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벽화마을에 대한 불편한 시선

부산이 고향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부산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생활을 서울에서 보내고 직장생활도 서울에서 시작하고 지금까지 살아온터라 부산은 경조사나 명절때 가끔 찾아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해운대나 광안리, 용호동 부근은 많이 발전했지요.

헌데 수십년동안 개발이 전혀 안되고 있는 동네가 여럿군데 있습니다.

문현동, 좌천동도 그렇고 가야동 일대도 그렇지요.

 

고향친구들 이야기를 듣자하니 동네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답니다.

이른바 '벽화마을'이라고 불리는다는데요.

 

그저께 KBS 다큐멘터리 3일에서 부산 매축지 일대를 다뤘다고 합니다.

매축지는 말그대로 마굿간을 뜻합니다.

그곳에 가보면 일제 강점기때 지어진 마굿간 흔적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방송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동네는 아직도 공동화장실이 있습니다.

문현동과 전포동 동네에도 있어요.

 

거기에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된 모습.

그 동네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고 해서 '벽화마을'로 유명해졌다는데요.

 

 

 

저는 각하와 오세훈식의 마구잡이식 재개발 정책에는 분명히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론만을 도출하기 위해 과정성의 문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그런 성과주의식 개발과정속에서 생존권은 우습게 여겨지는 실태에 뚜렷하게 반대합니다.

허나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올바르고 상식적인 과정을 거쳐서 다같이 살아가기 위한 그런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다만 그것과 대척점에 서있는 과정이 진행되니 문제.

 

부산은 정말 개발이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이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가령 해운대 신시가지 같은 경우 요 10년 사이에 무섭게 발전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그득그득 들어섰지요.

 

반면 수십년째 전혀 발전이 없는 동네도 다수 존재합니다.

앞서 말한 전포동과 문현동 일대를 말하자면 그냥 그대로에요.

시간이 멈춘듯.

 

지역주민들도 재개발에 대해선 포기를 한 분위기입니다.

제 부랄친구들 부모님들이 아직 그 동네에 사십니다.

가끔식 부산에 갈때면 인사차 놀러가곤 하는데 한숨만 내쉽니다.

 

그나마 매축지는 재개발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문현동과 전포동 일대는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지도 수십년째입니다.

 

가끔식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벽화마을에 와서 이곳 저곳 사진을 찍으면서 친구 어머님도 찍을라치면 역정을 내시는 편입니다.

재개발은 요원하고 그렇다고 시에서 주거환경 개선에 신경을 써주는 것도 아니고 기껏 담벼락에 벽화나 그려놓고 외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이나 찍어가니, 여기서 사는 사람들 속타들어가는 거 아느냐고 한바탕 속풀이를 하십니다.

 

 

다큐멘터리 3일을 보는 어떤 사람들은 매축지 일대가 재개발이 되어 그곳이 사라지는게 안타깝다고 생각할진 몰라도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는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을 수 있어요.

 

부산의 재개발 정책은 정말이지 서울의 그것과 쌍벽을 이뤄요.

그 답답함을 고스란이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벽화가 뭔 소용이냐 싶어요. 친구 부모님들의 넋두리를 듣다보면.

 

한심한 시스템을 벽화로서 시선을 돌려보고자 하는 얕은 수라고 한다면 너무 냉소적일까요?

 

회사동료가 다큐멘터리 3일을 본 모양입니다.

"야, 아직도 공동화장실 쓰더라. 운치있던데? 옛날 생각나더라고"

 

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것에 운치는 커녕 한숨을 내쉴지도 모릅니다.

 

 

최민식 사진작가를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부산에서 많은 사진을 찍은 작가입니다.

사진을 찍기전 사진속 인물과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이해할 수 있을때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벽화마을이 타지의 사람들에겐 생경하고 혹은 신기해보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을 찍기전 그 마을의 사정도 좀 알아줬으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램은 좀 과한가요?

    •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도 관광자원화인데 그런걸로라도 컨텐츠를 만들어서 수익을 만드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텐데
      결국 지자체가 발벗고 해야하는 일인데 말이죠 답답합니다
    • 저도 가난에 대한 이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시선 싫어하는 편이라 공감이 가네요..
    • '한국의 산토리노'라는 감천동 때문에 그런걸까요?
      얼마전 오랜 만에 가본 부산은 관광 친화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면 민속촌을 만들던지 해야죠. 공동화장실이 무슨 운치가 있나요.
    • 그 회사동료분한테 공동화장실 쓰고 살아라고 하고 싶어지네요.
    • 북아현동 사는 친구도 왜 주말마다 자기네 달동네를 어린애 머리통만한 카메라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와 자기네 빨랫감이랑 장독대, 화분 등을 찍어가는 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더군요. 서울의 혜화동이나 북아현동 등 옛 골목이남아있는 어디나 비슷한가봅니다.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인건데, 타자화하는 것이 참 불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지자체 입장에서 그나마 벽화라도 그려서 유명해진다는 걸 반기는 분위기도 있죠. 동피랑 마을이나 전북 백운면 등은 그게 유명해져서 일부러 찾아도 오니까요.

      또한 벽화 그리는 게 설치미술, 환경미화의 일부로서 쉽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영등포 문래 예술인 타운이나 전주 남부시장의 하늘정원, 광주 비엔날레 당시 시장 벽 등에 그린 상인들의 얼굴 등이 그러하죠.
    • 좀 잘지어진 주택이나 건물들이 오래되어서 운치가 있다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부산시에서 재개발이 안되는 산동네 지역의 낙후된 주택들은 6~80년대 마구잡이식으로 지어진 것들이 상당수에요.
      그중에는 한국전쟁시에 지어진 집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관상의 문제는 둘째치고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집들도 많아요.
      동네 주거환경상 문제도 있고.
      그런 집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다는 건 속은 그대로인데 마치 겉만 바뀌어서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게 아닌가 생각하면 이것 또한 냉소적일런지.
    • 저와 같은 공간에 계셨던 분이군요.

      전포동, 감천동, 안창마을, 수정동 모두 재개발을 하고 싶어하지만, 재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슬프게도 기존 거주자들의 퇴거를 전재로 한 것입니다.

      세입자는 물론이고 몇 평 되지 않는 땅을 가진 사람들도 재건축이 되면 다들 어디론가 사라질 겁니다.

      다들 재건축되면 입주할 수 있는 돈을 둘째치고, 재건축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살아갈 돈도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 이렇게 물감으로 화장이라도 하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망자의 얼굴에 화장을 하는 미국식 장례식처럼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그 동네에 그것 조차 하지 않는다면 더 슬퍼질 것 같습니다.
    • 공공미술이라고 하죠. 태백 탄광촌 등에서 민중미술 하던 분들이 시작했는데..이게 주목을 받으면서 지자체가 돈을 대고 외부 전문가들이 투입되어서
      고만고만한 작품들을 양산하는 '호구' 프로젝트가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생존해 있는 유오성 동상이 세워지는 사태(?)까지 생겼죠.
    • 침엽수 /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운치' 운운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공동 화장실을 쓰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자, 봐라! 옛날 생각나지?" 이런 느낌이였습니다.
      하기사 옛 생각은 나지요.
      자기 집에 화장실이 없어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을 다룰 프로그램은 아니였으니 그냥 그럴러니 합니다.
    • chobo/ 어린 시절 친구들이 살았던 동네에 다시 가보니, 당시에는 새집이였지만 지금보면 정화조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골목에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조금 슬펐습니다.
    • 그런 사진 싫어요. 영혼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가끔 사진을 좀 생각하고 찍었으면 싶은 순간이 있어요.
      해운대 같이 엉망으로 개발되는 것도 별로지만 (높이를 경쟁하는 빌딩들을 이쁘다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개발과 멀리 있는 지역 사람들 역시 많이 불편할 것 같아요. 한강이 가로지르듯 부산에도 동네마다 정말 심하게 차이나죠.
    •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한 싸구려 감상주의는 저도 늘 경계하려고 하지만, 그런 동네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무분별한 재개발에 대한 반감도 있는 것 같아요.
      감천동, 문현동에 가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피난민촌으로 시작한 마을이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니 싶은 마음에 찾아간 거지만(그 시절 모여살던 특정 종교 집단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해서) 막상 가서 경차는 커녕 오토바이도 못 지나가게 좁고 가파르고 절반은 거친 계단으로 되어 있는 좁은 골목을 보니 걱정스런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오래된 동네고 어르신들 많이 사실텐데 다니기 불편하지 않은지, 급한 환자가 생기거나 화재가 났을 때 119 들어오기도 힘들어 보였으니까요. 헌데 그 동네를 일부러 찾아오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또 거길 싹 밀고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건 이제는 너무 분명해진 거고.
    • 두가지 모두 경계해야겠죠.

      그곳에 삶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구경거리로 여기는 시선,

      그 삶이 불편하다고 흔하디 흔한 원주민 쫒아내는 식의 아파트 재개발을 강요하는 방법,

      그 중간 어디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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