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천일의 약속 6화까지.


지난주 휴가때문에 못본 천일의 약속을 마저 보았습니다.

김수현 드라마가 늘 그렇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유난히 캐릭터들의 대사빨이 장난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일단, 등장인물들은 말을 뱉기전에 머리속에서 서너바퀴는 돌아서 다듬고 다듬어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시대를 풍미한 노작가가 요즘 잘나가는 막장드라마 작가들이나 분위기만 잡고 쿨한것만 찾는 작가들에게 '작가라면 글을 잘써야지' 하는 것 같습니다.

인어아가씨였었나.. 극중 드라마 작가인 아리영이 '피를 토하면서 쓴 글'이라고 하는데, 정말 피를 토하면서 쓰고 다듬은 글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런 대사를 실생활에서 쓰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TV 드라마가 아니라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천일의 약속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그 흔한 (김어준이 좋아하는) '~발~' 같은 것도 안 내뱉을 것 같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사들이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친한친구라지만 평생 갑-을 관계로 묶여 살아서 미묘하게 주눅든 박원장 집안이나...

졸부가 아니라 대대로 부자집안이라 가정교육을 잘 받은 향기를 보면... 다른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싸가지 없는 재벌딸들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인의 경험들을 종합해보면 정말 꾸준히 부자였던 집안 자제들은 속으로는 어떻든, 금전적인 현실감각이 좀 이상하든간에 겉보기에 예의나 태도 하나는 깍듯하더군요.)  그런데 저런 열혈엄마와 딸 성격이 정 반대라는건 신기합니다.

수애가 알츠하이머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하는 행동도 묘하게 리얼해요. 실제 환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보는 저는 정말 젊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저럴것 같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연속적으로 자폐아 문제, 엄마의 자아찾기, 동성애 문제 같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는 이슈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루는 문제는 어떻게 이슈화될지 모르겠네요.



캐릭터들을 보면..



수애의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최명길의 대사톤이 떠올라요. 눈감고 들으면 최명길 같아요.

김수현 작가는 초반에 연기자들 연기지도를 직접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김래원은 뭐... 나쁜자식이죠. 지난회에 수애가 '착한척 하지마' 라고 하는데 왠지 속이 시원.


이상우 같은 오빠가 있으면 저라도 여동생 하고 싶...(쿨럭)


박영규-이미숙은 내 남자의 여자에 나왔던 하유미네 부부가 떠오릅니다. 아내한테 벌벌 기면서도 은근슬쩍 바람질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때문에 점점 드세지는 아내.


다음주엔 꼭 본방사수 해야지.


참.. 김수현 작가는 이미 방영전에 12부까지 각본을 다 넘겼다고 하더군요. 이게 24부작이던가 26부작인가 했던것 같은데..

시청률은 잘 나오고 있나..





    • 이상우-수애 사이는 보통 사촌 사이 이상인 듯...뭔가 있었을 것 같아요.
    • "피고름으로 쓴 대본"이라는 인어아가씨 대사를 김수현씨가 자기 작품에서 인용한 적이 있었어요."뭐 어디 나온 말처럼 피고름으로 쓴 것까지는 아니지만.." 살짝 비꼰듯한 느낌이었죠 ㅋㅋ
      맞아요. 향기가 철이 없어 보여도 상당히 사랑도 많고 예의도 바르더군요.
      김수현 대사는 죽일 것은 죽이고 강조할 것은 강조하면서 해야지, 죄다 힘주어 또박또박 하면 너무 장황하고 심지어 우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김해숙씨는 참 잘 소화하시는데 젊은 연기자들 보면서 오글거릴 때가 있죠.
      어쨌든 리얼리티 떼놓고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결함이라할 만큼 비현실적이진 않으니까요.
    • grey/ 김수현 작가가 이상우의 수애에 대한 감정은 사촌동생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배려가 전부라고 밝혔어요.. 이번 작품도 왠지 후반부에 원기옥의 정수를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ㄴ 이상우 그 허우대로 러브라인 하나 없음 아까운데...
      그리고 고모-수애 사이가 원만하지만 과거에 불편했던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사촌 간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 거죠. 사춘기때는 가까운 사람을 이성으로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게다가 수애같은 사촌 여동생이라면...이상우 같은 사촌 오빠라면...;
    • ㄴ 그쵸!! 소심하게 이 라인 밀어봅니다...;
    • GREY / 이상우에 대해서는 러브라인이 없음에도 극중 무게가 있다는 투의 기사를 봤을때 쭉 없을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사촌언니가 수애한테 질투랄까 컴플렉스를 느끼는게 고모가 데려온 아이라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수애를 편애해서 생긴거라는 설정인걸 봐서 불편했던 적은 없었을것 같고...
      키드 / 사실 본문에 쓸까하다 안썼는데, 김수현 드라마 캐릭터 같은 대사로 말하는 친구를 봤어요. 아나운서 출신인 어머니가 어렸을때부터 고운말, 정확한 발음, 풍부한 어휘를 쓰도록 교육시켰다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는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끔끔 / 저랑 같이 보던 신부님이 이상우가 수애를 부축해서 가는 장면에서 '저 둘이 훨 연인같다' 라고 하더군요..
    • 작가가 다른 사람이라면 서브 주인공인 향기와 사촌오빠가 커플이 된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또 모르겠네요.
      그리고 향기씨의 길고 긴 인생을 두고 봤을 때 그남자와 헤어져서 다행이에요.
    • 저도 드라마는 '막장'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잘 안보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아요. 수애의 여직원끼리 드라마에 대한 욕하는 장면만 봐도 김수현은 절대 그런식으로 엮지 않을 듯해요. (설마 수애의 엄마가 이미숙은 아니겠죠?) 그리고 특히 저는 김수현의 '문어체'식 대화법이 재미있어요. 서른살 여자들이 잘 몰라서라도 못쓰는 노숙(?)한 비유들요. 그리고 또 이미숙이 김해숙에게 지각한 거 화내지말라고 말할땐 "가시빼. 가시빼",그리고 김래원이 힘들어죽겠다는 표현을 "나 평생 너덜너덜거릴 것 같다"든가..그런 우회적인 표현들이 맘에 들어요. 근데 정유미는 참 착하긴 한데 턱수술을 한건지 발음이 살짝 새는 게 전 거슬리네요.아, 수애동생도 마찬가지고요. 이미숙의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김해숙씨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랄까! 진짜 연기와 대사호흡법이 완벽하신 것 같더군요. 아쉬운 점은 김래원. 외모가 많이 삭은 거 같아요.
    • 미나/ 저도 그런 생각하다가, 김수현인데 그건 아니겠지 싶었어요.

      송창의가 우정 출연한다는데, 사실은 커밍아웃을 위해...(죄송)
    • 영화 보기 바빠서 드라마 거의 안 보는데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고 있습니다. 수애가 너무 예쁘긴 한데 이상하게 이 드라마는 주연보다 주변인들이 훨씬 매력있어요. 김수현 드라마에서 유난히 빛나는 이상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이미숙과 박영규 비중에 비해서 너무 존재감 확실하고...정유미는 안됐다기 보다 그냥 답답합니다. 김래원은 뭔가 안타까와요. 연기 잘하는데 김수현 드라마는 안 맞는 거 같고...뭔가 흔하디 흔한 소재인 거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흡인력이 있는 게 역시 김수현이더군요.
    • 옛날에 기사나기론 죽은 수애 애를 향기가 키운다는 설정이 있었다는데 이게 고대로 갈지 모르겠네요
      슈퍼 호구 캐릭의 탄생일지
    • mii/ 수애는 죽고 래원이는 향기랑 결혼하나보네요? 어머머머~~~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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