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전기 엄청 재밌지 않나요?
사서 보기엔 부담스럽고..좀 아깝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 책은 빌려봤어요.
즉. 궁금하긴 한데 크게 기대는 안했다는거지요.
그런데..무지 재밌네요?
일단 글이 꽤나 '문학적'으로 쓰여있습니다.
번역에 대한 왈가왈부가 많았는데,이 책을 겨냥하던 그 블로그의 글도 읽어봤지만 사실 일부 오역들에 대한 지적은 지엽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그외 번역의 방향에 대해선 의견을 번역가에 따라 충분히 달리할수 있는 문제 같고요.
문제를 지적한 그 아마추어번역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그 사람은 그사람 입장에서 심각하고 또 의미도 있는 문제제기를 한것이라고 보는데
다만 그게 퍼지는 과정에서 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많은분들이 이 책의 번역이 급한 시일내에 이뤄졌다는 사실과 연결지으며 엉망이며,보기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반품신청을 하거나 그냥 원서로 읽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물론 완벽하게 잡혀있다면 좋겠지만 항간에 그 블로그의 글과 함께 떠돌던 무시무시한 악평들에 비해 번역이 꽤나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잘 되어있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술술 읽히고,문장들도 잘 다듬어진 편이에요.항간에는 심한 번역투다.라는 얘기도 있었는데...그정도면 모함수준..
사실 번역관련된 이슈는 그냥 이책의 인물에 대한 이슈가 겹치면서 주목받은 경우라고 보이는게..우리나라 서적들의 번역수준이 언제부터 그리 높았고,무결점을 지향했다고 그러는지..이정도 번역에 사실 그런 논란이 있는게 좀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쨌든 책은 잡스의 주관적인 시점이 아니라 전기작가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그래서 어떤 일화를 두고서도 잡스의 의견,그리고 그와 연관되는 사람들의 이견들을 함께 나타내고,때론 전기작가 자신의 의견도 첨부하고 있어요.그러니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어떤 전기들(이명박씨나 정주영씨등이 발간했던..)과는 사뭇 그 느낌부터가 다르죠.
작가는 잡스의 성격을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결함.으로 애초 보고 있다는것도 흥미롭더군요. 본인은 아니라고 우기지만 사람들은 정말 남다른 잡스의 그 괴팍함과 이상한 판단기재들을 자꾸 그의 입양경력에서 찾으려고 하는 그 언급들도 재밌고요.
어떤일을 하든지 잡스는 일단 투입이 되면 그 부서나 만남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요.책에서 번역하기를 '진상','진상짓'이라 하고 있는데,정말 당하는 사람들도,읽는 사람들도 황당하게 만드는 말도 안되는 표현들과 행동들이죠.
그렇게 깽판을 치고 다니고,또 상처받고,상처주고 당하고,복수를 다짐하고,뜻밖에 풀리고 하는 일련의 소동들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밌더라구요.
이건..어떤 자기계발서로 읽힐만한 위인의 전기라기 보다는...스크루불 코메디쇼같기도 하고..양면이 극단적인 예술가에 대한 전기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보면서 최소한 잡스에 대해 호기심과 매력을 갖을수 있을지언정,본받아야겠다 든지,존경스럽다.든지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가 않아요.;;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하고요.
어쨌든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사람처럼 보이고,그만큼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인데다 남들을 무시하는데 일가견이 있던 이 남자가 도대체 어떤 언행들로 그렇게 사람들을 매료시켰는지 너무 궁금해지더군요.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잡스를 참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던가,같이 진상을 피우던가, 철저하게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지만,반면 또 잡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은 열열하게 그를 찬양하는것 같거든요.그건 상사이기도 하고 거래처의 다른 임원이기도 하고,부하직원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그를 빗대어 '티비에 나오는 미치광이 전도사'같다는 표현을 쓰던데, 새치혀로 사람을 휘여잡고 그의 말을 듣고 있을땐 현실을 외면하며 그 비젼에 같이 빠져들지 않을수가 없다고...
아...도대체 어땠길래...!!
빌게이츠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에 대한 언급과 그의 인터뷰는 특히나 재밌어요.왜냐하면 다들 잡스를 대하고 있을떄 그의 남다른 언행들에 당황해하고 어찌할바를 모르는게 느껴지는데 반해 빌게이츠는 잡스를 어떻게 구워삶어야 하는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는것 같이 행동하고,실제 그게 여러 사건들에서 드러나는것 같거든요.
사실 욕망이나 근본적인 태도는 두사람이 굉장히 비슷한 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다만 그걸 표현하는 매너는 전혀 상이한데,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빌게이츠는 언제나 잡스를 누르는것처럼 읽혀요.실제 라이벌관계에 있어서 빌은 잡스를 계속 눌러왔다고 할수도 있겠죠.
이 책이 나오고 이책에서 잡스가 빌게이츠를 비열하게 묘사한 대목들떄문에 이슈가 되었고,그게 실제 빌게이츠에게 넘겨져서 인터뷰한 기사를 본적이 있어요.
그떄 빌게이츠는 '개의치 않고,오히려 이해한다'고 표현하며 많은 네티즌들에게 '대인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책을 읽고 나니..그럴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일단 책 자체가 빌게이츠를 '비열'하게 묘사하는게 아니라 천방지축 잡스의 의견으로 확실히 선을 긋고 있고,전반적으로 두 사람 모두 뒤에서 까대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라 둘이서 그렇게 더럽게 주고받는 힐난과 존중이 없는 태도들은 그냥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