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경험, 성적인 수치심/ 불쾌함과 민감성, 맥락

오랜만에 쓰는 글이 좀 엄한 글이 되었습니다만 개인적인 경험 얘기입니다.


회사 건물 로비엔 제복을 입고 일하는 건물 관리/ security 직원들이 있는데 대부분 장기간 이 건물에서 일한 분들이고, 그 중 주말 및 밤 근무하는 몇 분은 이름도 알고, 가끔 얘기도 나누고 그러는데요. 그 중 한 사람 (50대라고 나이를 직접 밝힘)이 너무 과도하게 친밀한 게 아닌가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가끔은 성적인 뉘앙스가 섞인 발언도 하는 경우가 있었구요. 기억나는 건, 야근하는 중에 음식 배달을 시켜서 로비에서 찾아가는데 2인분이었어요. 제 거랑 선배 저녁식사. 그걸 찾아오면서 그 문제의 직원이 있어서 인사를 나누고, 제 나름대로는 그냥 친근감의 표시로 "아 이거 나 혼자 다 먹는 건 아니야" 하고 덧붙였더니 "그럼! 네 멋진 몸매를 유지하려면 그렇겠지." 하는 거였어요. 저는 순간 힉 'ㅇ' 하는 표정이 되었죠. 그러고 (여자인) 선배직원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비슷한 불쾌한 경험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결과, 회사 시설 관리 facility management 에 항의하는 건 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사소한 불평이라도 내가 말을 안하면 상대방은 절대 알 리가 없겠지, 하는 주관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건, 제가 그 사람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곤 생각 안하지만 그 사람이 권력 관계를 이용한 것도 아니고, 말을 꺼내면 불이익이 갈 게 뻔한데 그것도 마음에 걸려서요. 다만 그 일이 있고 얼마 안되어, 다른 누군가가 불만을 제기했는지 그 사람의 말수는 많이 적어졌습니다. 주말과 밤에 주로 일하는 그 직원과는 뭐, 그냥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지나칩니다.


논쟁을 보면서 생각한 건 여러 층위의 문제가 있고, 그걸 잘라서 말하기가 참 어렵다는 거에요. 권력관계가 결부되었다면 (즉 직장 상사가 성적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면) 아마 저는 당장 HR로 갔을 것 같습니다. 선배직원하고도 그렇게 얘기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수위가 제가 들은 것보다 훨씬 지나쳤다면 그 부분도 고려했겠지요.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법제도는 그럼 깔끔하게 답을 내어주냐 하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이 분야는 잘 모르지만 미국법상  sexual harassment와 관련해선 "일반적인 여성"의 관점이 아니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재의 법 해석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얘기도 얼핏 본 것 같습니다만 수정헌법 제1조상 외설적인 표현 obscene speech 의 경우, 표현의 자유로 당연히 보호되는 것은 아니고 정치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 등이 인정될 때 예외적으로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외설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건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을 갖춘 보통사람의 기준을 적용하지요.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인물이고요.


일하다가 써서 그런가 제목을 거창하게 뽑았지만 내용은 허술한데, 물론 답이 간단한 가해자-피해자 구도도 많이 있겠지만 고민이 되는 상황도 꽤 많은 것 같아요. 그때 왜 항의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니, 하고 누가 말한다면 저는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 잠깐만요, 토끼? 진짜 그 토끼님?
    • 정말 민감하고 또 짜증나는 일입니다. 서로들 조심하고 살아야죠.
    • 우왕 완전 오래간만이에용
    • 여하튼 뭐 일반..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중시합니다.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순간 모든 걸 멈춥니다. 내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요.
    • 탐정님/ 안녕하셔욧
      빅캣/ 미국 직장 성의식 고취 교육비디오(?) 이걸 몇 종류 본 적이 있어요. 의외로 도움이 되더라구요. 정말 못돼먹어서 권력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잘 몰라서 그러는 사람이 있고...
      폴라포/ 한참 전에 보내주신 쪽지 며칠 전에 읽었답니다 ^^
    • 앞으로..종종 좋은/뭐 재미있는 글 부탁드려요.
    • 미국이라고 표현의 자유가 모두 보호되는 건 아니지만, 신세경 글 정도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를 누리겠죠.
    • 으잉? 언제 오셨대 ㅋㅋ 시크하게 돌아오셨고만요!
    • loving rabbit/ 제가 듀게 눈팅하던 시절에 뵈었던 닉이네요. 저도 위에 분들과 더불어 반가움을 표하면서,

      loving rabbit님이 쓰신 글의 시각에 공감을 잔뜩 표합니다. 명명백백한 물리적 폭력이 아닌 광의의 성적 폭력(전 이걸 성희롱의 개념으로 생각합니다만)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밝히기가 어렵죠. 그것은 rabbit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성적인 수치심' '불쾌감' '민감함' 등이 문화적으로, 그리고 상황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부분들을 좀 더 편안하게 밝히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게,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앞당기는 길이 아닐까 싶네요.

      듀게잉여/ 네. 제 생각에도 미국에서 어떤 패션잡지에 미국의 어떤 여배우에 대해 똑같은 수위로 묘사했다면 큰 문제제기 없이 받아들여졌을 수 있습니다. 당연하죠. 문화가 전혀 다르니까요.
    • 눈팅만 하다가 반가워서 백만년만에 로그인했어요;

      왜 논란이 되는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 사안에 대해 덤덤하든 찌푸리든 간에 말입니다. 가치관의 차이는 두 가지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개개인의 가치관 문제라고 생각함. 어느 정도의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토끼 님의 글 요약은 역시 수위님의 수위 문제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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