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듀게에서 구원받은 기분 (사진 펑)
아기가 다음주 화요일에 돌입니다.
저 & 남편 모두 엄청난 귀차니스트라 결혼식도 하기 귀찮았는데 주변에서 너무 하라고 해서 마지 못해 했죠.
웨딩플래너가 짜증냈어요. 왤케 연락 안 되냐고.
드레스 세 벌 입어보고 그 중 하나로 했고(예... 갈아입기 귀찮았어요)
당연히도 스투디오 촬영 같은 건 안했습니다.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해요.
예식장도 그런 쓸데 없는 거에 돈 쓰는 거 너무나 싫어하기에... 종로에 있는 교회 회관 같은 데서 했습니다. 그러나 신랑 신부, 친정, 시댁 어느 누구도 교회는 다니지 않는다는 거! ㅋ
식 올리기 한 보름 전에 정했는데(시식 뭐 그런 거 없고 처음 간 곳으로 지정!) 전 뭐 그냥저냥.
애초에 꿈 꿔온 웨딩 이런 게 없었어요. 전 제가 결혼할 줄 몰랐츰 ;
의외로 화장도 잘 되고 교회 회관도 반응이 좋아서 우야무야 잘 넘어갔죠.
이 회관이 얼마나 반응이 좋았냐면 ... 남편 후배 중 두 커플이나 더 여기에서 하더군요. ㅋㅋㅋ 저렴하면서 음식이 먹을만 했음.
뭐 이렇게 얼렁뚱땅 결혼하고 컨티넨탈에서 하룻밤 자고 (이걸 꽃잠이라고 한다네요)
도쿄로 밤도깨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ㅋㅋㅋㅋㅋ 완전 덕후 스멜.
신혼 여행을 아키하바라로.
뭐 삶이 대체로 계속 이런 식이었어요.
그런 지라
아이가 돌이어도 돌잔치 따위 전혀 할 생각 없었죠.
벌룬 아트 (이거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싫어합니다. 뷔페 싫어합니다.
내 애는 내 애니까 이쁜 거임. 이게 제 굳건한 신조입니다.
돌잔치=민폐 확신하고 있었죠.
그렇게 시간을 흘러 아이의 첫번째 생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인간적으로 "돌잔치 안해?" 이 소릴 백번쯤 들은 거 같아요! 과장 없이!
오늘은 마을 버스 옆에 탄 모르는 여자에게 욕먹었어요!
"아이 몇 살이에요"
"다음 주에 돌이에요"
"돌잔치는?"
"안하는데요?"
"후회할 걸...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
이런 루프가 무한히 반복됩니다. 인간의 얼굴만 달라질 뿐 컨텐츠는 완전 동일 ㅠㅠ
저도 인간인지라
뭔가 설득되기 시작하고
친정식구들의 꾸중까지 듣고 나니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애한테 큰 죄를 짓는 것만 같고?
아이의 인간관계를 미리 차단하는 거 같고??
내가 히키고모리라고 해서 애까지 그렇게 만들 건 없는데? 등등...
그래서 애낳고 처음으로 육아카페라는 델 가봤는데
일단 너무 늦었을 뿐더러
전 정말이지 그런 거 못하겠더라고요 ㅠㅠ
소규모, 직계가족 돌잔치라는 것마저도 ....
소박하게 가족 친지 내외 해서 15명 내외 한식으로 식사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찾았는데
이게 정말 진진바라나 용수산 같은 데 밖에 안 나와요.
그런데서도 미니돌상 같은 걸 해야만 하고 이게 또 비싸고. 엉엉.
진짜 어찌할 바를 모를 기분이 되어서
듀게를 찾았습니다.
별 기대 없이 입력한 세 글자 돌잔치. 검색된 글 다섯 개 중 퀴리부인님 글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구원받았어요. 머릿속이 포맷된 기분.
그래 원래 돌잔치는 아기 생일을 축하하는 거잖아?
걍 집에서 애가 좋아하는 과일 몇 개 놓고 떡 놓고 그럼 되는 거 아냐?
뭐가 그리 복잡해?
평일이면 뭐 어때? 올 사람은 오겠지.
정말 그렇게 하면 오는 사람도 부담 없고 부르는 사람도 부담 없는
애기 보고 싶은 사람들도 즐겁고 애도 편한... 그런 자리가 되겠더라고요.
나 이제껏 뭘 고민한 거지 ㅋㅋㅋ
답례품도 포토테이블도 성장동영상도 없는
어찌 보면 좀 무성의한 자리가 될 것 같지만.
전 엄마들의 그 유성의(!)가 진심 무서웠기에
걍 암것도 안하려고 합니다.
이참에 집들이도 겸하여...(7월 초에 이사왔는데 아직까지 집들이를 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