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서재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고서점 서유기를 읽으니, 제가 요즘 애써 잊으려고, 무시하려고 했던 고민이 떠오르는군요. 


저는 지금보다 더 큰 서재를 갖고 싶습니다. 크기는 평이나 제곱미터로는 잘 모르겠고...큰 방 두 개 정도의 서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러려고 현재의 집을 산 것입니다. 현재의 집에는 지하실이 있기 때문이죠. 이 지하실을 개조해서 겹겹이 책장을 놓고 도서관처럼 듀이 분류표를 붙이고 가운데에는 독서용 소파를 놓자고 구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하실에는 습기가 찹니다. 땅 자체에 습기가 있다고 이웃들이 그러더군요. 따라서 이 지하실은 정말 그냥 지하실로만 놔둬야지, 서재를 꾸미면 책이 망가질 거라는 것입니다. 저는 책이 망가져도 좋으니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만, 돈만 낭비라고 주변에서 말리더군요. 결국 제가 원하는 꿈의 서재를 가지려면, 큰 집이 필요합니다. 


책을 산다는 것은 공간을 사야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집을 사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재산세도 내야하고, 집이 커지면 당연히 난방비, 냉방비도 올라갑니다. 그러면 책을 한 권 더 산다는 것은 1) 책 값 + 2) 집 값 + 3) 재산세 + 4) 난방비 + 5) 냉방비 + 6) 대출 이자비용 + 7) 혹시 이사를 가게 된다면 증가하게 될 이사비용 + 8) 책장 비용 + 9) 늘어나는 집 관리비용 (쓸고 닦는 것)을 고려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다른 건 몰라도 서재만큼은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가지고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그만한 공간이 있으려면 비용이 상당히 들어가더군요. 서재를 따로 두지 않는다면 다른 공간에 책이 차고 넘쳐야한다는 이야긴데, 그건 원하지 않습니다. 기관지가 약하기 때문에서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서가에 들어갈 수 있는 물리적 책의 권수는 2천권이 못미치는 정도. 따라서 원하는 책이 있을 때마다 기존의 책을 솎아내야합니다. 제가 원하는 타겟 소유량은 만사천권입니다. 지금 있는 책장의 일곱배 정도를 원합니다. (합리적인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로 뚫린 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붙박이 책장이라 책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했으면 좋겠고, 여러겹의 미는 책장이면 좋겠고, 만일 그게 안된다면 높이 약 1미터 20센티 정도의 낮은 책장으로 여러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닥은 카펫이었으면 좋겠고, 조명은 뱅커스 라이트 (녹색 덮개 스탠드) 였으면 좋겠네요. 기왕에 꿈꾸는 거니까 보태자면, 책이 아무리 많아도 박스에 들어있는 건 싫습니다. 박스에 들어있는 책은 웬지 슬픕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집을 두 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은 셰익스피어 매니아라서 지하실을 완전히 서재로 꾸몄는데, 언덕에 있는 집이라 지하실 반쪽은 평지라서 볕이 잘 들어옵니다. 책장은 붙박이 장이고, 서재의 모든 책과 자료는 셰익스피어에 관한 것이었죠. 셰익스피어 비디오 (VHS), 셰익스피어 전집, 햄릿 초판본을 석고로 크게 떠서 만든 장식, 각종 셰익스피어 논문. 이 집의 서재가 (컨텐츠가 아니라 스타일이) 바로 제가 원하던 이상형의 서재에 가까웠습니다. 두번째 집의 지하실은 모던아트와 팝컬쳐에 대한 저서와 기타 자잘한 책들이 있고, 1층과 2층에는 모던 아트가 집안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화장실과 부엌까지도 말입니다. 집 전체가 소규모 MOMA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심지어 변기와 수건거는 막대기까지도 모던아트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 허름한 집인데 일단 집안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대안은 물론 e-book이었습니다. 킨들과 킨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책장에 있는 책을 절반은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책은 또 책꽂이에 꽂아야만 생기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고가며 이런 책이 있었지 하고 생각하고 떠올리고 읽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저는 악서가인지라, 책을 찢고 긋고 구겨가며 읽습니다. 그걸 위해서는 물리적인 책이 있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갖고 싶습니다. 

    • 좋은 꿈을 갖고 계시네요.^^
      책보다 더 좋은 건 많지 않죠.
    • 책소유는 공간확보가 가장 중요하죠. 보유량은 재산과 연결될 수 밖에 없구요. 그래서 전 빌려읽고 저장을 머리속으로만...ㅠㅠ
    • 저도 그런 서재를 가지는게 꿈이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책장을 짜서 서재를 꾸민적도 있는데...... 국제이사를 다니면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책을 다 처분하거나 나눠주고, 이제는 킨들과 벗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니까 홀가분해요. 그래도 낡은 책장 옆에 주저 앉아 스며들어온 햇볕에 떠도는 책먼지를 보면서 책을 읽는 꿈을 가끔씩 꿉니다.

      개인도서관을 포기한 다음에, 은퇴하면 헌책방을 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해요. 겨자님 동업하실래요?
    • 걍태공님/
      헌책방 하면 아까워서 책을 어떻게 팝니까? 곧 죽어도 서재지요.
    • 저는 복층 아파트의 한 층을 서재로 사용하는 분을 아는데...계단에도 책이 있어요.ㅠㅠ 저도 어릴 때부터 서재 로망은 있지만, 그러려면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고..가난해서 욕심내지 않기로 했어요. 적당히 줄이고 늘리고를 반복해야 할 것 같아요.
    • 지하실에 서재를 꾸몄었다가 지난 여름 물이 새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책으로까지 곰팡이가 옮겨지진 않았지만 색깔과 크기를 맞춰 새로 맞췄던 책장 4개는 다들 곰팡이가 슬어서 꽤 고생하며 닦아내야 했고요.

      어렸을 때야 책만 많이 사면 끝인 줄 알았는데 역시 책을 사기 위해서라도 집을 사야되겠더라고요. 오디오질 할때도 느꼈지만 결국 최종 지름은 집을 지르는 겁니다.
    • 모든 지름의 끝은 집지름이지요 +_+
      저도 서재 로망 덕분에 열심히 집을 사려고 합니다. 빠샷!! /+_+/
    • 이 꿈 강력하게 동의합니다. 전 개인소유 도서관을 갖고 싶네요... 이웃들에게 열람 정도는 되게끔 하고.. (대출은 골치아플 거 같지만)
    • 모든 애서가들의 꿈이지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빌딩 부럽습니다. ㅠ_ㅠ
    • 이사 몇 번 하다가 학을 떼고 그냥 본가 이층(원룸처럼 크게 트여있는 좀 특이한 구조에요)에 옮겨두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보고싶을 때 볼 수 없으니 이건 박스 속에 넣어둔 것만 못한 상태-_-;; 책을 산다는 건 공간에 대한 비용도 치뤄야한다는 측면에서 은근히 비싼 취미(책을 읽는 것과 사는 건 약간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인거 같습니다.
    • 그렇죠. 공간이 필요해요ㅜㅜ
    • 서재의 꿈 저도 있어요. 얼추 만여권이 넘는 책으로 둘러쌓인 평온하고 안락한 공간. 오래된 로망이에요 조만간 이루고 말테다!^^
    • 많은 책은 이사할땐 지옥입니다 ㅜㅜ 저도 만화책 소설책 전공책 dvd 기타등등 책들을 벽면에 가득갖고 있었는데 포장이사하시는 분들 눈치보며 이사했습니다...ㅜㅜ
    •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 보면, 할아버지의 서재를 보고 '나도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꿈을 꾸는 아이 에피소드가 나와요. 만화라서 '그림'으로 그 장면들(할아버지의 서재. 그 서재를 보며 가슴 벅차하는 아이..)이 생생하게 보여지는데, 참 뭉클합니다. 이 만화 주인공인 유교수님도 책수집가에 독서광이시라 남편을 다른 여자도 아닌 책에 빼앗긴 부인과 책 처리로 다투는 에피소드들도 나오고, 할아버지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유치원생인 손녀딸도 '할아버지를 따라 어려운 책(유교수가 경제학자라서, 경제학서적같은 것.)을 읽다가 골아덜어지'는 귀여운 에피소드도 있지요. 만화 전체를 분위기를 관통하는 소재 중 하나도 '책'이고요. 막연한 책 욕심만 많았던 저에게 본격적으로 '서재를 보유한 집'의 꿈을 심어준 것도 이 만화책이에요.

      하지만 원하는 책들을 다 채워넣을 물리적 공간을 사는 것은 현실상 요원할 것 같아서, 서재의 꿈은 잠시 접어두었어요. 대신 e-book을 한글책의 70%~80% 정도 되는 속도로 슝슝 읽을 수 있도록 영어실력을 키우자는 결심을 ㅎㅎ
    • 저도 서재를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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