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2011) 블루레이 커멘터리 외 기타 등등[소설 및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0. 소설 제인 에어를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상대적으로 영화/TV판들은 그냥 그렇게 본 터라 왜 2011년 판이 이렇게 맘에 드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또는 그냥 마이클 파스밴더 팬이라서 그렇다고 고백하기는 민망합니다;;;;

 

1. 어쨌거나 국내 dvd에는 알량한 예고편 하나만 들어있는데 미국서 나온 블루레이에는 감독 커멘터리를 비롯 삭제장면 등등 다양한 셔플이 들어있다는 정보에 혹해서 수입했습니다.

 

2. 다행히 감독은 미국사람이라 커멘터리는 그럭저럭 들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렌즈며 카메라, 동시녹음이나 의상의 어려움도 자근자근 이야기하지만 사소하고 웃기는 디테일도 많습니다. 제인과 로체스터가 첨 만나는 장면에서 남주인공이 가까이만 가면 말이 erection을 해서 말을 지치게 하느라고 한참 걸렸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무어하우스가 원래 누가 사는 집인데 그집 애들이 빌리 엘리어트(또는 못난 세인트 존)를 직접 보게 되서 신나했다는 일화까지 다양합니다.

 

3. 주디 덴치나 샐리 호킨스, 제이미 벨 등 다시 보면 정말 호화 배역진입니다. 이전 제인 에어 영화들에서 페어팩스 부인이나 리드 부인 역을 어떤 배우가 했는지 누가 기억하겠어요. 좀 못나게 나오긴 했지만 세인트 존도 나름 인상을 주는 역이거든요.

 

4. 소설과 관련된 흥미로운 점으로는 없어진 인물들에 대한 소개입니다. 삭제장면에서 붉은 방에 갇힌 제인을 베시가 풀어주려다가 리드 부인에게 걸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여주인공인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억양 이야기를 하면서 제인을 실제적으로 키운 사람이 베시라서 제인이 약간 시골사투리로 이야기하게 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로이드 학교에서 템플선생이나 헬렌 번즈의 비중이 너무 작았다고 인정하고요. 극 후반부에 로자몬드 올리버같은 캐릭터도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5. 하지만 삭제장면에서 제일 손해를 본 사람은 의외로 헬렌입니다. 제인이 가출해서 황야에서 방황하는 가운데 헬렌이 수호천사처럼 지켜보는 시퀸스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짐싸는 장면에서 거울에 얼핏 비치더니 황야에서 헤매다가 쓰러진 장면에서는 헬렌 임종시의 모습을 반영해서 제인과 얼굴을 맞대고 누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안개 속에서 헤메던 제인을 무어하우스로 인도하는 것도 헬렌의 환영이고요.

 

6. 감독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지는 않았지만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하네요. 극중에서 로체스터가 피아노를 띵똥거리며 생각에 잠긴 장면에서 치는 곡조가 자메이카 자장가인데 다락방의 버사가 흥얼거리던 곡조가 바로 이 음악입니다. 전혀 눈치 못챈 아주 은밀한 전조였어요.

 

7. 극장에서 첨 봤을 때부터 궁금하던 건데 버사가 제인에게 침을 뱉았을 때 뭔가 거뭇한 것이 흰 웨딩드레스에 붙었습니다. 커멘터리를 들으니 그게 다락방에 우글거리는 파리랍니다. 감독이 답사해 보니 이런 대저택의 다락에는 흔히 죽은 파리들이 널려있다는데 자세히 보면 버사 뒤의 창턱에도 죽은 파리 시체가 점점이 붙어 있고요. 이걸 제인에게 뱉았데요. 윽~

 

8. 사실 책에서는 무서운 괴물같이 묘사되는 바사가 여기서는 좀 가련하게 나오죠. 제인의 결혼베일을 찢은 버사가 침대에 누은 제인을 덥치는 장면도 잘렸고요. 파스밴더는  어머니와 누나/여동생이 책의 팬이여서 로체스터 역을 흔쾌히 맡았다고 했는데 자기는 버사에게 공감한다면서 "나라도 그 집을 불태워 버리고 싶었을 거다. 버사가 그 다락방에 몇년을 갖혀있던 거냐"했죠. (바로 네가 가두었거든!)

 

9. 마지막으로 마이클 파스밴더 인터뷰중에 누군가 제인에어의 로체스터와 오만과 편견의 다시가 주먹다짐을 하면 누가 이기겠냐는 질문에 당연히 로치가 이긴다고 했었죠. 그러나 또 다른 브론테 남주인공인 히스클리프와 붙으면 그 결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10. 원래 제인 에어를 좋아했지만 나이들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은 담에는 이 책/영화를 예전처럼 로맨틱하게 보기만은 어려워요. 재산을 가져온 부인을 정신병자로 몰아 남몰래 감금해온 유부남이 암것도 모르는 열여덟짜리 아가씨를 꼬셔서 결혼하려다가 들통나는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순진무구한 제인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벌이는 수작들이 얼마나 치사한지.

 

그러나 파스밴더가 로체스터를 연기하는 걸 보다보면, 이런 남자라면 내가 속아서 결혼해서 애도 낳고 살림도 하다가 결국은 미쳐서 시댁 다락방에서 살게 되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니까요. 이런 나쁜 남자가 나 좋다고 하지 않는다는데 감사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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