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에 대한 잡담

중간중간 딴 길로 샜었지만 그래도 HOT부터 SM 가수 팬질 꾸준히 해오다 보니까 취향이고 아니고 좋고 아니고를 떠나서 SMP 스타일의 음악을 마치 흘려듣는 발라드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1인입니다. 새로운 노래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화제가 되긴 했지만, SMP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호기심이 일어나고 분석됐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 웹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그런 화제를 많이 봅니다. 역시 소녀시대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봐요. 물론 여가수의 SMP라는 점에서 신선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SM 소속 다른 가수들의 SMP 첫시도엔 이렇게 장르 자체가 화제가 됐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가장 자주 눈에 띄는 화제는 도대체 SMP라는 게 뭐냐, 이건 SMP고 저건 아니냐.. 류의 의문들인데요, SM 음악을 꾸준히 들어왔던 입장에서 생각하는 SMP는 그냥 소속가수들의 모든 무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SM가수들의 무대를 보면 팀마다 색이 있고 꼭 눈에 힘을 주고 강렬한 퍼포먼스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유의 병신 같지만 멋있어.. 싶은 색이 있잖아요. 전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그냥 아, 쟤들 SM이구나.. 싶은 그 느낌 자체가 SMP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SM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종류의 무대라고 표현하면 더 정확할까요?

 

SMP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글들을 보면 사회비판적인 가사나 여러 종류 비벼서 쌈싸먹는 장르, 격렬한 군무를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등을 특징으로 내세우는데요. 대부분 사회비판적 가사에 초점을 맞추느라 전반적으로 강도가 약해도 독립 전까지 가장 꾸준히 SM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해왔던 신화를 SMP의 계보에서 빼버리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사회비판적 가사에 대한 부분을 뺀다면, 비교적 강약조절해왔던 다른 팀들과 달리 꾸준히 강력한 퍼포먼스 노선을 지키던 신화야 말로 SMP 계보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하거든요.

 

 

SMP의 특징에 대한 포인트를 굳이 가사에서 잡는다면 그건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아니라 비트에 가사를 우겨넣는다는 점이죠. 외국곡을 번안or편곡하는 경우에 이러한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지만, 아무래도 비트 위에 멜로디를 씌우는 스타일의 유영진이 수장으로 있는 집단이다 보니 (실제로 유영진은 본인 스스로 가사의 의미를 포기하는 대신 라임을 살린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10아시아에서 봤던 기억이 있네요.) 전반적인 성향이 가사의 내용보단 가사의 리듬감에 치중하고, 그러다보니 기괴한 가사가 탄생하는데 그런 부분이 화제가 되다 보니 가사가 더욱 기괴해지고... 이런 흐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영진을 제외하고 SM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중 가장 비중있는 인물인 켄지 역시 본인이 확실하게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만들어내는 음악의 성향을 봤을 때, 가사의 의미보단 리듬감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인 것이 분명해 보이고요. 

 

초기엔 순수하게 가사의 리듬감에 치중해서 만들어낸 기괴한 가사들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엔 아마도 그것 자체가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를 거둔다는 점을 노린 전략적인 부분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에프엑스의 피노키오 같은 경우엔 비교적 멀쩡한 가사로 녹음을 다 마쳤는데 수만느님이 '그래도 에프엑스 노랜데 가사가 너무 평범치 않냐..' 라고 하는 바람에 가사를 바꿔서 다시 녹음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죠. 올해..........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 간 최악의 가사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천상지희의 '나 좀 봐줘'의 경우에도 그런 의도에서 조금 오버한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 가사가 아니었다면 천상지희의 이번 컴백이 조금이라도 주목받았을까요? 그냥 음악방송 몇 번 출연하고 조용히 묻혔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그나마 아, 쟤네 나왔어? 정도의 반응이라도 불러일으켰던 것은 대부분 그 듣고 있기 괴로운 가사 덕분이었죠.

 

사실 SM이 그냥저냥한 아이돌 기획사였고 팬덤도 그럭저럭이었으면 아, 저런 애들도 있구나... 할 일인데 현재 가요계가 너무 아이돌판이고 그 판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SM이다 보니 새로 나올 때마다 너무 화제가 되고 그래서 그 SMP라는 장르의 과장성에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원래 노래들을 때 일부 발음 정확한 가수 아닌 이상 가사를 찾아보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는 막귀 덕인진 몰라도 처음부터 SMP의 오글거리는 가사에 대한 면역이 강했던 것인지 SMP의 부끄러움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종종 즐거워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샤이니가 다음에 컴백할 땐 '루시퍼'보다 '산소같은 너' 같은 노래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산소같은 너'도 SM이 아니면 국내에선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일종의 SMP였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본격적인 남성적 SMP의 장르는 그냥 쭉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를 위해 남겨뒀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것보단!!!! 아미고2를 불러도 좋으니 한국활동 좀....;ㅁ;

    • 억... 어렵네요;; 처음에 SMAP 얘긴줄 알고 클릭했는데... 웍...
    • 소시 신곡을 두고 SMP 얘기가 자꾸 나오길래 저도 "뭥미...?"하면서 넷 검색 중이었습니다. 마치 저의 질문에 답을 해 주신 것 같은 글, 감사드리구요. 가장 전형적으로 SMP 스타일이 드러나는 곡을 몇 곡만 추천해 주신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꾸벅~
    • [애초에 SMP라는 이름도 자기들이 생각해낸 개념이 아니라 팬들과 안티들이 놀림섞어 부르던 건데 SM이 넘사벽으로 떠오르면서 재평가 되고 있어 우왕.... 역시 사람은 성공하고 봐야됩니다.]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지만 그냥 '근래 새로이 정의된 SMP는 소속가수들의 모든 무대이다'라고 제 안에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어차피 SM팬들과 저의 생각은 평행선인 것 같으니 이렇게 정리하는 게 좋겠어요.
    • 이인/ 한마디로 그냥 SM 가수들이 부르면 SMP라는 얘깁니다. 너무 말을 늘어놨죠? ^^;;

      intrad2/ 전형적인 SMP 스타일이라... 보통 HOT-동방신기의 타이틀곡 라인을 많이 꼽죠. 전사의후예-늑대와양-열맞춰-아이야-아웃사이드캐슬, 트라이앵글-라이징선-오정반합-주문-왜.. 개인적으로 SMP다 아니다 말은 많지만 그래도 SMP적 스타일이 잘 드러난 노래라면 샤이니의 링딩동이나 에프엑스의 누에삐오를 꼽습니다.

      words/ 맞아요. 사람은 성공하고 봐야하고, 그 놀림을 자부심으로 승화시킨 정신승리가 SM의 성공비결 중 하나죠.ㅎㅎㅎ 제가 본문에서 말했듯이 SMP는 소속 가수들의 전반적인 무대고 저는 그게 훌륭하다 멋지다라고 얘기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오래 듣다보니 그게 제 취향과 상관없이 익숙할 뿐이고, 제가 샤이니를 좋아할 뿐..^^;; 덧붙이셨던 질문에 대한 답을 쓰다가 삭제하셔서 좀 허탈해졌는데, 그냥 저런 회사에서 저런 애들도 나온다.. 정도로만 정리하시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 비트에 가사를 우겨넣는다는 점. 정확한 분석인 것 같아요.
      글고 신화가 SMP 계보의 기둥과 같다는 점 정말 동의합니다.

      다른 몇몇 분들이 사회비판적 가사가 들어가야 SMP라고 하는데
      가사로 음악 장르가 구분된다는 건 전 납득이 안되네요 ^^;;
      '이 노래는 노래 구성이나 멜로디는 락인데 가사가 락 같지 않아서 락이 아니야..'
      신화의 노래가 사회비판적 가사가 아니라서 SMP가 아니라면, 그 노래들은 가사만 바꾸면 장르가 SMP로 짠 하고 바뀌는 건가염.

      어쨌든 저도 샤이니 좋아합니다 으하 *^^* (저도 샤이니는 SMP보단 누난-산소같은-줄리엣 라인이 훨씬 좋아요 )
    • SMP를 음악 장르라고 하긴 좀 그렇죠. 사실 '그냥 개폼'이고 좀 길게 적으면 '유영진 취향대로 그냥 개폼' 아닌가요. 으허허;
    • ㅋㅋ 근데 음악 평론가들도 하나의 장르로 규정을 하고 평가를 하더라구요.
      걔네 소속 가수들도 '이번 타이틀곡 장르는 에쏌피구요' 이러자나요 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전통도 오래됐고 그 소비자층도 워낙 넓고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욥 ㅋㅋㅋ
      근데 장르라기 보다는 사실 유영진의 작가성이죠 뭐 ㅋㅋㅋ 영화로치면 '타란티노 영화' 느낌 혹은 '로드리게즈 영화' 느낌 처럼 '유영진 노래' 뭐 이런 개인적인 작가성이겠죠 근데 유영진 저 사람 곡을 워낙 미친듯이 써제끼니까 장르라고 불릴만큼 양이 쌓였네요 풉.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한국이라 가능한 일입니다.
      근데 워낙 독특하긴 해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음악이죠 ㅋㅋㅋ
    • fysas/ 답변 감사합니다.

      디자이너 샤넬에서 출발한 브랜드 샤넬이 소속 디자이너들의 인적 변경에도 불구하고 영속하는 특정 회사의 패션 스타일을 갖게 된 것처럼, SM, JYP, YG는 그 회사 자체의 음악적 스타일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디자이너 톰 포드와는 별개로) 구찌의 팬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동방신기나 소녀시대와는 별개로) SM 자체의 팬이 나타나게 된 것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어떤 새로운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도니다코/ 랩도 아닌 멜로디 부분 가사의 라임을 맞추기 위해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는 유영진의 작사는 가끔씩 눈물겨울 지경이죠.ㅎㅎㅎ 솔직히 HOT는 팬덤빨이었고, 전 유영진의 (여전히 SMP스타일이면서) 대중성이 극대화됐던 상대가 신화와 SES라고 생각합니다. 좀 병신 같긴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멀쩡하면서도 개성있는 노래들을 잘 만들어냈었는데.... 반면에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퀄리티면에서 극대화됐던 상대는 플라이투더스카이라고 생각하고요. 가끔 샤이니한테도 좀 Sea of love 같은 노래 만들어주세요ㅠㅠ 하고 싶은 심정; 샤이니 좋아하신다니 반가워요!!!

      로이배티/ 정확히 말하자면 장르라기보단 그냥 스타일인 거 맞죠. SM 스타일의 음악=SMP, 그런데 SM은 분명 이 노선을 계속 유지할테고 한 10년 쯤 후엔 정식으로 분류되는 장르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긴 합니다.

      intrad2/ 그렇죠. SM이 굳이 SMP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지칭하고 있긴 하지만 JYP나 YG 역시 스스로의 음악스타일에 이름을 붙여도 충분할 만큼 제작사별 색깔이 뚜렷하죠. 과연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흥미롭습니다. :D
    • 결론 부분에 특히 공감합니다..ㅋㅋㅋ 유영진은 최근에 쏘리쏘리, 링딩동 스타일의 노래를 계속 내놓고 있는데 이번에 슈퍼주니어의 미스터심플은 SM측에서는 '이건 바로 슈퍼주니어만의 장르'라는 식으로 홍보하지만 곡 자체도 그렇고 반응도 그렇고 별론 것 같아요. 앞의 두 곡은 신선하고 좋았지만 미인아부터는 평론가나 중학생이나 누가 들어도 저번에 잘됐다고 또 비슷하게 나왔구나 하는 느낌이었죠;; 무엇보다 미스터심플은 들을 때마다 촌스럽게 느껴져서 싫어요..반면 리패키지로 나온 아차는 퍽 좋아요. 저는 요즘 지누 또는 히치하이커가 SM과 같이 작업하고 있다는 게 참 흥미로워요. 히치하이커가 요즘 에프엑스랑 작업한 아이스크림, 피노키오, 빙그르 같은 노래들은 좀 SES와 유영진 조합에서 나오던 노래들을 연상시켜요. 적당히 세련되고 말끔한 노래들이라는 점에서. 히치하이커는 요즘들어 자기가 곡을 쓰는게 아니라 무언가가 자기를 통과하는 것 같다는 부러운 얘기를 하던데 그러고보니 샤이니하고도 또 좋은 곡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시침/ 히치하이커가 샤이니와 작업한 Electric heart는 정말 명곡이죠. 그 노래 들으면서 SM 혹은 유영진 특유의 비트를 중심으로 한 스타일에 자기 개성과 샤이니의 장점까지 녹여낸 히치하이커느님의 능력에 무릎을 꿇었답니다. 너무 비트가 쪼개지고 화음이 겹쳐서 콘서트 라이브 무대에서 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일 정도로 이 노래 너무 좋아요. 전 이 분이 소녀시대와 함께 했던 쇼쇼쇼가 별로여서 별 기대없었는데 샤이니나 에프엑스와는 참 궁합이 좋은 것 같아요. 다음 앨범에선 좀 더 곡수 늘려서 작업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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