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공책에 글을 쓰기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 계절감각을 잊고 있었습니다만 쇼핑몰에서 내년도 다이어리 판매코너를 만들어 놓은 걸 보니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예쁜 다이어리를 보니 마음이 움직여 마우스로 신나게 클릭해서 상품 소개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애써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저를 정신 들게 만든 건 올해의 다이어리.
사실 매년 사는 다이어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항상 스노우캣 다이어리를 사왔거든요. 2012년 다이어리를 산다면 아마도 또 스노우캣이겠죠. 그렇지만 서랍을 뒤져서 찾아낸 2011년 다이어리는 그냥 백지. 2010년 12월에 쓴, '내년에는 다이어리 잘 써야지' 어쩌고 저쩌고를 보니 그냥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게다가 2010년 다이어리는 2개가 있습니다. 2011년 다이어리를 샀더니 2010년 다이어리를 주더라고요. 내용에서도 별 차이 없어요. 둘 다 깨끗한 백지인걸요.(...)
이럴바엔 다이어리를 왜 사나 싶어 올해는 다이어리를 안 살 생각이에요. 대신 공책을 한 권 샀습니다. 특정한 기록을 정리할 공책이 필요했는데 문구점에서 동화속 주인공을 표지로 내세운 공책들을 팔더라구요. 예쁜 아가씨들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 빨간망토 아가씨를 골라서 왔습니다. 그리고 공책 안에 붙일 일정표를 인쇄하고, 공책 크기에 맞춰 자르고, 월별로 페이지를 나누며 혼자 히죽거리며 신이 났어요.
그리고 이제 글만 쓰면 됩니다. 오늘 날짜를 쓰고, 이 공책의 용도를 적기만 하면 돼요. 그런데! 이 공책에는 무슨 펜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걸까요! 아아, 저도 이런 고민을 하는 제가 얄밉습니다. 그냥 글 한 줄 쓰는 거, 아무 펜으로 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대장정을 시작하는 첫 단추를 이렇게 끼우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꾸짖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제가 잘 쓰는 펜도 보이지 않아요. 그거라도 있음 고민을 안할텐데.
그래서 방긋거리는 빨간망토 아가씨만 보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 안에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단 펜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