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 대한 아련한 추억

아래에 '김'의 어원이 나왔길래 


추억이 떠올라 포스팅하네요.


그러고 보니, 등업고시 패스한 후, 댓글을 제외,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대를 이어 아버님이 대나무 바구니(일반적인 바구니가 아닌, 김 제조 과정에 필요한 바구니)를


생산하셔서 김 제조지에 납품(이라고 하지만 행상에 가까웠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을 하셨죠.


김 양식은 4계절 시즌이 아니라,


겨울시즌이기에 농업이 약간 한가해진 여름에 바구니를 만들어


겨울에 납품하셨기에


그래서 남들에 비해  부유하지 않았지만, 


이런 연우로 해우(거의 이 용어를 사용했어요)만큼은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할머니와 살게 된 후론, 그 맛있는 해우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가 할머니 외에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죠.


그래서 동생과 나는 몰래 비린내나는 것을 훔쳐 먹기도 했지만,


살짝 구운 해우에 조선 간장을 곁들여, 더운 밥에 싸먹는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우리 형제는 밥상에서 할머니 몫의 해우를, 구두쇠 굴비 시식하듯, 바랄 볼 수 밖에 없었죠.


다만...할머니가  남기는 몇 장 먹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지만,


방을 나가시면서 남은 두 어장 마저  입에 털어 넣으며 나가시는 것이죠.


'저 분은 손자를 사랑할 줄 모르는 할머니임에 분명해...ㅠ.ㅠ..'


방학이 되자, 


도시에서 공부를 하던 누나가 집에 오던 날이었죠.


동생이 갑자기 고열에 시달렸죠. 어머니와 누나가 동생 병간호를 했었죠.


병원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누나와 엄마가 의논하자,


동생 왈 "병원 안 가도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놀란 눈으로 누나가 그 방법을 묻자,


"해우만 먹으면 나을 거야."


누나는 의아하게 엄마를 쳐다보았죠.


어머니는 엄청난 충격.... 황망해 하시다...


누나의 추궁에 답을 해야 했죠.


올 해는 해우 작황이 좋지 않아 많이 비싸져서


아버지가 얼마 가져오지 않아, 할머니께만 제공되고 있다.


나는 기회다 싶어서, 할머니의 해우에 대한 악질적인 탐욕을 누나한테 고자질합니다.


남은 한 두 장 마저 들고나가서 먹어 버린단 말이야!!!!


큰딸답게 목소리 높은 누나는,


둘 없는 효부를 둘 없는 비정한 어머니로 규정 지어 버립니다.



그날 저녁,


우리집 밥상은,


각자의 밥그릇 옆에


똑 같은 양의 해우가 놓이게 됩니다.


식구들은  묵묵히 밥을 먹으며 할머니의 표정을 훔쳐 봅니다.


할머니는 그저 국경의 노인같은 자세로 식사를 하실 뿐.... 


그러나 겨울이 끝나도록 해우로 식사를 해야 될터인데, 


겨울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도 않은 시점에


해우가 떨어졌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었습니다.






    • 아고.. 김이 귀했군요. 생산자와 직통이었는데도 아껴 먹어야 할 정도로. ㅠ.ㅠ 할머니께 지금 말못할 감정이시겠어요.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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