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하고 한미FTA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반대를 하는건가?

오늘 회사에서 약간의 다툼이 있었어요. 한나라당 지지자인 저희 사장님과요..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YTN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를 하고 있는 여의도 현장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저에게 묻더군요. 당신은 한미FTA를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전 기본적으로 반대라고 대답을 했죠. 그러니까 당신이 농민도 아니고 축산업자도 아닌데 무슨 피해를 본다고 반대를 하냐, 오히려 싼 농산물을 먹을 수 있으니까 당신은 좋은 것 아니냐는 질책을 들었어요.

음.. 그래서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ISD(투자자-국가제소제도)를 얘기 드리니까 그런게 있었냐고 약간은 누그러진 태도가 되었어요.

즉 대부분 국민들이 한미FTA의 피해를 농축산업에 한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독소조항에 대하여 관심이 없거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하면 찬성 쪽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 같고요.

10월 30일에 ISD 조항을 놓고 FTA 찬성진영과 반대진영의 전문가들이 끝장 토론을 한다고 합니다.  이 토론은 꼭 한번 보려고요.

 

    • 농산물은 사오면 되니까 논밭 다 없어져도 된다던 김우중 생각이 나는군요
    • 반대하지 않는 입장에서 보면 이 "독소"조항이란 명명만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듭니다. 즉 이게 왜 독소조항인지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느낌이에요.

      단순히 투자자가 국가를 분쟁에 회부할 수 있어서 (정확히 말하면 제소는 아니죠, 중재를 하니까. 중재는 정식 재판하고는 다르게 국가의 정책 판단상 예외를 고려할 여지가 더 큽니다. 중재위원도 양 당사자가 선임하고요) 문제입니까? 그럼 이제껏 한국이 100개 넘게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에서 같은 제도가 있는 데 대해선 왜 아무도 독소조항이란 얘기를 안한건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그 독소조항이라고 불리는 민간 중재 제도를 이용해서 한국 투자자들이 조약 당사자 상대 정부의 국유화 조치 같은 데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죠. 느닷없이 미국에서 "시킨" 제도가 아니라 한참동안 이용된 제도이고, 그렇다고 해서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글쎄 투자자가 국가를 확 제소할 수 있다는군. 독소조항이래" 하는 태도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 전문가라 잘 아시겠지만 FTA에 포함된 간접수용 개념이 우리 법 체계에 없기 때문입니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죠. 직접적인 몰수나 명의이전이 아닌 일반적인 정부의 조치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규정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문제가 될것으로 보이는 것은 각종 부동산 규제와의 충돌입니다. 우리나라는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토지와 주택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죠. 이는 투자자-정부 분쟁조정 절차에의해 국제중재원의 심판을 받을때 옹호받기 힘듭니다. 이미 환경, 건강 등의 문제에서 이 조항이 독소조항으로 작용한 사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습니다. 한국도 EU와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상권 보호를 위한 SSM구제법이 좌절당했죠.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이 간접수용 개념과 ISD조항이 주권국의 사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년전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는 이 조항을 제외시켰죠(송기호 변호사도 이것만 제외시켜도 좋겠다며 양보안을 제안했습니다). 호주는 최근 아예 더 나가서 앞으로 체결할 모든 투자협정에서 이 조항(ISD)를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농산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죠. 당연한 상식이 왜 이런 식으로 무시당해야 하는지?
      • 미국인들은 못먹을 음식만 먹고 사는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리고, 품질보다 가격을 우선시해야하는 사람들도 있을 뿐더러, 요식업계의 입장이나 식당의 밥값은 생각 안해보셨나요?
        • 아뇨 통조림이 아닌 이상에야 먼거리를 지나온 수입농산물보다 가까운 산지의 농산물이 낫다는 건 상식이죠. 요식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생각해야 하는 사정이 있는 것이고요. 제가 호위호식만 하고 사는 것처럼 말씀하시면 곤란해요.
        • 그리고 농산물 가격을 운운하는 사장님 정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실제로 자기 먹는 음식에서 가격을 따질까요 질을 따질까요. 엔간한 구두쇠가 아닌 한 저는 후자 쪽에 겁니다. 그러면서 남에겐 싼 수입산이나 먹으라고 하는 건 못할 짓이죠. 그런 대화상의 문맥이나 뉘앙스가 있는데 무턱대고 딴지를 위한 딴지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 저라면.사장님은 무슨상관이 있으시길래 찬성하십니까? 라고 역질문 했을듯 하군요. 혹시 자동차업종에 근무하시는거라면 몰라도.어떤 사회문제에 대한 찬반태도를 물으면서 넌 무슨상관이 있길래 그러냐? 라는식으로 묻는다는건 정말 단세포적인 질문이라고 밖에는 할수 없네요.
    • 24601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입장은 다르지만 관련주제에 대해 차분하게 글 쓰시는 것도 다 잘 읽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국내 규제와의 충돌 문제는 일종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중재패널은 여러 고려를 하기 때문에 우리 규제를 당연히 무효화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고요. 그리고 규제 전반이 아니라 미국 투자자와 관련된 경우, 미국 투자자가 그걸 중재패널구성까지 가지고 갈 경우 이슈가 되겠지요.
      호주 케이스는 저도 최근 변화를 잘 못따라가서 방금 검색을 해봤습니다. 여러 설명이 있지만 해외 투자를 하는 호주 기업들은 국가와 일종의 계약을 체결하여 투자 분쟁이 생겼을 때 국가가 쉽게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가 불필요하단 얘기죠. (제가 참고한 글은 http://www.iisd.org/itn/2011/07/12/australias-rejection-of-investor-state-dispute-settlement-four-potential-contributing-factors/) 반면에 미국에 투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이런 보호장치가 없어서 이 케이스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loving_rabbit// 국내 규제와의 충돌 문제가 '가능성'의 문제는 맞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FTA 체결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가능성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의 문제는 미국인 투자자와의 충돌보다는 국내 기업과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한미FTA에서 규정된 투자자는 직접 투자자 뿐 아니라 주식을 소유했거나, 특허권이나 돈을 빌려줬거나 하는 것도 모두 인정됩니다. 즉, 미국인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정부의 규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현재 실시되고 있는 법률과 시행령에 따른 다양한 규제, 조세, 분담금 등은 문제가 안됩니다. 이에 대해선 부속서에서 양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상황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필요가 제기되는 규제는 미국인 투자자의 이해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부동산 분야에서 개발제한구역, 문화제보호구역 등을 새롭게 지정하거나, 개발이익환수제를 변경하거나, 환경분야에서 새로운 분담금 내지 규제를 시도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자 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인 투자자의 지위를 이용해 이러한 규제 시도 자체를 무력화 시킬 수 있죠. 그리고 이것은 기업과 국가의 직접적 충돌보다는 정부 내 친기업주의자들에 의해 분쟁발생 전 갈등이 일방에 유리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서 예를 들었다싶이 김종훈은 대기업의 SSM 진출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경우 한EU FTA가 실패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을 협박했었죠.

      말씀하신 호주의 케이스는 이미 우리나라의 기업도, 미국의 기업도 큰 규모의 해외 투자시 해당 국가와 그러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꼭 FTA의 ISD 조항이 아니더라도 최근 용인경전철을 둘러싸고 시행사측과 용인시의 갈등이 결국 국재중재원에서 용인시의 보상을 판결하는 것으로 끝난데서 알 수 있듯이 기업과 국가의 분쟁은 이미 여러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이 문제에서는 명명백백히 용인시가 잘못한 거죠). 문제는 FTA에서 규정되는 간접수용과 ISD 규정이 이 '가능성'을 매우 높일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 제가 통상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FTA를 추진하고자하는 주체와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을 듣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는데, 거꾸로 반대 진영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독소조항(ISD를 포함해서)에 대해서 후련한 해명을 본 적이 없어요. 해명이 있었지만 제가 알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요. 반대 진영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 추진 주체에서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런 점이 좋아지는데 왜 반대하냐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말씀하신대로 현재 우리나라는 85개의 투자협정이 맺어져 있고 이 중 81개협정에 ISD가 적용되어 있고 아직까지 단 한건도 투자자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제소를 한 적이 없다고 외교부에서 발표했어요. 하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과거에 한 건도 없었다고 앞으로도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봐요. 제가 30일에 있을 끝장 토론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런 점에서 입니다. "이런 문제점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반대측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고 만약에라도 발생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정부에서는 이런 대책을 세워 놓고 있다." 전 이런 답변을 듣고 싶은거에요. 타당하고 충분한 해명이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호주 뿐 아니라 이스라엘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ISD 적용을 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24601님, 아메닉님/ 경제적 효과도 소위 말하는 내정간섭 문제도 가능성이라는 24601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결국은 가능성의 무게를 비교하는 거죠. 다만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이런 겁니다. FTA 독소조항 몇 개, 이런 식의 선동만 돌아다니는 상황에선 논의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거죠. 지금 얘기 나누고 있는 isd만 하더라도, 예컨대 역으로 한국 투자자가 이 제도를 이용하거나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한 채 이 말만 들으면 자동적으로 "아 그거 독소조항" 이런 식의 감정적 반응이 나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메닉님/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이 최초로 체결한 FTA라 분쟁해결 조항이 없다는 얘기가 있네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소를 한 사례가 없다는 얘기가 강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아메닉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경제가 더 발전한 FTA 체약국 투자자가 상대 체약국 정부 제소하는 수가 더 많다는 건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입증된 얘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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