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대만, 완득이 봤어요.
오직 그대만 - 예고편 그대로입니다. 예고편 보면 얄팍하고 달짝지근한 신파 + 뮤직비디오라고 얕잡아 보기 쉬운 작품인데 본 영화도 여기에서 크게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소지섭이 운동하는 장면들은 스포츠 브랜드 광고 같고 한효주와 소지섭이 둘다 나오는 장면들은 의류브랜드 카달로그 같습니다.
내용의 구성방식이나 작위적인 설정, 우연의 연속은 한참 나오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같고요.
그래도 전개는 휙휙 지나갔습니다. 시간 잘 가네요. 좋아하는 배우들은 아니지만 예쁘고 잘 생긴 배우 둘이 나와서 멜로를 연기하고 있으니
아주 보기 좋은 떡이에요. 배드신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언론플레이 하느라고 배드씬 어쩌고 하는데
싱겁습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묘사는 블라인드가 더 나았어요. 일일드라마 제목 같아 보이는 오직 그대만은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해줄만한 포장용기 정도로만
쓰여서 두 사람의 절박한 상황이 그렇게까지 와닿진 않았어요.
그러나 한효주와 소지섭이 너무나도 성실하게 연기한다는게 눈에 보여서 그런 점은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무게 중심을 중간에 잃은것 같아요. 후반부 묘사에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 급작스럽게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어서 후반부 호흡이 가파릅니다.
한 10분 정도 보강했다면 좋았을텐데요. 그런대로 화보 영상으로 흐름을 잘 유지하다가 후반부에 지나치게 잦은 우연의 반복으로 두 사람의 운명을 엮으려고 해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데이트 무비로는 좋은 영화입니다. 생각보다 쥐어 짜는 영화는 아니에요. 울부짖는 장면은 뜨악스러운 예고편에서의 절규가 다이고
소지섭 근육 팬서비스 장면도 예고편이 다입니다. 뚜렷한 조연급 캐릭터 없이 주연 배우 둘로 채워지는 영화인데 지루하지 않았다면 절반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것 같네요.
그리고 한효주가 참 예뻤어요. 새삼스럽게도. 연기도 한효주가 더 좋았지요. 소지섭은 원래 이 배우가 이런 남성적이고 똥폼 잡는 역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허세로 보인 면도 있었답니다.
완득이 - 대본이 좋았고 그 대본은 100프로 이상 이해한 김윤석의 딕션은 완벽했습니다. 대사의 리듬감을 쥐락펴락하며 캐릭터의 질감을 풍부하게 올려놨어요.
훈계로 들릴 수 있고 낯간지러운 비판의식처럼 들려질 수 있는 영화 속 수많은 대사들을 김윤석이 모두 명대사로 승격시켜 놨어요.
촌철살인 대사들의 힘이 상당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감상적인 교육물로 빠질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잘 풀어냈더군요.
큰 이야기 줄기가 없어서 약간 단조롭긴 했지만 똥주라는 지식인을 통해 그려지는 날선 사회비판과 의미탐구는 많은 부분에서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남겨줬습니다.
영화가 좋았지만 원작은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은 안 드네요. 유아인 캐릭터는 앤티크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근데 전 왜 이렇게 유아인이 별로일까요.
연기는 괜찮았지만요. 김윤석이 찐한 멜로 꼭 찍고 싶어 하던데 이 작품의 스핀오프 식으로 해서 똥주와 무협소설작가로 나온 그 배우(박효주던가요? 김윤석이 칭찬하고 추격자에서
형사로 나왔던)의 캐릭터를 살려
멜로물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흡사 2003년을 연상시키듯 좋은 한국영화가 많이 나온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