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 게 잘못이야?"/ 오페라는 재미있군요

1. 마츠모토 세이쵸 원작의 "검은 가죽 수첩"은 여러 번 극화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가 본 건 요네쿠라 료코씨가 주인공 하라구치 모토코 역으로 나온 버전입니다. 야심으로 뭉친 여성이 야심을 이루기 위해 모든 일을 하다가 그 야심때문에 몰락한다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말고도, 제가 흥미로웠던 건 대규모 입시학원을 경영하는 하시다 츠네오역으로 나온 야나기바 토시로씨 역할입니다. 주인공에게 반해서 정신을 못차리다가, 뒷통수를 맞고 복수를 하게 되는 역할인데요, 원망섞인 목소리로 주인공한테 "너한테 반한 게 잘못이니?" 하고 묻는 대사가 나와요. 문득 생각났습니다. 뭐, 대개의 경우 먼저 반한 건 잘못 맞습니다.


2. 6시간에 가까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지그프리드를 봤습니다.

주인공 역을 맡은 제이 헌터 모리스씨는 금발에 파란 눈 (극중에는 가발을 쓴 것 같지만 실제로도 금발), 어리고 나이브한 영웅 지그프리드를 딱 그려낸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 역할이 멧 오페라 데뷔라고 해요. 텍사스 시골 출신으로 뉴욕에 와서 센트럴파크 근처에서 롤러브레이드를 빌려주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 이 시리즈의 주인공 건강 문제때문에 급히 발탁된 거라고 해요. 마치 신데렐라의 남자 버전 같지만 이 어려운 역할을 소화할 만한 실력이 있으니까 신데렐라가 될 만한 거죠.



    • 내가 너한테 반한게 잘못이다 나 잊고 그냥 간다 그래야 하는게,
    • 역시 쿨한 포킹님. 가진자의 여유인 것인가요 ("가진자의 여유"는 전에 쑤우님 글 댓글에서 본 걸 차용).
    • 1. 마츠모토 세이초 팬이어서 그의 소설은 어느 정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은 가죽 수첩'은 처음 들어 보네요. 그 분의 작품은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죠. '모래그릇', '점과 선', '제로의 초점' 등.. '모래그릇'하고 '점과 선'은 다운로드된 영상으로 보고 '제로의 초점'은 '제로 포커스'로 소개된 히로스에 료코 주연 버전으로 극장에서 봤어요.

      2. 오페라를 또 보셨군요. 오페라 매니아가 되겠어요.. 그나 저나 공연 시간이 6시간이라니 으아~~
    • 1. 제가 드라마로 본 건 검은 가죽 수첩하고, 남자 미용사의 야심과 몰락을 그린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 야광의 계단뿐인데 모래그릇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2. 이제 익숙해져서 6시간쯤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힘들었어요. 흑흑.
    • 1. Probably I was hurt by myself.
      2. 모래그릇은 지금 책장에 있군요.
      3. 6시간...언젠가 에이리언 1234 한번에 몰아보기 행사에 가려다 만 저로서는...
    • 인터미션 두 번은 처음인데 이거 보겠다고 일을 몰아서 해서 그런가, 추워서 그런가 중간에 좀 졸렸습니다. 에이리언 몰아보기는 집중력도 집중력이지만 비위가 그렇게 좋지 않은 저는 쵸큼 부담스러워요. 그 끈적끈적 액체를 상상하면 더욱더!
    • 갑자기 기억이 나는데...좋아하는 건 시간과 관계가 없나봅니다. 언젠가 새벽 2시가 다 되어 mbc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해주었는데, 영화는 몇번이고 본거고, 집에는 비디오테입도 있고 한데 말이죠....앞부분이나 볼까..하고 tv를 틀었다가 결국 끝까지 다 보고 말았습니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충무로 대한극장이 멀티플렉스로 전환되기 전 마지막 상영 프로여서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봤죠. 그런 시네마스코프는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선 더 이상 볼 수 없죠. 근데 댓글이 자꾸 원문하고 상관없는 쪽으로... -_-
      검은 가죽 수첩은 지금 어둠의 경로를 통해 다운받고 있는데 7부작이나 되네요. 단막극인줄 알았더니...
    • 욕쟁이 마을에 사는 토끼님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로군요. 니벨룽겐의 반지는 원래 며칠동안 주구장창한다고 들었는데 그거하곰 다른건가요 아니면 축약본?
    • 아 그리고 먼저 반한건 잘못이 아닌데 혼자 반하면 잘못이죠. 흑...
    • 2. 조앤 케이 롤링이 굶고 있는 미혼모의 반전 스토리로 인용되는 걸 질색팔색하는 걸 하도 많이 들어서 신데렐라 하면 기자들 과장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들어요. 그래서 찾아보니 당연하게도 그런 일을 하긴 했지만 2007년에 멧에서 노래한적도 있고 그 이후에도 다른 오페라단에서 주연급을 종종 맡았군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지난 여름에 지그프리드 역할도 맡았구요. 그래도 분명히 모험이었던 건 사실이겠죠. 눈이 반짝반짝하는 청년같은 분위기가 덩치큰 아저씬데도 귀여워요. 목소리도 맑고. 그래도 전 여섯시간은...
    • 걍/ 4부작으로 공연하는데 지그프리드가 그 중 하나인가봐요. http://ringcycle.metoperafamily.org/
      데어포어/ 인터미션때 말 많은 아저씨가 나 저사람 샌프란시스코에서 봤다, 하더라고요. 멧 데뷔는 제가 잘못들었거나 아니면 인터뷰때 과장해서 말한 것 같아요. 말할 때 목소리는 의외로 꽤 톤이 높고 귀여워서 슬슬 팬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체구 큰 사람 팬 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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