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작년 언젠가 이런 글을 썼었죠.  

   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Koudelka&search_target=nick_name&page=2&document_srl=1108946
   거기에 등장하는 친구, 제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친구 이야기. 이것은 명백히 자랑입니다.

 

   이젠 직장도 집도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약속  한 번 잡으려면 몇 달을 별러야 하고, 친구가 시어머니에게 육아를 맡기는 지라 저녁 약속하는 며느리라고 혹시라도 책잡히기 싫은 성정을 알기에 기꺼이 그이가 있는 곳으로 가장 가깝게 달려가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더 빨리 만났으면 그래서 더 오래 같이 있었으면 하고 느끼게 해 주는 단 하나의 친구.  둘이 만났다 하면 아직도 같은 직장 나란히 앉아 일하던 시절처럼 너무 할 얘기가 많아 폭풍수다에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주량에 취해서는 서로 얼싸안고 니가 너무 좋다고 막 칭찬해 주고 서로 술값 밥값 내겠다고 싸우고, 다 내도 아깝지 않은 친구. 앞에서 맘껏 잘난 척해도 되고, 내 형편없는 소설을 막 보여주면서 감상을 물으면 넌 언제나 대단하고 어려워 라는 말로 내 뻔뻔함을 감당해 주던 친구. 속정깊은 뚝뚝한 친구라서 어떨 땐 내가 더 좋아해서 매달리는 건가 싶은 말을 툴툴거리면 자기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아냐며 웃기지 말라고 말하는 친구. 여름 휴가 가서는 내가 왜 술먹고 니 생각이 나야하는 거냐며 불쑥 전화를 걸어오던 친구. 사는 게 얼마나 자신없고 보잘 것 없으면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전혀 공유하지 않는 일상의 내 모든 것들, 내 등잔 밑의 어두움과, 내 창잣속 곱까지, 다 알고 있고 그래서 다 말할 수 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울어버리거나 나를 울게 만드는 친구.

 

   "누군가가 다가올 때 마음을 열고 가만히 있어봐, 그냥 가만히 받아들여."

 

   내 마음은 항상 열려있다고 그래서 늘 상처받는 것도 나라고 했는데, 사실은 언제나 사람과 세상에 막을 치고, 가르고, 담을 쌓고, 깍듯한 거리와 긴장이 아니면 안심할 수 없는 것을 품위와 균형이라 착각하는 나에게 친구가 충고한 거에요.

 

   "내가 현재 처해있는 어떤 상황에서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건 내가 너에게 진짜 '메리' 가 될까봐, 내 주변의 톰과  제리가 몇 있지만, 진짜 너에게만은 내가 메리로 남고 싶지 않은 거라고..."

 

   취한 주제에 그 영화를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 또 잘난 척을 하며 중언부언 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야. 메리는 뭐고 톰과 제리는 또 뭐야, 머리 아프게. 우린 그냥 끝까지 가는 거지. 술이나 마셔."

 

   오늘은 정말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해놓고 결국 또 간당간당하게 놓친 지하철에 발을 구르며 서로의 가방에 택시비를 우겨넣느라 실랑이 벌이다 깔깔거리며 헤어지는 유일한 친구. 다시 또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르지만 언제나 내 모든 약속의 0순위. 내 스산한 일상에 너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 지,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따뜻하고 행복한 것이구나, 취한 흐린 눈에 힘을 주며 택시의 차창을 바라보던 어젯밤.

 

  <잘 들어갔어? 우린 정말 둘이 붙으면 장난아니게 난리야. 다음부턴 조심해야겠어. ㅎ ㅎ>

 

  일 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받은 메시지에, 다음엔 더 난리를 내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친구.      
 

 

    • 수어지교 라는 단어가 단번에 떠올랐습니다. 부럽습니다.
    • 부럽네요 ㅎ 제 작은 마음으로는 한친구를 감싸안을 여력도 없어서 늘 마음이 좁아 낑낑대는데.. 친구분 참 마음이 넓으신것 같고, 그런친구분을 두신것도 부럽네요
    • 부러운 분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도 그대로일것 같은 우정이군요. ⓑ
    • 겉보기엔 친구가 저보다 마음이 넓어 더 받아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속으로도 그렇습니다^^. 평소에도 제가 좀 더 애교떨고 투정부리지요. 웬만한 이파리들 다 떨구고도 제 곁에 남은 아주 귀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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