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BS 스페셜 '고기'에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돼지 직접 키운 다음에 먹는 거요.

돼지를 직접 키워보는 건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순 있겠다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좀 불편한 점이 있어요.

확실히 자기 손으로 키우거나 자기 손으로 죽이지 않은 동물은 덤덤하게 먹을 수 있고,

어짜피 먹을 동물이라면 그렇게 모른 채 먹는 게 낫다고 봐요.

 

근데 이건 돼지를 새끼 때부터 키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정 들고,

그래서 도살장으로 가는 길에 애들은 정들어서 울고, 먹자 먹지 말자 토론까지 하고.

게다가 초등학생들의 감성으로는 그게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거고.

 

여기서 불편했던 건, 단순히 돼지를 잡아먹는 거 자체가 아니라,

교사가 '돼지를 사랑으로 기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라고 어린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 거예요.

상황에 따라서 정 든 돼지는 안 먹어도 되는 문젠데, 결국 그렇게 도살돼서 학교식당으로 돌아옵니다.

 

뭐 사랑으로 기르고 자시고 괜히 그렇게 합리화하지 말고,

사실 직접 기르는 게 돈이 덜 들거나, 더 맛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 헐.. 그런 미친 방송이 다 있었군요;; 아무논란없이 그냥 지나갔단게 놀라운데요
    • 그다지 주입식 교육 같지는 않은데요.
      현대산업사회에선 기르는 사람, 죽이는 사람, 분리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다 나눠져 있죠.
      전 과정을 경험해 보면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먹거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전 보질 않아서 정확히 어떤 뉘앙스였는지는 모르겠네요. 찾아보던지 해야겠어요.
    • P짱 이었나? 일본에서 실행한 걸 책으로 쓴거보고 쇼킹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했어요?
    • 방송을 보진 않았지만 말씀하신 내용만 봐선 미친 주입식 교육인지 잘 모르겠네요. 먹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에게도 강제로 먹이나요?
    • 전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일단 그 돼지를 계속 기를 것인가 아니면 잡을 것인가에 대해 선택권이 주어지고 토론을 한 것이구요, 돼지고기는 학교 식당이 아닌 노인 급식소로 갔습니다.
      주입식 교육이라고 볼만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토론에 어른이 끼어들거나 하지도 않았고.
      전 다큐멘터리의 어조를,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섭취해야 하는 인간이 생명의 존엄성을 좀 더 고민하고 그 섭취양을 줄이거나 사육 환경 개선 등을 고민해보자 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채식주의에 대한 이해로도 나아갈 수 있는 해석의 여지도 남겨놓은 어조였던 걸로 기억하고요. 인터뷰에서도 고기양을 줄이겠다는 아이들이 있었죠.
    • 학교식당에서 먹었어요? 제 기억엔 어린이들이 노인분들에게 드려서 그 분들이 드시는 걸로...
    • whynot / 그 과정을 알게 되는 거는 좋은데, 제가 주입식이라 표현한 건 그 돼지고기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자고 강요할 필욘 없다는 거죠.. 물론 먹자는 거에 찬성한 학생들도 꽤 있어 보였습니다만. 제 말은, 직접 키워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그걸 굳이 도살장에서 죽여서 고기로 돌아오게 하지 않아도요.

      noname? / P짱이 맞을 거예요. 그 얘기도 나오더군요. 그 당시 일본인들 인터뷰도 나왔고. 그거 따라한 거라고 들었어요.
    • 직접 보진 않았지만 그 방송이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요. 출연한 아이들은 최소한 그런 취지의 프로그램이라는 걸 부모가 동의하고 나왔겠지요.
      그리고 전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가 원래 살아있던 생명이었다는 걸 모르고(생각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게 더 위험한 것 같은데요.
    • 슈퍼픽스, 해삼너구리, 유니스 / 아, 그 다음 화는 안 봐서요. 노인 급식소로 갔군요; 암튼..
      전 다큐멘터리 자체를 비판한 게 아니고요. 그 학교의 선생님을 비판한 거였어요.
      (다큐멘터리는 위에도 적었지만 재밌더라고..)
      그 담임으로 보이는 여자선생님요. 먹는 건 자기 선택이다. 라는 말 정도는 해줘도 좋았을 거 같아요.
    • 생각하면 많은 숙제를 남기는 그런 이야기네요.
      생존의 법칙과 생의 의미와
    • 음..저도 그 다큐를 봤는데, 직접 길러서 먹는 것의 취지는...살아있는 생명인 돼지나 닭들이 그야말로 먹거리로 전락하여 공장같은 환경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료만 먹으면서 자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키워보면서 고기도 생명이었음을 알고, 감사하자는 의도였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리고 계속 키울 것인지, 도축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줬었구요. 돼지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먹기만 하는 것 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배웠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주입식 교육이다...라고는 못느꼈는데요. 선생님도 먹으라고 강요한게 아니었구요. 게다가 그 돼지를 아이들이 먹은 것도 아니구요.;;;
    • 어렸을 때 할머니집에 가면, 할머니가 직접 목을 비틀어 죽인 닭으로 온가족이 포식하였지요.
      할머니 뒷집 황소가 고기가 되어 오던 날도 봤구요.
      비록 어렸긴 했지만 그때의 나와, 언제든 마트에서 부위별 살을 살 수 있는 지금의 나는
      고기를 먹을 때의 마음이 지구와 화성만큼 다르네요.
      다큐 보면서 어렸을 적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 제가 그 교사를 너무 삐딱하게 봤나봐요; 하긴 그 뒷얘기나 그런 건 모르니까 뭐라 단정지으면 안 되겠군요;
    • 저도 처음엔 댓글다신 분들처럼 생각했는데, 이것도 청춘이다인가;; 에 나온 영화에 관해 쓴 에세이들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듀게에도 관련 글이있는데..
      이게 사육되는 동물들에게 느껴야하는 미안함이랑 연결될 것 같지도 않고, 몇 달 동안 애완동물처럼 키우다 갑자기 우리는 이 돼지를
      죽여서 먹여야한다-누가 먹던간에- 영화에서는 아이들에게 미리 그런얘기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미리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주지않고 진행해서 오히려 집에서 기르는 개 잡아서 먹이는 것처럼 다가왔어요. 더군다나 요즘은 키우던 개를 잡아야할만큼 굶주리는 것이 아닌데
    • 그 에세이들에서도 주입식 교육이 아님을 가장한 무늬만 학생들의 의견과 토론으로 진행했음을 내세우는 담임의 교육방향을 얘기했어요
    • dlraud / 말씀하시는 책은 엄기호씨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입니다.(저도 프레데릭님 글 내용 읽으면서 딱 그 책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써주셨네요.) 그 책 언급하신 내용도 물론이고 정말 읽어볼만 하죠. 개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보다 이 책이 참 많이 팔렸으면 하고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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