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순대가 그리운 밤
저는 분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순대를 가장 좋아하죠.
순대국이나 순대 볶음같은 요리도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찜통에서 막 꺼내 큼직하게 썰어먹는 분식집 순대가 순대 본연의 맛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동네 분식집들이 대부분 프랜차이즈 분식집으로 재편되면서 순대 맛의 개성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뭐랄까요 순대 맛이 표준화되고 싱거워졌다고 해야 되나요? 하여튼 그런 것 같습니다.
순대와 내장의 비율도 불만입니다.
요새는 내장은 잘 먹지 않고 순대를 주로 먹는 사람들이 많은가봐요. 그래서인지,
내장 드릴까요? 네 주세요.
라고 말해도, 순대 3: 내장 1의 비율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 최적의 비율은 순대 2.5 : 간 0.5 : 나머지 내장부위 1 입니다.
내장 비율을 더 늘려달라고 해도 내장이 비싸서 그런건지 별로 안줘요.
그리고 요새에는 플라스틱 팩에 포장해주는게 일반화되다보니, 포장해주는 순대의 양 자체가 많이 줄어든거 같아요.
그냥 봉지에 넣어줄 때에 한 80% 밖에 안되는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순대를 슥슥 썰어넣다가 순대가 애매하게 남았다 싶으면 그냥 남은 부분을 다 넣어주시는 경우도 많았잖아요.
플라스틱 팩은 넣을 수 있는 내용물의 양이 정해져있다 보니, 썰어주시는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인심을 쓰고 싶어도 비닐 커버를 씌우는데 방해 될 정도로는 줄 수가 없죠.
그러다보니 아예 처음에 썰어 줄 때부터 약간 모자란 듯 잘라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전문 순대 트럭에서는 이 같은 단점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긴 하지만, 자주 볼 수 있는게 아니고 거의 밤에만 만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어짜피 식사로 먹는게 아니라 간식용으로 사먹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맛있게 순대를 먹을 수 시간은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이 시간에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순대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맛있어도 크게 의미가 없요.
예전에 공항시장 골목에서 팔던 순대가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죠.
어린 시절 엄마 손잡고 시장에 따라가면, 저녁 찬거리를 손에 들고 앉을 곳도 마땅치 않은 곳에 대충 퍼질러져서 인심좋으신 아주머니까 썰어주시는 푸짐한 순대를 바쁘게 입으로 가져가곤 했습니다.
요새는 글로벌화...는 아니고 국내 여러 지역간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져서,
순대에 뭘 찍어먹어야 가장 맛있는가, 소금이냐, 막장이나, 새우젓이냐 등등을 놓고 말들이 많은데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건 순대 그 자체의 맛입니다. 순대가 맛있으면 뭘 찍어먹어도 맛있겠죠.
날이 밝으면 부디 이번에는 맛있는 순대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