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망높은 프랑스 요리

'덕망높은'이 요즈음 게시판에서 빠질 수 없어 보이는 단어라 제목에 괜히 넣어봤습니다.

 

아무튼 드디어 지난 달의 먹부림 여행을 마무리하고자 가니에르에 들렀습니다. 이번엔 동행도 두 명 있었는데다, 사전에 룸 및 메뉴 예약도 마쳤고, 점심은 가볍게 먹었고... 모든 준비는 완료!를 외치며 도착했지요.

 

메뉴는 특별메뉴라고 하는데 붙어 있는 설명이 심하게 단촐했습니다. 다른 메뉴들은 두 세 줄씩 설명이 붙어있더만... 어쨌건 간단히 먹고난 뒤의 소감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식전 애피타이저 및 빵

미니사이즈(!)로 다양한 전채가 나왔습니다. 빵도 버터와 함께 나왔습니다.

캐비어를 포함한 전채는 맛있었습니다만 크기가 심하게 작았습니다. 버터는 가염버터였는데 맛있었지만 양이 적었습니다. 끝.

 

2. Autour de la Saint Jacques… 다양한 스타일의 가리비 요리…
가리비 요리가 세 종류 나왔는데 저는 큼지막한 관자가 나온 접시가 제일 좋더군요. 이 '특별메뉴'라는 메뉴의 특징이 무슨무슨 요리라고 메뉴에는 마치 한 가지 요리인양 쓰고, 실제로는 나올 때는 세 종류의 요리가 나오는 것인듯 합니다. 아래도 전부 마찬가지였어요.

 

3. Le Foie Gras poêlé du Sud-Ouest… 푸아그라 구이(오리고기, 프랑스산)…
제대로 된 푸아그라는 처음 먹어보는 셈인데 맛있더군요. 그러나 재료 자체의 특징인 지방기가 너무 강해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호오가 좀 갈릴 듯.

- 이 때쯤 동행한 사람 중 한 명의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하면서 푸아그라만 남김. 몸이 안좋아지면 속까지 예민해지는 사람인데 푸아그라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며 먹지를 못함. 저는 잘 먹었으니 그 사람이 예민해진 탓일듯.

 

4. Le Homard d’Automne  바닷가재요리
저는 껍질을 까서 먹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대하나 가재 요리를 안 먹는 게으름장이인데 이 요리는 살만 발라져 있어 좋았습니다. 심하게 육질이 탱글거리는 것이 맛들이면 위험하겠더군요. 집게살만 따로 발라내어 만든 요리도 같이 나왔는데 저는 큼지막한 살이 좋아서...(쿨럭)

- 동행은 억지로 가재를 입에 넣는 기색이 역력.

 

5. Le Filet de Boeuf et la Truffe Melanosporum… 쇠고기 구이(국내산 한우)와 멜라노스포럼 트러플…
오늘의 메인 요리. 트러플이나 송이의 향을 높이 평가하지 못하는 서민적 입맛이지만 고기와 페리고 트러플의 조화는 좋았습니다. 세 입에 털어넣으니 요리가 없어지더군요.

- 동행은 본격적으로 몸상태가 나빠져 거의 못 먹었음. 저와 다른 동행이 고기를 정리. 

 

6. Le Fromage du moment… 치즈…
겉을 튀긴 치즈와 과일야채슬라이스(적절한 표현을 모르겠네요. 서빙하는 분이 열심히 설명해주셨으나 내용이 이미 머리 밖으로 휘발된 지라 기억나지 않습니다)가 나왔는데 so so.

- 동행의 상태는 악화일로. 화장실에서 나오지는 못하고 있음. 여기서부터는 모두 심하게 배가 불러 동행의 분량은 처리하지 못하고 남기기 시작.

 

7. Le Soufflé Calvados  칼바도스 수플레
이건 성인을 위한 요리다!라는 느낌이 팍팍들더군요. 시리즈로 수플레와 그라니타, 그리고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또 한 종류의 칼바도스를 이용한 요리가 나왔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칼바도스를 이렇게 먹게되니 제법 감개무량했는데 역시 도수가 있는 술이다보니 술기운이 꽤 남아 있더군요. 그래도 이 수플레가 오늘 가장 인상적인 요리였습니다.

- 동행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짐. 먹부림이 문제가 아닐 듯한 분위기가 고조됨.

 

8. Café et Petits Fours
커피, 쁘띠 푸

급기야 동행의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그 맛있다는 가니에르의 디저트는 손도 못대보고 철수하였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결론:

1. 프랑스 요리 경험치가 +5되었습니다.

2. 통장의 잔고가 -100되었습니다.

3. 프랑스 요리는 염분과 지방분 함유량이 심대히 높다는 선입견이 굳어졌습니다.

4. 동행의 상태는 푹 쉰 후 매우 좋아졌습니다. 역시 먹을 복은 타고나야만 한다는 선입견이 굳어졌습니다.

5. 종업원들의 서빙은 매우 훌륭했습니다(팁을 따로 남기고 와야 하는 걸까하고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

-끝-

    • 저도 동행한테 감정이입하면서 봤어요; 같이 간 사람들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저런 건 도저히 본인이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본 요리는 음식의 맛을 살리는 최소한의 간을 하고 프랑스 요리는 음식의 맛을 해치치 않는 한 최대한의 간을 한다... 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ㅋ
    • 피에르는 저런 전통요리쪽보다는 창작요리에 강점이있죠. ^^
    • 8번 싸달라고하면 안되나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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