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가수의 실력?

서른을 넘어 뒤늦게 아이돌 팬질하면서 가장 놀랐던게 '실력' 이란 개념입니다.

노래실력, 춤실력..  기사내용과는 상관없이 가수들 관련 기사엔 어김없이 그걸로 찬양 혹은 비난이 따라 붙더군요.

팬사이트를 가봐도 어김없이 나오는게 실력, 실력, 실력. 

아이유의 좋은 날의 최대강점이 3단고음이 되고,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팬들이 일본 사이트까지 가서 

한글로 '3단 부스터~ 최고' 로 도배를 하는 것도 봤구요.

간혹 누가 음방에서 삑사리라도 낼라치면 포털 대문에 커다랗게 기사가 뜨고 안티들과 팬들의 공방전이 당연시 되는 느낌.

지금이야 그러려니 합니다만, 처음에는 거의 컬쳐쇼크에 가까울 정도로 놀랐습니다. 

예전에도 기타 속주를 놓고 김태원이 최고다, 김도균이 최고다 

지미 헨드릭스와 제프 벡, 지미 페이지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일부 심심한 팬들과 호사가들의 세계라는 느낌이었죠. 

90년대 말에 학교앞 락클럽에서 1년 반정도 판돌이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본 조비 틀어달라는 손님을 무시하는 자칭 판테라팬도 있었고

엑스재팬 틀어달라는 빨간머리 아가씨를 두고 골빈 일빠X 아니냐고 동의를 구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피래미 같은 무용단들은 떠나라' 며 조PD가 등장한 것도 그 때쯤으로 기억합니다.

근데 그때도 촛점은 어디까지나 음악 그 자체, 혹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였죠.

몇세기전 클래식이 유행가라고 까였듯, 클래식 매니아가 재즈를 무시하듯,  락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이돌팬들을 유치하게 보듯

잣대가 저마다의 음악이란 개념의 기준, 호불호였지 '노래 실력' 혹은 '음악 실력'이 아니었거든요. 

단순히 세대의 차이, 음악성으로 자기 가수가 비난받는 게 싫었던 아이들의 방어기제가 아니겠냐고 

술자리서 얘기하던 음악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보기엔 이게 그저 10대들 만의 얘기가 아니란 거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대단한 인기고 

나가수의 '경쟁' 이란 컨셉에 불만을 이야기한 가수들이 '노래도 못하는 것들이' 라고 무시당하죠. 

나가수에 나갈 수있는 '끕' 이란게 당연시되고, 가수들이 무협지의 고수들과 비교되며

음악 자체보단 노래 실력, 표현 기술이 찬양받습니다.

노래는 그저 그렇지만, 실력이 좋아서 그 가수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이런 쪽으로의 호응이 엄청나다보니 언론이 거기다가 밥숟가락 얻으며 부추기는 느낌이구요.

'그건 니가 요즘 애들은 어쩌구~ 할만큼 나이가 들어서 그래.  꼰대된 거 추카추카'

라고 같이 사는 저보다 무려 한살이나 많으신 마눌님이 놀리십니다만, 꼭 그런 거 같지만은 않아요.

좀 유치하고 거창하게 말해보자면 이건 세대가 아니라 시대혹은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유치원때부터 경쟁이 당연시 되고,  항상 남과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세상이다 보니 

좋아하는 음악의 기준도 자연스레 '실력'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거죠.

'나는 이만큼 노력하는데 실력도 없는 것들이 운이 좋아 인기 얻고, 잘 나가는건 못 봐주겠다~' 랄까..

이게 너무 진부하고 교조적인 논리라고 생각하신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돈없고, 빽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사회. 

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못생기고, 키작으면 차별받는 세태에 대한 반감, 혹은 대리만족.

조금 더 보태보자면 '가짜'들이 각계 각층의 지도층이랍시고 폼잡는 시대에 대두하는 '진짜배기' 사고 같은거. 

물론 너무 다양한 사례들을 단순화한 느낌이고 딱히 이걸 비난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그저 음악에까지 저런 잣대를 들이대게 만든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과 

음악에 진짜고, 가짜고 있을 리가 없다는 제 평소 음악관에 기초한 의견입니다.

베토벤도 진짜고, 심수봉도 진짜고, 빌에반스도 진짜고, 임재범도 진짜고, 카라도, 소녀시대도 진짜죠.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

아니, 어떤 날은 남진이 좋고, 어떤 날은 정태춘이 더 어울리고, 또 어떤 날엔 크라잉 넛이 제격이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많이 산으로 간 느낌인데 혹시라도 저격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기분 푸시기 바랍니다.

 '노래도 못하는 카라가 일본에서 성공한 건 나라망신이다' 라는 글에 발끈한 삼십대 카덕이

나이값도 못하고 방방뛰며 쓴 지지리도 한심한 글일 뿐이니까요. 




 


       

 





 



    • 어디에 있는 무슨 글인진 모르겠지만 '노래도 못 하는 카라가 일본에서 그렇게 성공했다'라는 시각에 입각해서 생각해 본다면 그걸 망신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한국이 아니라 일본 아닐까요. ㅋㅋㅋ
      노여움 푸시어요. 그게 다 요즘 카라가 잘 나가서 생기는 현상이니 덕후 입장에선 오히려 기쁨으로 받아 들일만한 일입니다. ^^; 그냥 국내에서 내내 고생하다 honey로 간신히 1위 한 번 하고 그럴 땐 안티 없는 아이돌로 유명(?)했었죠. 다른 아이돌 팬들에겐 위협이 안 되고. 일반인들은 그냥 몰라서 관심이 없고(...)
    •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 여론몰이를 주도하는 층이 유사한 압박을 받아가며 살고 있을 청소년, 청년층인 게 우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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