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님의 글을 읽고;성희롱에 대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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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글에서 13인의 아해님이 정확히 지적하셨지만 법리적인, 법적인 의미의 성희롱이 어떤것이냐는 논쟁의 핵심이 아닌 것 같군요.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법률에서 지정하는 성희롱은 물론 직장내의 성희롱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문을 긁어오진 않겠지만, 그 부분에 있어선 링크된 글의 dos님과 아래 달린 레이바크님의 리플을 종합한 의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성희롱'이라는 말에는 법리적인 해석 이외에도 상대에게 성적인 언사를 통해 모멸감을 주거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라는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있습니다. 물론 후자는 법에서 규정하는 성희롱의 정의가 아닙니다. 일상속에서 쓰이거나 사전적인 의미에서 성희롱이라는 말의 정의죠. 그럼 법적인 성희롱의 정의가 사전적인 정의의 우위에 있을까요? 당연히 법정에선 법에서 정의한 의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가 대화를 하거나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언행의 의미를 판단, 평가, 비판하는데까지 법리적 정의나 해석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가지가 혼동해서 쓰일 수 있고, 만일 법리적 해석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급했다시피 법적인 해석이나 정의를 따라야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었던 원문을 포함하여, 이후 이어진 논의의 대부분은 법적인 의미의 해석이 아니라 해당되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냐 부적절하느냐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논쟁중 튀어나온 표현;절 비롯한 많은 분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킨 "브래지어 모델하는데 가슴얘기하는거 당연한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나, 섹스어필을 내세우는 연예인이라면 감수해야한다라는 이야기따위들은 법리적인 해석이 어떻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이었고, 굳이 연예인 주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논의들은 성희롱이라는 단어의 정의라기보다는 표현자체에 대한 이야기의 반박or재반박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일 어떤 술자리에서 대화를 하는데 누군가 어떤 동의나 허락도 없이, 혹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지나친 성적 표현이 들어간 이야기 등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우린 어떤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몰지각함을 지적해야할까요? 듣는 사람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언행이니 주의하라는 이야기나 경고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명예훼손이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넌 내가 불쾌함을 느끼게 했어....뭐 많은 표현이 있지만,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 다른 여자(남자)들도 있는데 그거 성희롱일 수도 있어"라고 말입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런 표현이나 비판을 한다고 경찰이 출동해서 수사에 들어가는건 아닙니다. 법정에서 그 표현을 근거로 성희롱이라는 판결을 내리지도 않겠죠. 단지 상대방에게 성적인 함의가 들어간 언행을 할때는 주의해야한다는 것을 환기시키거나, 대화시 성적함의가 들어간 이야기를 할땐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비판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직장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런 말들은 농반진반 경계의 의미로, 혹은 정색하며 자신이 느낀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표현하는 말로 쓰일 수 있으며 또 실제 그렇게 쓰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오용이거나 남용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전 오히려 상대방을 향해 성적함의가 담긴 배려없는 언사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들에 검열, 금기, 단죄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여러 사회적 예의나 배려를 성장과정에서 배웁니다.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는 스스로가 온전히 책속에서 활자로만 읽고 깨우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의 지적이나 거센 비판을 통한 성찰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검열, 금기, 단죄라고 이야기하고 경계해야 할까요. 요즘 느끼는거지만, 전 사회 전반적으로 '비판'이 점점 줄어들거나 옅어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