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지나친 배려

지난주말 오르셰 전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늦은 점심을 먹고 피곤하다며~돌아오는 길인데 문득 여동생이 못준 생일 선물을 사준다고 백화점에 가재요.
제게 꼭 필요했던건 임부용 화장품이었고, 이미 며칠전 전화통화로 인터넷구매를 해주기로 한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느닷없이 운동화를 사주겠대요. 오늘 발이 불편해보인다고.
전 그때 무려 임산부 플랫이라고 불리는 신발을 원피스 아래 얌전하게 받쳐 신고 있었구요.
물론 전시관람때메 많이 걸어서 피곤한 건 있었지만 그건 제아무리 운동화를 신어도 별 수 없는 피곤함이었죠.
아무튼 동생의 배려넘치는? 제안에 과감히 화장품을 포기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백화점에 갔어요.
뉴발란스 매장에 가서 생전 신을 것 같지 않던 동생 취향의 운동화를 사고 이제 됐다 나오는데 동생이 그걸 신고 가라는 거예요.
신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전 오늘 나름 외출한다고 원피스에 머플러 악세사리까지 약간은 엘레건스한 차림이어서 운동화는 나중에 편하게 신겠다고 거절했는데 결국은 동생의 우격다짐에 휴게실에서 갈아신고 말았어요..
편하지? 으쓱하는 동생과 함께 백화점 문을 나서는데 어쩐지 고마움보단 불편함이 엄습해요.
결국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신발을 갈아신었어요.
정말 가볍고날아갈 것 같은 마음이더군요.

동생은 진정한 생일선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아니 최소한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배려임을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저는 동생의 진심어린 배려에 감동할 줄 모르는 속좁고, 이기적인 언니인 걸까요?

가족간의 소통이란 것도 만만치 않아요. 참.
    • 전 그래서 올케 생일선물 백화점 상품권으로 주려고요.
    • ㅎㅎ 제 동생도 그래요. 자기가 사준 선물을 잘 하고 다니는지 종종 확인한답니다;;
    • 전 그래서 오빠에게 선물을 주는 대신 같이 맛난 걸 사먹습니다. 허허...
    • 정말 자신이 속좁고 이기적인 걸까봐 걱정하는 건 아니신 것 같은데요. 발 걱정도 해주고 다 컸네 고맙다, 근데 지금 내 발엔 플랫이 편하다, 원래 약속했던 화장품이 나한텐 더 필요하다, 백화점에 가기엔 너무 피곤하다, 이 신발은 내 취향이 아니다, 동생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안되나요? 말하지 않아도 알았어야 하나요. 동생분이 얼마나 우격다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만 봐서는 그냥 '남들보다 추진력 있는 타입'이라는 느낌 정도에요. 상대방이 원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걸 떠안겼을 뿐이고 심지어 싫어하는 걸 강요했다는 얘기까지 듣는 건 좀 억울할 것 같아요.

      여동생한테도 그런 얘기를 못하시면 어디 가서도 그냥 싫은 소리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몸고생 마음고생 하는 쪽을 택하실 분인 것 같네요. '나는 왜 싫은 소리를 못할까" 그걸 걱정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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