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쓰는 글
할일이 미친듯이 많을 때, 미친 척하고 놀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지금처럼... ...
제 누나 딸은 그네를 좋아합니다. 항상 지구 끝까지 밀라고 요구해요.
"누나 딸! 간다아아아!!"
하고 밀어제낄라치면,
"그만! 그만! 그만!"
하고 명령어가 쏟아져요.
뭔 놈의 그네는 타도타도 재미있는지 누나의 복귀명령이 없으면 내려 올 생각을 안해요.
혼자 잘 굴리면, 직선주간에서 전속력 자전거달리기 놀이처럼 보모의 꼼수를 쓸 수 있는데 그게 아니에요.
항상 밀어야 합니다. 지구 끝까지! 그만! 그만! 그만! 을 하루에 몇 번을 들어야 해요.
귀찮을 때가 많지만, 아이한테서 받을 수 있는 감정적 위안은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요.
어릴 때 태풍이 불던 때였어요. 과자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침(혹은 반 강제로?) 엄마가 빗 속을 뚫고 과자를 사오셨어요.
옆에서 아부지가
"니네 엄마가 목숨걸고 사온거다. 너 맥일라고"
라고 했는데, 저 진짜인 줄 알았어요. 진짜 엄마가 목숨걸고 과자 사온지 알고 울컥했었어요.
어릴 때 전 항상 돈을 잘 잃어버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여전히 잘 잃어버려요. ㅠㅠ
집에 오는 길에 오천원이 없어진거에요. 그 돈이면...하고 하루종일 우울해있었는데, 일 갔다 온 아부지가 기분 좋게 들어오셨습니다.
집에 오다가 오천원을 주웠대요.
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아들의 돈을 찾아주었다는 기쁨에 아버지 역시 씁쓸한 웃음을 지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엄마가 빨리 돈 돌려주라고 아부지 등을 때렸던가. 아니었던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외할아버지네는 소를 키웠었어요. 방목을 하는 소였는데, 어느 날인가 외할아버지가 소 풀 먹이고 오라는 명령을
억지로 내렸어요. 우리가 엄청 졸랐을거에요 아마도.
소를 끌고 밖으로 나왔는데, 근데 이 놈의 소가 아무리 끌어도 갈 생각을 안하는거에요.
소야 소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외할아버지가 걸어오셨습니다.
소가 뒤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총총 걸음으로 혼자 풀 먹으러 가던게 생각나요.
외할아버지 집에는 굴뚝이 있었는데, 새벽에 외할머니가 가마솥을 끓이면 굴뚝으로 연기가 올라오잖아요.
푸르름이 가득한 새벽에 혼자 마루에 앉아서 그 연기가 산골을 가득 채우는 걸 멍하니 쳐다보면, 외삼촌들이 와서 괴롭히곤 했습니다.
지금은 그 삼촌들이 참 불편해요. 저는 아직 아이인데, 삼촌들이 너무 늙어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누나 딸이 저를 불편해하지 않을 때, 많이 놀려고 그러는데 또 막상 만나면 무지 귀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