 때인가 한 번은 학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대충 정리해 본 내용은 큰 애가 누군가와 싸웠는데 그 애가 그 반의 일진이 꾸린 조직에 돈 5,000원을 줄테니 제 아이를 혼내달라고 했나 봅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제 아이를 괴롭혔는데 그게 선생님에게 알려졌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아이가 조용히 당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예요. 학교에게 찾아가보니 선생님들이 관련자들을 모두 모아서 진술서를 받아놓았더군요.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 무작정 화를 내고 혼을 내는 게 문제 해결하는 데 도움도 안 될 뿐 아니라 제 아이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학년이 끝난 것도 아니고 6학년도 남아 있고 같은 지역에 계속 산다면 중학교도 같이 갈 수 있을테니.....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OOO야, 네가 너희 반에서 싸움 제일 잘 한다고 아들한테 들었어. 그건 참 멋진 일이지만, 그런 힘을 여러 사람이 한 아이를 괴롭히는 데 쓴다는 건 무척 창피한 일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데 네 힘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곤 몇 마디 더 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5학년이던 아이들도 제 기억에는 순하게 제 말을 받아들였던 것 같았습니다. 이후에는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구요.

 

그래도 다행인 건, 큰 애가 중학교에 가면서 친구 관계의 스킬도 훨씬 나아졌고 아직은 제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친구 관계,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 학원에서 있었던 일... 그러나 자신의 세계가 더 커지면 "엄마는 몰라도 돼"나 "그런게 있어"라고 말하는 게 늘어나겠죠. 그게 정말 그 아이의 세계가 깊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건지, 아이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 부모로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 건지, 그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으로서는 단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되도록 어떤 말이든 들어 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만...

 

24일에는 퍼펙트 게임을 봤고, 25일에는 이승철 콘서트를 봤지만 스크린에도 공연장 무대에도 완전히 집중할 수가 없더군요. 대체 어쩌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학교폭력/왕따/성폭력 등에서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는 게 되어 버렸는지 너무 피로하네요.

 

오늘 오전에 아래 기사를 봤습니다. 중앙 일보이긴 하지만 링크를 걸어 놓습니다.

 

"아이의 꿈은 법관이었다. 죽기 직전에 이런 글을 쓴 것은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뜻 아니겠느냐. 아이는 왕따(집단 따돌림)가 아니라 학교 폭력에 희생된 것이다. 학교 폭력의 무서움을 폭로한 것이다. 애가 일찍 가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기록을 했으니 죽음이 헛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1226030107353&p=joongang

 

* 쓰고 보니 왠지 결과적으로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된다는 것처럼 써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 사족을 좀 붙입니다. 내 아이가 있어서 감정이입이 더 잘 된다는 것뿐 혼자서 고통을 견디다가 결과적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 고통을 껴안고 뛰어내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어른의 한 사람으로 괴로운 마음이 더 큽니다.

    • 양친이 교사였군요. 저렇게 어른스럽게 말하는 아이라면 믿을수 밖에 없죠. 저도 중학생때 무척 헤매던 기억이 나네요. 차라리 고등학생 되고 공부만 하는 분위기가 되니까 편했어요.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 /소소가가, 네, 그 어른스러움 때문에 그 아이가 당했을 또는 껴안고 있었을 고통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ㅜ 그래서 이 아이의 이야기가 쉽게 떠나지 않는 것 같아요.
    • 저는 아직 아이도 없지만..계속 내내 마음 속에서 걸리더라구요. 제발. 누군가가. 슈퍼맨이 나타나서 이런 일을 좀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ㅁ;
    • 저도 그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요. 한숨도 나고..

      유서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을 찌르네요.
    • /기본, 그러게요... 뭔가 돌파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ㅜ, 친구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다른 친구를 그렇게 괴롭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선생님의 감시나 부모의 관심으로는 부족한 걸까요? 정말 수퍼맨이 필요한 걸까요? ㅜ
      /패즈, 네, 23일 새벽에야 이 소식을 봤는데 정말 크리스마스 내내 마음 한켠이 무겁더라구요. 그 어머니 억장은 또 얼마나 무너질까 싶은 마음에...
    • 실은 이 글을 쓸 때부터 밑바닥에 있던 생각인데 아이들에게 쫄지마를 가르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도적으로 아무런 장치 없이 쫄지마!라고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소수의 힘센 아이, 권력을 가진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폭행하고, 왕따시키는데 이렇게 당하기만 하다가 결국 돌파구가 베란다나 옥상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른들이, 부모들이 힘있는 사람에게 늘 당하기만 하는 걸 봐서, 아니면 먼저 기는 걸 봐서 그런 건 아닌가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느 순간 이 괴로움의 감옥에 갇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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