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무심코 저지른 패드립;;;
60대 중반에 접어드신 저희 어머니께서는 취미 삼아 건강 관리 삼아 겸사겸사 자전거를 즐겨 타십니다.
일 주일에 서너차례 타시는데, 적게 타시면 30km 정도, 많이 타시면 50km 정도 타고 오시지요.
그런데 자전거로 그 거리라는 게, 그냥 다녀오면 조금 심심합니다. 뭔가 추가로 즐길 거리가 있으면 좋지요.
저나 어머니는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 듣는 걸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페달질의 고단함도 조금 잊혀지고요.
컴퓨터를 다루는 데 소질이 없으신 어머니의 아이팟은 보통 제가 음악을 넣어드리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노래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뉘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노래 / 좋아하실 법 하다고 생각하는 노래 / 한 번 들어보시면 어떨까 하고 추천하는 노래.
첫번째 카테고리야 어머니가 지정해주시는 노래만 넣어드리면 되고, 세번째 카테고리는 그냥 제 입맛대로 조금씩 넣으면 됩니다.
그런데 애매해지는 게 두번째 카테고리. 가끔은 특정 가수들의 구력만 믿고 가사나 노래를 미처 확인 못 하고 넣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러다가 사단이 났습니다.
어제 저녁,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대뜸 아이팟을 제게 내밀며 물으십니다.
"야, 너 이 노래는 대체 무슨 의도로 넣은 거냐?ㅋㅋㅋㅋ"
"네?"
"내가 자전거 타다 말고 니가 넣은 노래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ㅋㅋㅋ"
"뭔 노랜데요?"
"이거 뭐냐, 조용필이냐 장사익이냐.... 노래가 고려장에 대한 노래가 있더라고ㅋㅋㅋㅋ"
".....네?"
"뭐 꽃구경을 가자면서 즈그 엄마를 업고 산으로 들어가 버리는데ㅋㅋㅋㅋ 이 엄마는 막 솔잎을 따서 뿌리고ㅋㅋㅋㅋ"
"ㅋㅋㅋㅋ 엄마, 내가 진짜로 의도하고 넣은 게 아니에요ㅋㅋㅋㅋㅋ 잘못 섞였겠지ㅋㅋㅋㅋ"
"아니ㅋㅋㅋㅋ 나는 순간 들어면서 '야가 내를 아주 보내버리고 싶은 건가' 싶더라고ㅋㅋㅋㅋㅋ"
...............문제의 곡은 장사익의 '꽃구경'이었습니다.
미처 가사를 확인 못 하고, 장사익의 절창과 구력만 믿고 일단 집히는 대로 넣은 곡이었죠.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아... 막상 직접 들어보니 어머니가 받았을 충격의 크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네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안장에서 고꾸라졌다고 하셔도 믿을 법 합니다;;;;;
낄낄거리며 웃어넘겨주신 어머니는 진정한 대인배셨어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