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자르는 것도 잘하려면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영화를 자르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겠죠? 하나는 너무 야하거나 잔인해서 그 장면을 잘라서 관람 등급을 낮추려는 경우, 둘째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좀 잘라내고 러닝타임을 줄여서 극장에 한 번이라도 더 걸 수 있게 만드려는 경우. 첫번째는 사실 티나게 잘려도 할 말이 없어요. 목적이 분명하고, 보는 사람으로서도 여기서 뭔가 잘렸구나 하고 알 수 있으니까요. 근데 두 번째는 욕먹지 않으려면 정말 잘 잘라야 하죠. 정말 잘 자른 영화는 다 보고나서도 뭔가가 잘렸다는 걸 몰라야 하잖아요.

 

영화를 자르는 건... 일단 감독이 나름 생각을 가지고 넣어놓은 장면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로 이미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무삭제판을 보면서 "아 잘랐네? 뭐 잘 잘랐구먼..." 했던 적도 있었어요.

 

옛날에 재밌게 봤던 영화 중에 윌 스미스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있었습니다. 옛날 영화인데도 지금 봐도 좀 섬찟해요. 그 영화에 나오는 개인에 관한 감시는 지금은 맘만 먹으면 더 집요하게 할 수 있죠. 그때 재밌게 봤었고, 보면서 전혀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근데 집에 VOD로 이 영화가 들어오기에 옛날 생각하면서 한 번 봤는데... 기억에 없는 장면들이 튀어나오더군요. 제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히 예전에 극장이나 비디오 버젼에 없었던 장면들이 있었어요. 이유는 알겠더군요. 별 필요가 없어서, 혹은 약간 야해서. 결과적으로는 전 둘 다 잘린 것에 대해 불만이 안생기더군요. 특히 야한 부분은 장면도 아니고 일부 야한 잡담이 나오는 건데, 영화 전체의 대세에는 전혀 필요가 없었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뭉텅 잘라내는 게 아니라, 전체 내용에 지장이 없으면서 관객이 어색하지도 않게 영화를 자르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라면 그 노력 하느니 그냥 원본대로 걸겠어요. ㅡㅡ;;

    • 우리영화 전엔 맘에 안드는건 막 잘라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모르는 것도 있다고
    • 오래 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국내에서 최초 상영할 때 (네이버 영화에서 보니까 1984년이네요) 러닝타임 211분짜리를 100분으로 잘라서 영화 본 사람들이 아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네요.
    • 편집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죠. 편집상이 괜히 있겠냐는... 사실 저도 '편집'의 영역은 잘 모르고 있었으나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편집 어시스트 하던 친구라 가끔 작업하는거 보니 또 하나의 창작의 영역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감각이 필요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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