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에 대한 진지한 고민
일전에 올려주신 hj님의 글을 읽고(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hj&search_target=nick_name&document_srl=3099207) 저는 어버이연합이 떠올랐습니다. 나와는 다른 이들을 단순히 "괴물"로 치부하고 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그냥 "돈받고 하는짓"이라고 비웃는 제 모습에 대한 반성이랄까요. 사실 일전에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여기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시도했다가 몰매를 맞았던 일도 떠오르네요.
물론 그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는데에는 돈이 들어가고, 그 돈중 큰 부분은 아마도, 이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려하는 보수단체에서 나왔겠죠. 그러나 이들이 과연 돈 몇만원 일당이 필요해서 "연기"하고 있는것일까요? 전 그들의 분노는 비틀리고 왜곡되기는 했지만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오바마 집권이후 계속되어온 tea party movement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어요. 티파티 운동을 지배하는 분노에 대해 일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는데 대강 복기해보자면, 68항쟁으로부터 이어져온 일정한 각종 인권운동, 개혁운동은 도시, 중산층, 대학교육을 받은 엘리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에 끼지 못하고 묵묵히 농사짓고 베트남도 가고 그렇게 젊음을 바친 사람들의 분노가 있다는 거예요. 내가 애국하고 땀흘려 일하는 동안 나를 비난하고 혹은 무시하면서 잘난척하던 니들이 싫다! 니들은 애국자가 아니다! 이런 정서라는 것이죠. 그 분노는 괴상한 방식으로 집적되어 부자 감세에 미쳐서 나라를 말아먹은 공화당 편을 들면서 세금 올리지마라(니들껀 안올라...), 의료보험을 내가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라(엥???)등등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구호를 외치며 오바마=나치, 뭐 이런 소리를 하는겁니다.
어버이연합의 분노는 어렵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어르신들은 기본적으로 분노가 많으시죠. 지하철에서 일주일에 두 세번은 볼수있는 할아버지의 패악질, 이게 어버이연합의 분노이고 아마도 개인의 품성 문제는 아닐겁니다. 더이상 돈을 벌수 없고, 가족에게서는 무시당하고, 대단한 희생을 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해주는데 남은 권력이 없을때 느껴지는 박탈감...내가 목숨걸고 싸워서 지킨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빨갱이 세력을 공격해서 내 존재의미를 확인하겠다 이 물정모르는 것들아! 뭐 이런 심정이 있을것으로 짐작됩니다.
이 분노를 비웃거나 혐오하는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솔직히 혐오하지 않기 어렵죠. 그런데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