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향유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갈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진단해 봅니다. 7-80년대 군사독재 시대는 영화의 암흑기였다고 합니다. 한해 수입되는 외화편수가 2-30편에 불과했다고 들었어요. 이건 오히려 5-60년대보다 더 줄어든 수치였다고 하네요. 그 당시 통치자들은 외화 수입 따위에 달러를 쓰는건 낭비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같은 화제작도 높은 수입가 때문에 들여오지 못하다가 90년대 중반 쯤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을 했죠. 그리고 검열 때문에 못 들어온 영화도 있었고요. 그러던게 80년대 후반 노태우 정권이 들어오면서 규제 완화가 되고 전설적인 작품들이 밀물처럼 몰려 들어왔어요. 지옥의 묵시록, 양철북, 아빠는 출장 중, 제트, 욜 등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뒤 늦게 개봉되었고요. 아마 90년대 초중반에 유럽 쪽 예술영화 상영 붐이 일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싶네요.
'향유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갈증'이란 amenic님에 동의하면서 몇가지 더 지적하면 소련 붕괴 이후 강단 좌파가 문화 연구로 전환 해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었고 멀티플렉스도 없던 시절 작은 극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 언론이 과대평가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따지면 지금 예술영화 관객이 90년대 비해 크게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부산, 대전, 전주 등에도 시네마테크가 있고 서울에 예술영화 전용관들, 영상자료원이 있죠. 단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않을 뿐이죠. 긍적적으로 생각하면 한국 문화 폭이 커지고 즐길게 많아졌다고 봐요.
80년대가 끝이나고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적 담론 대신에 문화적인 담론이 넘쳐나던 시대였어요. 신세대 엑스세대니 뭐니 하면서 대중문화와 소비문화 + 세계화의 물결 등.. 그런 가운데 청년층 사이에서는 더 이상 정치적인 행위 보다는 문화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던 때였죠. 물론 그것이 어느정도 (좋은의미의) '지적 허영심'도 있었겠지만, 제 생각에는 7-80년대 그토록 문화보다는 먹고 살고, 생존(민주)의 문제에 고민하다가 절차상의 민주주의를 이루고 나서 이제서야 비로소 개인적인 취향과,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던 그런 문화의 시대가 아닌가 싶네요. 90년대초 재즈가 인기있고, 트렌디드라마가 인기끌고, PC통신, 최영미 시집이 초베스트셀러가 되고, 배낭여행 등 세계여행이 서서히 인기를 끌고 그런 조류와 무관하지 않을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