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입니다. 체벌, 상벌점제 다 반대해요!
훼이크 아니고 진짜예요! 듀게를 드나든 지는 벌써 4년째인데, 저는 아직도 고등학생.... ..... ,,,....
꽤 오랫동안 듀게를 거의 매일 들어오다시피 했는데도 저는 한번도 자신이 10대다, 혹은 청소년이다, 라고 밝힌(?) 분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뭐 저도 여태껏 눈팅만 하거나 가끔 댓글을 다는 정도의 듀게인에 불과했기에 저 같은 분들이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제 듀게에 올라온 학교 관련 글들 몇 개를 읽어 보고 나니,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말하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늘 망설이고 몇 번 끄적거리다 말았지요.
사실 저는 늘상 듀게에 올라오는 몇 가지 논쟁이라던가 정치, 경제에 관련된 게시물은 거의 피해왔습니다. 클릭해봤자 못 알아 듣거든요....흙흙.
나경원이든 박원순이든 보수든 진보든 우파든 좌파든 한나라당이든 야당이든 저에게는 다 똑같이 어려울 뿐입니다. 많이 알고 싶고, 또래에 비해서는 쬐끔 많이 아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도 인간인데, 자신의 의사와 견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인데! 조금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들 말이죠. 뭐. 학교, 하면 언제나 논란이 되는 체벌이나 상벌점제 그런 것들이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저는 체벌, 상벌점제 다 반대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졌건 결국 학생들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거든요.
너무 상투적이고 늘상 나오는 얘기지만, 체벌은 교권 남용입니다.(저는 솔직히 이 땅에서 교권이라는 단어가 어떤 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지를 보면 교권이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교사의 권리? 권력?) 순간에 일어난 문제를 손쉽게 매듯집고 아이를 편하게 통제하기 위해 자행되는 거죠. 저는 정말 사람들이 솔직해졌으면 좋겠는 게, 그깟 체벌 따위가 분명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녜요? 어른과 아이 관계에서 기인한 선생과 학생 사이에 성립된 위계질서를 내세우며 같잖은 논리들을 펼치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죠. 무엇보다, 맞는 건 그냥 싫습니다. 친한 사람들끼리 장난식으로 주고받는 주먹다짐이면 몰라도(가끔은 그런 것도 진심으로 화가 날 때가 있는데), 학교에서 벌어지는 건 절대 그런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잖아요. 왜 제가 '체육복을 입고 등교를 했다'는 이유로, '상의는 교복, 하의는 체육복을 입고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파란색의 점퍼를 입고 왔다'는 이유로 맞아야 하는지. 으. 진짜 그건 그냥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든 애들 기 죽이고 싶은 거잖아요.
최근에 읽은 김두식 교수의 책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청소년 인권을 얘기하시면서 제 의견을 제대로 정리해주셨더군요.
"규제하려는 사람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머리를 길러야 할 이유나 치마를 줄이고 싶은 이유를 학생들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제한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 제한 받는 사람에게 입증 부담이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중략) 두발과 복장을 규제한다고 해서 학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나왔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가장 잘 억제한 아이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지도자로 성장합니다. 청소년기에 머리 처박고 공부만 한 다음, 남은 평생을 그 억제된 에너지를 몰래 분출하는 데 씁니다. 교육 정책도 모두 그런 사람들이 쉽하고, 법도 그런 사람들이 만듭니다. 재판도 경쟁에서 이기고 또 이겨서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담당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들에게 재판을 받으면서 행복하십니까?"
상벌점제 또한 본질적으로 체벌과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규정들을 정해놓고 아이들 행동에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는 건데, 역시나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행하고 나면 돌아오는 결과가 체벌이 아닌 벌점이라는 것뿐입니다. (근데 뭐 선생님들마다 다 다르다는 것도 함정이예요.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리기만 한다던가, 무릎을 꿇게 한다던가, 벌점도 체벌도 둘 다 한다던가, 벌점만 한다던가. 다 제각각. 상점은 뭐... 거의 안 줍디다.) 저는 상벌점제가 결국 체벌로 자행되던 악습을 명문화 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름만 바뀐 거고 표면적으론 방식도 바꼈지만 본질적으론 체벌이나 상벌점제나 도진개진입니다.
더군다나 선생님들께 정말 여쭙고 싶은 것. 상벌점제가 시행된다고 하셨을 때 그것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답을 내놓으셨는지요?
물론 담배를 핀다거나 집단 폭력을 가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분명히 어떠한 규제가 있어야겠지요. 이런 것들은 강력한 규제가 있다 해도 다분히 일어나는 일들이니까요. 그렇지만, 그 규제들이 꼭 이딴 방식들로 행해져야 하는 겁니까? 정말 이 방법들 밖엔 없나요? 왜 우리나라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가장 폭력적인 또는 가장 유치한 행태로밖에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저는 우리나라 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아주 크게 두가지로 나누자면 1. 인권 보장 2. 참교육 이라고 생각합니다. 핀란드 학교, 프랑스 학교처럼 교육 받았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무척이나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도 조금씩의 발전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치만 현재 자꾸만 내놓고 있는 교육정책들은 결국 옥상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입학사정관제? 방과후 학교? '개선'하겠다고 열심히 내놓아 봤자 뭐해요, 애초에 시작부터가 잘못 되어 있는데. 그래 개선책이랍시고 나온 것들을 그 누구도 아닌 학생들이 몸소 체감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근데 저나 제 친구들이나 전혀 그런 거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내신 점수, 모의고사 점수에 절망하고 수능 점수로 대학 갈려 부류 나뉘고... 그런 건 변치 않다는 거잖아요. 진짜 개선, 진짜 변화, 진짜 발전은 최근 서울의 학생인권조례의 성과, 대학입시거부선언, 청소년인권보호단체 아수나로, 김예슬-공현의 자퇴선언이지요.
질문도 답도 없는 밍숭맹숭한 글을 남기고 저는 도망갑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막연히 고등학교라는 공간이 너무 싫었고, 그곳에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불의들이 부당하고 불합리하다는 걸 느꼈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지는 잘 몰랐죠. 2학년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의식있게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된 건, 트위터의 10대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아수나로 멤버들 또는 청소년 진보신당 당원들입니다. 그리고 어른 중에서는 김상봉 교수가 있습니다. 그분들에게서 제 견해를 이해 받았고, 제 생각이 잘못된 것, 비정상적인 게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10대와 학교에 관련한 논쟁이 나올 때 진짜 10대이자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의견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치만 언제나 횡설수설, 뒤죽박죽이었고, 제 속에 쌓인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정리를 해낼 수가 없더군요. 이걸 말하면 또 저걸 말해야 하고, 저걸 말하면 또 그걸 말해야 하는데! 하면서 글이 점차 산으로...가게 되는 거죠. 아마 지금 이 글도 그럴 겁니다. 듀게의 많은 어른(?)분들께서 보시면 제가 많이 부족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 의견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것 뿐입니다. 학교에서 말하면 말대꾸 한다고 뭐라 하거든요.
그럼. 안뇽 여러분.
저는 좀더,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더해서 정말 따뜻하고 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