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드라마 우리집 여자들을 보며
아줌마들이 무한 충성심을 받치는 kbs1일일드라마는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는게 집에서 8시 25분만 되면 엄마가 어김없이 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똑같은 내용 두번 볼 때도 있습니다. 다음 날 오후에 케이블에서 재방송 해주거든요. 주말엔 낮시간대에 몇 회씩 묶어 내보내고요.
이 드라마도 엄마가 자연스럽게 초반부터 보면서 옆에서 곁다리로 봤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본 kbs1일일극에서 제일 따분하고 진부하고 재미없어요.
물론 kbs일일드라마에서 참신한걸 바랄 수는 없지만 이번 드라마는 너무 뻔뻔하더군요.
이 작품의 기둥소재가 여주인공 고은님의 출생의 비밀과 골수이식, 그리고 이복자매끼리의 삼각관계와 경쟁구도입니다.
벌써 내용 나오지 않습니까? 아니 너는 내 운명에서 골수이식 소재로 놀림감 된지가 얼마나 됐다고 골수이식 문제로 몇십회를 끌더니
출생의 비밀 소재나 남자 하나를 두고 악녀와 성녀의 대결구도도 안일하기 짝이 없고 식품회사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권력관계도 나옵니다.
초반엔 무슨 유자차 만들려고 여주인공이 어느 시골 마을 유자농장 가서 밤새 농장주 만나 유자 얻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런 건 미우나 고우나 보는 느낌이었고요.
여하튼 최근 몇년동안 우려먹을대로 먹은 소재를 그대로 써먹는데 작가들이 아무 생각없이 되는대로 쓰는것 같아요.
그래도 시청률 두자릿수를 보장되는 시간대이고 요즘은 뒷심 발휘해서 20프로는 넘었죠.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실패작이에요.
웬만하면 연말까지는 방송할텐데 인기가 별로다 보니 11월 부터 박정아 나오는 새 드라마로 넘어가죠.
시청률 20프로 넘은지도 얼마 안 된 일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프로 후반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kbs일일극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30프로는 되야 해요. 방영 중반 이후 30프로 대에 진입했던 다함께 차차차도 어중간한
히트작 취급을 받는데 아줌마들 고정채널 시간대에 방영되는 우리집 여자들은 자체 최고가 25프로이기 때문에 그냥 예정대로 마무리 하고
끝내려는것 같습니다.
근데 전 이 드라마 보면서 도무지 여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안 되네요. 눈 똑바로 뜨고 자기 할말 다 하고 고집 세고
절대 꺽이지 않고 자기 신념대로만 하려고 해요. 그게 가장 올바른 길인 줄만 알죠. 초반에 유자밭 가서 유자 얻어올 때도 회사에서 뭐라고 하건 말건
근무이탈한 뒤 유자 얻어오고 나서 잘못했다고 할 뿐입니다. 고은님은 늘 그런식이에요.
그래서 그녀가 아무리 친모의 외면을 받고 홍주미의 계략에 빠져도 별로 불쌍하지가 않아요.
오히려 아무리 들볶아도 사람 오장 뒤집어놓는 표정과 대사를 치는 고은님 때문에 신경쇠약 직전에 빠진 홍주미가 측은해요.
홍주미는 고은님한테 애인 뺏겨 엄마 뺏겨 남은 게 별로 없네요. 홍주미 역 맡은 여배우가 배역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전에 너는 내 운명에서 공현주가 그런 연기를 참 잘 했는데 이후 연기는 안 하고 행사 얼굴 마담으로 전락해서 안타깝더군요.
우리집 여자들에서 홍주미 역 맡은 여배우가 어디 나왔다 하고 찾아봤더니 비스티 보이즈에 나왔네요. 비스티 보이즈에서 가장 쇼킹했던 장면이
윤계상이 도로변에서 윤진서 때리는 장면이랑 하정우가 공사 치려는 여자애 아침에 나오는거 발길질 하는 장면이었는데 하정우 상대역이었다니.
집에 가서 다시 한번 비스티 보이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