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하고 목욕탕이야기

괴롭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좋아하는 낮잠과 저녁잠을 어제 잤어요. 

제가 자는 걸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거진 한달을 하루 스무시간씩 잤어요. 베개는 두툼한 겨울 이불이었는데, 인체공학적으로 구겨져서 

제 경추에 딱 맞았거든요. 그 형태를 한달내내 유지하고 잤습니다.  


뭐, 그건 딴 소리고, 어제 저녁잠을 자다가 대형마트에서 마라톤을 하는 꿈을 꿨습니다. 

신나게 뛰다보니, 마감시간이었고 그 때 되면 막 떨이로 팔잖아요? 

시식코너에서 생 대하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줬어요. 꿈속인데 참 맛이 생생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옆에서 아는 교수님이 성게알을 와사비간장에 찍어서 줬어요. 아 저 분은 교수 이미지라고 하기에는 참 이질적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천직을 제 꿈 속에서 본겁니다. 하얀 위생모를 쓰고, 나무젓가락에 성게알 집어주는 시식코너담당이요. 

괜찮은 꿈이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잠만 자던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새벽에 일어나면 혼자서 목욕탕을 갔어요. 네신가 다섯신가...

아주. 작은 동네 목욕탕이었는데, 반나절동안 따뜻하게 하려고, 엄청 뜨거운 물이 담겨있었어요. 겨울 새벽에 뜨거운 탕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는 

참 따뜻하고 나른하고 좋았던 기억이 나서, 그 때 새벽에 일어나면 목욕을 갔다가 다시 잠들었어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제가 탕에 들어가기를 우물쭈물하자 한 번에 들어오면 하나도 안뜨겁다고 했어요.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 때도 그랬지만, 낯선 사람을 대하기 어려워하거든요. 시키는대로 진짜 뜨거운 물에 한 번에 들어가서 고통을 참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맞지? 하나도 안뜨겁지? 하는데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뜨거운 물을 못참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저 어릴 때 아부지랑 목욕탕가면, 

아부지 다 씻을 때까지 온탕에 들어가있는게 제 일이었어요. 거기 물이 대단했습니다. 진짜 뜨거웠어요. 아무도 선뜻 들어오려 하지 않았어요.

발만 담근 남자들이 탕 주위에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탕에 혼자 목까지 담그고 멀뚱멀뚱 앉아있었어요. 

넌 안뜨겁냐? 라고 한 아저씨가 물어봤는데, 괜히 자랑스러웠던 기억이나요. 


새벽에 혼자 목욕을 가던 중학교 2학년생은 친구들과 방과후에 그 목욕탕을 훔쳐보기도 했어요. 옆에 간이 공사를 하던 자재들을 밟고

목마를 태워야 보였는데, 어어 봤어봤어 어어 하는 소리만 듣고 제가 올라갔을 때는 하나도 안보였어요. 친구들이 뻥을 쳤는지, 아니면 

신기루가 보였는지, 보이는 각도가 아니었거든요. 며칠을 그랬습니다. 








    • 하루종일 자도 재밌어요 대단해요 바보같이 발만 담그고 있는 어른들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을까
    • 참 난 복숭아뼈 있는데 까지만 담글 수 있습니다.
    • 목욕탕 천장에 몽글몽글 맺혀있던 물방울이 한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멍 때리며 앉아있는게 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중에 하나에요. 흐흐
    • 예전에 변두리 새로생긴 아파트촌 학원에서 반년정도 일을 한적이 있어요.
      원래 차도 다니지 않던 논밭만 가득했던 곳인데 새로 길이 나면서 개발된 곳이라
      아파트말고는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죠.
      자그만 크기의 상가건물에 학원이랑 몇몇 가게들이 들어서고
      그옆에 목욕탕이 하나 생겼는데 제가 퇴근하는 시간엔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요.
      혼자 전세낸냥 탕에 들어가 누워있으면 어찌그리 기분이 좋던지.
      그때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얼마전에 드라이브하면서 봤더니 거기도 이제 밤이 되면 네온사인이 휘황찬란,
      이것저것 개발이 되서 왠지 살짝 씁쓸한 기분.
    • 가끔영화/ 다음에 한 번 같이가요. 제 인내력을 보여드릴께요. 푸하하하하
      십이월/ 하 그것도 좋습니다. 웅웅하고 울리는 소리두요.
      소풍/ 아쉽지만, 저는 뭐 그렇게 생각해요. 바뀌는 것도 지금의 장소를 추억할 세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구요.
      내 시간에는 그 때의 공간만 남아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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