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봤습니다. (스포)

개봉관이 적다는 소리를 듣고 동네에서 보기는 힘들겠구나 했는데 다행히 집 근처 cgv에서 하루 2회 상영을 하더군요. (인천입니다.)

대강의 정보를 듣고간터라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예상했으면서도 실제 만화로 보는 건 역시 달랐습니다. 

음..최근 본 영화 중에 극장을 나서 집에 올 때까지 계속 여운이 맴돌았던 작품은 실로 오랜만이었어요. 작품에 크게 공감한건 아니었는데,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강렬함이 무척 세더라고요. 

작화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제작비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였어요. 오히려 시종일관 입에 붙지 않는 문어체 대사가 감상을 방해했던 것 같아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앞서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고 했지만 학교 내의 힘의 역학은 몸서리 쳐질 정도로 리얼했어요. 영화에 나온 개떼들도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종자들이었고, 돼지들 묘사는 특히 탁월했다고 봐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이 생각나더군요. 남학교에서 소위 계급의식이란 건 어디서 기인했을런지요. 저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몇몇 튀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화목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서히 개와 돼지가 나눠지고 그것이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했단 말이죠.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아주 러프하게, 인류가 시작되고나서 남성은 힘을 가진자가 자신과 가족을 살리고, 그렇지 못한자는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존도 책임지지 못했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진걸까요. 말이 장황한데,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그 기원이 어찌됐든 폭력의 역사 내지 힘의 우열로 인해 발생된 암울했던 시절의 뿌리는 '약함'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심리 혹은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약한 것이 존재의 가치없음으로 이어지는 거지요. 그러니 가장을 해서라도 자신의 약함을 감추려 하고(영화에서 안경쓴 대장 꼬붕처럼), 약함을 들킨 것에 대해 무너지는거죠. 이는 자연히 강자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 힘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니까요. 이런 연유로 강자는 약자를 건드려야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다 믿는거고, 약자는 자기 정체를 감추려 안간힘을 쓴다는 거죠. (철저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여기서 쌩뚱맞게도 '써니'가 겹쳐지더군요. 말하자면 그 영화의 '써니'들은 그 반의 헤게모니를 쥔 '개떼'였다는거죠. 그런데 이상한건 우리는 그 영화를 보고 분노하거나 몸서리치는 일이 없다는 거예요. 왜일까요? 여기서 질문 들어갑니다. (일단 저는 남중, 남고를 나와 여학교 사정을 아예 모른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실제 여학교의 분위기는 어떠셨나요? 어느 사회나 개떼와 돼지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여학교에서의 개떼들은 어느 정도의 영향을 가졌나요? 여학교에서도 약한 자가 즉 비굴한 자, 비겁한 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나요? 여학교에서도 강한 자가 자기 힘을 과시하려드나요? 

    • 써니 안봤어요 남학교의 폭력을 잘 모르니 비교하긴 어렵지만 재수없는건 똑같은것 같습니다
    • 자두맛사탕 / 제가 속했던 남학교에서는 강자에게 당했던 약자들이 욕을 먹거나, 비웃음을 사는 사회였어요. 단지 강자에게 당했다는 이유로요. 누군가에게 맞기라도 하면 그 사실이 그 아이에게 일종의 낙인이 되던 분위기도 있었고요. 여학교도 그런가요?
      • 제가 다닌 학교로 한정한다면 '아니요.'

        반애들이 날라리들을 더 싫어했죠. 주변 시끄러워지고 인간들이 말이 안통해서 가만히 있었지....

        예를 들면 진상인간들 상대안하고 그저 피하는 풍경?
    • 여학교는 상하계급을 나눈다는 의미보단 끼리끼리 뭉쳐 서로 시기하고 다툰다는 의미가 맞습니다.
      적어도 제가 다닌 경험으로 보면 그래요.
      특별히 맨위의 권력자가 있다기 보다는..그룹을 만들고 뒷담화하고.;; 뭐 그런거죠.

      소위 노는 애들은 또 모르죠. 나름 지네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생각했을지도. 풉
    • 꽃띠여자님에 한표. 여초사회에서 근 십년이상 지낸 경험으로는, 여자들 사이에서는 남자들처럼 그런 권력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 혹은 아주 미묘하게 나타나서 포착이 어려운 건지--여자들은 아주 복잡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런 사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안도했습니다. 서른 넘어서 남자들의 사회를 볼 기회가 생겼는데, 제 관찰로는 대다수의 한국남자들은 인간관계가 주로 수직적인 서열관계인 것 같더군요. 인간관계를 맺는 형식이 꼬붕 아니면 형님. 예의를 갖추면서도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남자가 저는 굉장히 매력적인데. 어떤 여자는 보스기질이 강한 남자사람을 "남자답다"라고 좋아하더군요. 물론 그 남자사람은 자기보다 힘센 남자에게는 꼬리를 감추고 엄청난 아양을 떨어줍니다. 그게 그 사회에서는 "예의바르다"이구요. 그런 것들이 신기하기도 한 반면 (죄송하지만) 구토가 나기도 합니다.
    • 그런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하는 연애와 결혼은 그래서 힘든 겁니다~
      저(여학교)는 그런 힘의 계급을 느꼈어요. 그치만 노골적으로 힘을 행사한다기보다 따돌림을 시키는 경우가 많겠죠.
      남학교의 살벌함을 영화에서 보고나면, 제 아이들이 벌써부터 불쌍해져요.
      개가 되라고도, 돼지가 되라고도 하기 싫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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