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드업걸 짧은 감상
요즘 들어 끝장을 보는 책이 없었는데 오랜 만에 끝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어요.
수 세기 후 태국 방콕이 배경입니다. 쇠락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sf물이란 점에서
블레이드 러너의 분위기와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책에서 팽창시대라고 불리는 현 시대가 자원고갈-전쟁-전염병 등으로 몰락한 후
수축시대로 접어듭니다. 각국은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쇄국정책을 펴지만
전염병이 인간만 아니라 식물까지 몰살 시켜서 오염되지 않은 종자를 구하는 게
생존을 위해 절실한 상황입니다. 거대 식품회사는 이 점을 이용해 세계에 진출해
식량을 무기로 각국을 식민지화합니다. 칼로리맨은 이들의 첨병입니다.
이 시대의 식량은 에너지원의 의미도 더합니다. 사체는 메탄가스로 에너지화하고
인력이나 동물의 힘을 이용한 킹크스프링이란 동력장치로 공장과 교통수단이 움직입니다.
이런 디스토피아적 외연을 벗기면 정치풍자소설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칼로리맨에 대한 묘사도 IMF를 겪은 나라에서 금융자본에 대한 비유로 읽을 수 있고요.
무역성과 환경성이란 두 기관의 쟁투는 2000년대 들어 벌어진 태국의 정치 상황과 흡사합니다.
정치묘사가 너무나 사실적인 게 sf소설로서 재미를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복잡한 정치 상황이 600p가 넘는 분량과 여러 등장인물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펼쳐지는
묘사와 대사로 펼쳐집니다.
그러나 '와인드업걸'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책장이 금새 넘어갈 겁니다.
와인드업걸은 5스타스토리즈의 파티마가 생각나게 하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입니다. 그녀와 함께 잘 드러나지 않는 강력한 캐릭터가 있지만 그것은
읽는 재미를 위해 아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