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공하신 분들께 질문. 형법은 개정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그래도 꾸준히 개정/정리하려는 노력이 있는 민법에 비해서 형법은 잘 개정이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특별법 식으로 만들곤 하는 것 같은데

 

이 경우 기소 항목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문제가 있어서

 

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조항의 조건에 맞지 않아서 처벌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는데요.

 

이렇게 불합리한 경우를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그러니까 형법 본문을 개정하지 않고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법적인 이유요. 국회의원들한테 물어봐야하나;;

 

절차적으로 형법은 개정이 어렵다거나, 혹은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할 법이라서 개정을 잘 하지 않는다던가.

 

실체적 진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잘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궁금해졌습니다.

 

더불어 기소를 좀 포괄적이라거나 법원에서 드러나는/인정되는 실체적 진실에 따라 상황에 맞게 변경 할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없는건가요?

 

그렇게 하지 않는 혹은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법 전공자도 아니고 문외한이라서 전제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 있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호기심에 한번 여쭈어봅니다.

    • 학부전공이지만 아는한에서 적어보자면



      지금있는 특별법을 다 형법에 때려박으면 오히려 더 복잡하게될듯합니다(보기좋지도않죠 325조의 1,2,3...이런식으로 줄줄이 달아야 할테니)



      또 당사자간 합의가 중요한 민법과 달리 형법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강한지라 정의규정과 절차규정이 엄밀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이걸 특별법으로 만들지 않고 기존 형법에 때려박으려면 체계상 통일적으로 만들기어렵겠죠

      보통 정의규정은 맨앞에 위치하는데 모든 특별법의 정의규정을 몰아서 형법앞쪽에 배치한다?

      보기좋지도않을뿐더러 많이 헷갈릴겁니다



      그리고 공소제기할때

      포괄적으로는 못합니다

      다만 예비적,택일적으로 추가해서 제기하는건 가능합니다

      근데 잘안하죠



      그리고 공소장변경도 가능합니다

      단 공소사실이 동일할경우에만



      절도로 해놓고 살인으로변경한다

      이런거 안됩니다(이런건 별건으로 공소제기)



      포괄적공소제기나 제한없는 공소장변경을 허용하지않는 이유는



      일단 피고인의 방어권보장



      법정에서 검사가 갑자기 짠~하면서 듣도못한 혐의를 들고 나오면 피고인은 황당하죠

      공소죄명을 계속 바꾸는경우도 마찬가지



      그리고 판사도 피곤합니다



      제한없는 공소제기 공소변경은 제한없는 판사의 업무랑 동의어겠죠



      검사가 딱 찍어서 기소한것만 판단해도 일이 많습니다



      스맛폰으로 쓰는거라 두서가없네요
    •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처벌을 막아야 한다는 법언이 있습니다.
      현실과 많이 괴리된 상아탑 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법적 안정성과 보장 목적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현대 형법 이전에 빈번했던 형법에 의한 인권 침해에 대한 반성과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 같은 내용의 규정을 형법에 규정하든 특별법에 규정하든, 적용되는 법률의 명칭만 달라질 뿐 재판 결과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처벌 규정을 특별법 대신 형법 본문에 둔다고 하여 지적하신 문제점(검사가 잘못된 형벌 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 것)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검사가 잘못된 형벌 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 것은 검사가 특별법을 형법보다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특별법을 잘 모른다면 공판 업무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봐야죠), 해당 조문의 해석상의 잘못(또는 차이), 판단 착오 등이 원인 아닐까 합니다.
    • 1. 기소를 너무 포괄적으로 하면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도 장소도 피해자도 특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였다"면서 기소된다면?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뭘 갖고 얘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겁니다) 기소할 때에는 공소사실을 특정해야 하지만, 너무 지엽말단적인 것까지 다 특정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별것 아닌 사소한 사실 하나가 틀렸다고 해서 범죄자를 풀어 줘야 한다면 이 또한 문제겠죠. 양자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로 특정할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지만(범죄마다 그 정도가 다 다릅니다), 가장 기초적인 원칙만 말하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2. "법원에서 드러나는/인정되는 실체적 진실에 따라 상황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보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검사가 공소사실이나 적용법조를 변경하는 것이고(이를 "공소장변경"이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스스로 기소된 것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합니다. 예컨대 절도죄로 재판받고 있다가 느닷없이 상해죄를 추궁당한다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방어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는 형사소송법 책을 참조하세요. "공소장변경"을 찾아 보면 됩니다. (재미삼아 조금만 예를 들자면, 장물죄를 절도죄로 공소장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강도상해죄를 장물취득죄로 공소장변경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또한, 강도상해죄의 범죄사실을 절도죄와 상해죄의 범죄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공소장변경 없이도 법원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살인죄의 범죄사실을 폭행치사죄의 범죄사실로 인정하려면 공소장변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 기타 등등. 이런 식이죠.)
    • 기소 기술상의 이유로 무죄가 나오는 것이 안타까워 기소와 유죄판단의 재량을 넓혀주다보면... 모든 법이 국가보안법이 되어버리겠죠. 어떤게 안타까우신 건지는 알겠는데 형법의 대원칙이라 할 것들을 허물어가며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고, 결국 이른바 법조인들이 조금씩 제 역할을 해주실 바랄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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