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준에 있어서 모자람과 충분함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미스코리아는 다 여자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여자인 것은 미스코리아가 되기에 필요 조건이다. 그러나 여자라고 다 미스코리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못생기면 미스코리아가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못생긴 여자라는 건 미스코리아가 되기에 필요조건은 갖췄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와 달리 키 크고 예쁘고 미용실 원장님과 친한 여자라면 미스코리아가 되기에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쓰고보니 생각나는게 참..)
Poem 님에 얹혀 가보면,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여자라는 조건이 꼭 필요한 반면 (필요 조건), 미스코리아라는 조건을 갖추면 그 사람은 100% 여자라고 볼 수 있겠죠 (충분 조건). 어느 쪽이 부분 집합이 되느냐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필요충분 조건은 양측이 쌤쌤일때.
vamos / 충분조건과 필요충분조건이 같지 않으니까요. 도식으로 보면 A가 참이면 B이다(B가 참이다) : A => B 라고 표현할 때 예를 들어 똥이 차면 배가 아프다라는 명제를 들수 있겠죠. A : 똥이 찬다 B : 배가 아프다 A가 참이면(똥이 차면) 당연히 B가 참이 됩니다.(배가 아픕니다) 그래서 A는 B의 충분조건이지요.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이 되려면 그 역도 참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B가 참이라고(배가 아프면) 언제나 A가 참인 건 아니지요(배에 똥이 차 있다)
vamos/ 전 솔직히 필요조건, 충분조건 이렇게 따로 쓰는 논리적 구절만 많이 봤어요. 필요충분조건은 (그냥 더도 덜도 없고 예외도 없이 기준에 딱 맞다)는 예사어로 더 많이 쓰이는 듯. 충분조건과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단어를 비교해보면 필요충분조건은 넘치는 것이 없이 서로가 서로를 지칭한다는 의미로 쓸 때 쓰이고, 충분조건이라는 말은 넘치는 기준에도 해당이 된다고 봅니다.
필요충분조건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크게 집합 개념으로 이해하는 방식과 실질 조건문 개념으로 이해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질조건문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더 근본적(primitive)이기 때문에 그 개념을 가지고 설명을 해보죠.
"x가 총각이라면, x는 남성이다." 이 문장은 참입니다. 총각이라는 단어의 의미 때문에 그렇게 되겠죠. 반면 "x가 남성이라면 x는 총각이다."는 문장은 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x는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총각이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참인 조건문 관계에서만 만족됩니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만족되지 않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필요조건이나 충분 조건을 따질 수 있겠죠. 참인 조건문을 만족시키는 관계에서 전건, 즉 '~라면' 이 붙는 쪽이 충분조건이 됩니다. 나머지 후건은 필요조건이 되고요. 이게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약간 까다로운 형태로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참인 조건문의 관계에서 전건은 후건의 충분조건이며, 후건은 전건의 필요조건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각의 예를 다시 한번 생각해서 표현의 의미를 유추해보자면, 어떤 x가 총각임을 만족한다면, x가 남성임을 보이는데 충분합니다. 반면 x가 남성임은, x가 총각인데 필요하죠. 일단 이게 기본적인 아이디어 입니다.
이 관계가 사실은 별거 아닌데 무지 헛갈리는 이유가, 제가 생각할 때는 이 관계가 실질 조건문에서 성립한다는 점을 잘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백과 사전에 보면, P가 참일 때 Q가 참인 것이 반드시 성립하면 P가 Q에 대한 충분조건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걸 기호로 쓰면 P ⇒ Q이고, P와 Q는 명제라고 나와 있습니다. 즉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명제, 다른 말로 하면 문장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저 화살표 기호는 논리학에서 조건문에 해당하는 연결사를 기호화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해당 사례가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헛갈릴 때에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 항목들을 문장으로 바꾸고 조건문 형태로 연결했을 때 반드시 참이 나오는지를 따져보면 됩니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죠. 인간은 동물이기 위한 필요조건일까요 충분조건일까요? x가 인간이라면, x는 동물이다. 이 문장은 맞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x가 동물이라면, x는 인간이다. 이 문장은 틀린거 같아요. 그렇다면 x가 인간이라는 것은 x가 동물이라는 것의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닐겁니다.
vamos/ 동물은 인간이기 위한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저런 표현은 헛갈리는데 조건문 형태로 변환해서 이해하려고 하면 맞다는걸 알 수는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저런 표현은 일상 대화에서는 아예 쓰지 않는 편이 낫고, 학술적인 목적에서도 논의를 정리하거나 해당 종사자들이 논의하는 내용에 관해 잘 알고 있을 때만 쓰는 것 같습니다.
산체/ 묻어서 질문 좀 드릴게요. "실질조건문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더 근본적(primitive)"이라는 말씀의 의미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동등한(equivalent)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말씀하신 예들에서 총각, 남자, 인간, 동물 등의 의미, 정의 자체가 결국 집합 개념에 의존하지 않는가 싶어서요. 집합이 실질조건문에 의해서 정의된다는 의미에서 후자가 더 근본적인가요? 집합 개념 없이 실질조건문에 대한 참, 거짓 판별이 가능한가요?
의견을 나타낼 때 필요충분 조건 개념을 사용하는게 얼마나 효율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설명드린 실질조건문은 요소 문장의 참 거짓을 통해 문장 전체의 참 거짓을 결정하고, 그것을 통해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을 판정하는 방식이거든요. 하지만 내가 의견을 개진할 때에는 그런 실질적인 참 거짓의 문제를 그렇게까지 엄밀하게 고려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취학의 기회가 허용된다면, 교육의 평등이 이루어진 것이다"라는 문장을 참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걸 거짓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조건문 문장의 참 거짓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객관적인 수준에서 논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취학의 기회가 허용되는 것이, 교육 평등의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방식으로 이런 기술적인 개념을 사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취학 기회가 허용되어야만, 교육 평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는게 똑같은 의미를 전달하면서 훨씬 효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리벌/논리학의 언어는 수학의 언어, 예를들어 집합론을 구성하는데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의 언어가 논리학의 언어를 구성하는데 쓰이지는 않죠. 집합론을 도입하지 않고, 문장과 조건문, 양상 개념만 가지고도 충분히 필요충분조건을 따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각, 인간 같은 일반 명사를 다루는 표현들이 암묵적으로 어떤 집합을 가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수학에서 쓰이는 집합 개념으로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수학에서 쓰이는 집합 개념은 훨씬 기술적으로(technical) 규정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수학에서 쓰이는 집합 개념을 구성할 때 논리학의 언어, 특히 참, 거짓의 진리 값이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필요 충분 조건이라는 개념은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개념이라기 보다는 고도로 기술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논리학이나 수학에서 다루는 관계들을 간편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생긴 개념이 아닐까요?
+) 일상적 개념/기술적 개념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할 때 기술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하신 얘기는 전적으로 동감하며, 유익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일상어에서 종종 그 개념을 차용하는 것은 주장-의견의 의미를 보다 명료하게 하기 위해, 기술적 엄밀함을 근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analogy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차용의 목적이 잘 달성되는지 여부는 그 때 그 때 다를 텐데, 일반적으로는 얘기하신 것처럼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nadju님 얘기가 맞네요. "되어야만"과 "되면"은 전혀 다르니까요. "되면" > "되기만 하면"으로 바꾸신 게 더 낫네요.
+) vamos님께 제 생각을 약간 부연하자면, 위 예문은 "동등한 취학 기회", "교육 평등"의 정확한(엄밀한) 의미가 주어지지 않으면 참, 거짓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 평등"에 대한 자신의 정의(definition)를 개진하는 의견(또는 동어반복)일 뿐, 타당성/설득력의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위의 예문만으로는 "교육 평등"의 정의에 대한 화자의 의견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