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 박노자씨가 쓴 글을 보면 자유주의자도 포용할 만한 내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극좌(?)로 흐르더군요. 북유럽의 사민주의 중산층이 문화혁명 당시 홍의병보다 더 폭력적이다. 부르주아들이 지배하는 북유럽 사민주의체제보다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가 차라리 낫다는 등 자유주의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글들을 내놓더라고요.
2000년대 초반 박노자씨는 자유주의자에 가까웠죠. 그 스스로는 급진적 정치에 호감을 가졌으나 스탈린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볼셰비키적 혁명정당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표현했었죠. 혁명이 필요함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좌파가 혁명에 어떤 환상을 지닌 것과 달리 혁명 그 자체는 결코 피의 결단을 배제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자신이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입장에서 설지 자신이 없다고도 말했었고요. 그렇기에 마음으로는 급진적 좌파에 지지를 보내나 행동으로서는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해왔었습니다.
물론 그가 최근 가입한 진보신당이 혁명을 추구하는 정당은 절대 아니죠. 그저 유럽에 흔한 사회민주당정도일 뿐입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그가 더 '세게' 얘기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애시당초 혁명적 정당에서 활동은 할 수 없으나 사회민주당 정도의 당에선 활동할 수 있고, 그렇다면 가능하면 통합민주당이라는 자유주의 좌파 정당에 맞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가까운 정당을 더 고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됐든 어제의 '전향'이라는 표현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그 스스로도 '변화'해 왔음을 인식한다면, 모든 변화가 '전향'이 아님을 이해한다면 진중권에게 그러한 낙인을 찍어선 안되었는데...
현실사회주의를 '직접'경험했던 동유럽과 러시아 지식인들의 딜레머더군요. 한국에 갖다 데려 놓으면 열혈좌빨 소리 들을만한 친구들이 엄청나게 반공? 반사회주의적인 태도들을 봐왔던지라 초기에 보였던 태도들도 수긍이 되고 그 뒤로 한국화? 되가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것을 대오각성했을지도요.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80년대스럽게 진보진영내 다툼이 끊이지가 않네요. 겉으로는 통합의 흐름을 보이지만 결국 커다란 판에서의 (중도-내부정치세력내) 권력교체가 진행중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기합니다만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제국주의와 싸우는 제3세계 피식민국가의 영웅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한국 재야의 주류(!)가 갖고있는 사회주의 컴플렉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군요. 서양의 좌파 지식인들도 1950년대 무렵부터는 동구권의 반소운동의 영향으로 그런 사회주의 컴플렉스에서 슬슬 벗어나서 동구 스탈린주의와 서구 자본주의 양쪽을 다 부정하는 60년대의 비전을 새롭게 창조했는데 (물론, 그 비전이 모택동의 문화혁명으로 향한 것은 또다른 문제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식인이 있다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박노자의 결론은 그래도 소련의 볼세비키 만세이고, 잔존하는 이 세계의 모든 스탈린주의적 공산당 만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