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

* 일전에 수원역에 대한 이야길 했는데, 만만해보이는 사람만 붙잡는거 같아 기분나쁘다는 제 얘기에 멋진징조들 님께서 그 분들 아무나 붙잡으니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이 글은 그 리플에 대한 반박(-_-;.)이 아니라, 그냥 일상잡담입니다.

 

잠깐 애경 부근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와보신 분or사시는 분은 잘아실꺼에요., 애경1층엔 콩다방인지 별다방인지가 있는데, 가게로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홀(?)한복판에 탁자랑 의자 놓고 장사한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앉아있거나 옆에 명품매장에 서 있으면 밖이 훤히 보입니다. 거기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밖에 '그분들'이 보이시더군요.

넓은 지역에 걸쳐 이분들을 만날 수 있지만 저같은 경우는

 

 

 

이곳과

 

 

 

이곳에서 이분들을 자주 마주쳤습니다(사진은 다음 로드뷰에용).

수원역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선 의외로 적게 마주쳤습니다. 하긴. 거긴 예수천당불신지옥국이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는걸 고려한다면 현명한 선택이겠지만.  

 

복장은...

보기에 따라 후줄근할 수 있는 복장에 살짝 남루한 운동화나 단화,  평범한 외모. 그리고 백팩이든 크로스백이든 가방을 가지고 있죠.

가끔 약간의 화장이나 까만 구두를 신은 여자분, 마찬가지로 다소 남루하지만 정장틱하게 입은 남성들도 있지만 제가 마주친 '그분들'은 대부분 그런 캐주얼한 복장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접근합니다. 흔한 표현으로 도를 아십니까지만, 저렇게 물어본건 예전에나 그랬고 이젠 그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걸 알게된건지 요즘은 이렇게 얘기안하더군요.

 

"기운이 맑으세요"

"안좋은 일 있으시죠?"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좋은 말씀 전해드리려고요"

"힘이 느껴지세요"

"잠시만요, 제 얼굴 한번 바라보시겠어요?"

 

등등.

얼핏 들으면 당신이 깨닫지 못한 내면의 포스를 일깨워줄터이니 제다이 아카데미에 들어오라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아무튼. 지인을 기다리는김에 부근에서 살펴봤습니다. 더군다나 지인이 30분을 지각해서 도합 한시간정도를 지켜봤어요.

재미있는건 적어도 제가 지켜보고 있는 동안 건물안에는 안들어오더군요. 초대받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뱀파이어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익숙한 방식이죠.

저처럼 아예 인상쓰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인상을 보이면 그냥 스윽 빠지지만, 경우에 따라 아예 옆에 함께 빠르게 걸어가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서있거나 서성거리고 있어도 접근합니다. 이 경우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고, 넌 떠들어라 난 안들을테니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엔 어떤 사람에게 접근하는가. 멋진징조들님 말씀처럼 공통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접근하는 나이대도 의외로 다양합니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층에게 접근하기도 하지만, 40대로 보이는 아줌마에게도 접근합니다. 반면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겐 접근하지 않더군요.

제가 지켜본분은 여자분이셨는데, 딱히 성별을 가리진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역부근에 무척 매우 몹시 많은 노숙자들에겐 성별 나이 무관하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종교활동이라면 흔히 소외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하는게 어찌보면 '마케팅'방식으론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절대 접근하지 않는것인지 제가 본 타임에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켜본지 20분정도 흘렀던가요. 어느새 사람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여자분인건 똑같았지만 좀 더 젊고 차려입은 인상의 여자분이었습니다.

앞의 여자분은 말을 걸어도 사람들이 휙휙 그냥 지나가는데, 이분에겐 의외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본론'이 나오면 다들 그냥 가는 느낌이었죠.  

듣지 않고 멀리서 지켜봐도 어떤 상황인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메피스토가 보이는 반응"과 비슷하니까요.

 

다리도 안아픈지 계속 돌아다닙니다.

접근할때의 걸음은 무척빠르고, 또 경쾌합니다. 멀리서부터 이들을 인식하고 주위를 살피며 걷지 않는다면 이들의 접근을 막을 수 없을만큼의 속도죠.

경우에 따라 무척 오랜시간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오랜 시간 이야기했던건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셨습니다.

이때, 인근에서 또다른 누군가가 옵니다. 그러니까, 2:1의 상황이 됩니다.

그때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분은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누가 마중나온건지 그냥 갑니다.

아까 합류한 2명은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명은 왼쪽으로, 또다른 한명은 오른쪽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위에 나열한 상황들이 반복됩니다.

 

긴시간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지켜보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에 포섭되는 사람이 있긴 있나보다, 보통 뉴스나 사회적으로 이런 곳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걸 스스로도 아는 것일까(하긴 알긴하겠지만 신경쓰는건 아니겠죠).

 

마무리 지으려는데 할말도 없고 호빵사러갑니다. 야채호빵보다는 단팥호빵의 비중을 높게 잡을 생각입니다.

 

 

 

 

 

    • 저는 '대학생이세요?' '대학생인데요, 동아리에서 설문조사하고 있어요' 버전을 최근에 많이 들었었어요..
    • 사람들이 나를 건드리지 않은 건 내가 크기 때문인가 내가 밖을 잘 안나가서 그런 사람들과 마주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인가
    • 고현학적인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D
    • 제다이하니 생각나는데요. (구)듀게에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도를 아십니까'에 대항해 저도 제다이교를 설파한 적이 있었죠. 진지하게 10분 동안...
    • 저는 제가 잡아놓고 한 3시간 이것저것 물어본 적 있어요. 너무너무 궁금해서. 음료수도 사구요. 미쳤지 내가...
    • 수원 주민인데, 요즘은 주로 '씨X 안꺼져?'를 사용합니다.
      아직까지는 백전불패.
    • 제 닉네임이 말머리에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ㅋㅋ!!
      저한테는 주로 "학생이세요?" "학생이시죠?" 라고 물어보며 접근하던데 좀 기분이 그렇기는 해요 -.- 대학교 졸업한지가 몇 년 전인데 이 나이에 어려보인다는건 얼굴이 동안이라는게 아니라 스타일이 촌스러워보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흑흑
    • WithWind/
      헐, 제 지인도 학교내에서 당한적 있는데 님처럼 1시간인가 2시간 붙잡고 '토론'을 했다고 하더군요.

      멋진징조들/
      ㅋㅋ놀래실꺼까지야.
      근데 그렇게생각하시나요. 전 나름 기분 괜찮은데ㅎ. 이분야 최고는 술집에서 검사하는 민증이죠. 괜히 뿌듯해진다능.
    • 그분들은 둘 이상 같이 걷는 사람들하텐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나름 좀 불운한 분들이라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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