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뱅, 그리고 서왕모



글을 쓰다보면 재미있어서, 즐거워서 쓰는 게 가장 좋습니다만... 어느 순간이 되면 써야만 해서 쓰게 되는 때가 옵니다.
그게 좀 슬퍼요. 뭐  쓰다보면 그것도 재미를 붙여서 하게 되지만, 정말 머리 속에 불길이 가득해서 우르르 불타오르며 손가락을 내지르는, 그런 때가 그리워지거든요. 써야만 해, 라는 의무가 고삐가 되고 족쇄가 되어 목을 조이면 어째 글이 새들새들하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저 아래 악취가 풀풀 나는 글을 저 멀리 미뤄버려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면 더욱 그럴지도요.

소크라테스의 글을 보면 그에게 악의를 가진 소피스트 하나가 딴지를 거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화술에 한 번 걸리면 설득당한다는 것을 알고 트집 하나 잡고 떠나가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를 붙들고 줄창 이야기를 하고- 그를 설득해버립니다! 그런데 그건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에게나 가능한 거지, 이제 저는 정말 모든 게 귀찮더군요. 나 자신의 사색에도 에너지가 간당간당한데 어떻게 벽에다 귀를 만들고 그 안에 이야기를 집어넣은 뒤 벽을 끌과 정으로 쪼아내어 사람으로 만들겠습니까.
그냥 벽은 벽대로 있으라 하고 저는 쇠죽을 끓여 소나 키우렵니다.

아직 쏠솔한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그냥 신변 잡기 이야기. 꼬꼬뱅을 만들어봤습니다.
2년 가까이 굴러다니던 레드 와인 한 병을 까서 닭 한 마리(토막)+양파+마늘+당근에다가 콸콸 붓고 하루 재워놨다가. 
닭 건져서 프라이팬에 살짝 앞 뒤로 굽고, 양파 볶은 뒤 재운 술 붓고, 부글부글 익히면서 기름 건져내고...
냄새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맛이요?

포도에 빠진 닭...

처음 만든 거라서 맛있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포도빛으로 물든 닭고기는 와인 향이 좀 나고 부드러웠어요.
손님 상이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다 못 먹어요.
좀 만들어졌다 만 듯해서 맛있는 꼬꼬뱅은 아니었는 듯. 어디 맛있게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궁금해서 공주 및 옹주 이야길 찾아봤습니다만.
흔히 부마라 하는 공주의 남편이자 임금의 사위는 참 좋을 것도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게...
일단 처가 눈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공주가 먼저 죽으면 재혼을 할 수도 없었다는 것.
조선시대 때, 여자야 남편이 죽으면 수절해야 했지만 남자는 아내가 죽은 뒤 3년 뒤면 - 이것도 안 지키는 사람도 많았지만 - 
재가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야 엄청난 제약이었죠.
물론 공주(혹은 옹주)와 금슬이 좋고 아이도 잘 낳고 가정이 화목하면은야 아무 걱정이 없었겠지만 
인간 세상 어디 그리 뜻대로 돌아갑니까. 조선 초기의 박종우는 태종의 서녀 정혜옹주와 결혼했는데, 옹주가 
3년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후처 박씨를 들였는데... 물론 양반집 처자였습니다.
허나 당연 조정에서는 결혼으로 인정 못한다고 첩으로 못 박는 바람에 갑자기 멀쩡한 양반집 자제가 첩의 자식, 서자로 굴러떨어져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뭐 이건 나중에 억울하다 어떻다 소장 올리고 해서 대충대충 해결을 보긴 했습니다만.
또 댜들 부마들도 꽁수가 늘어서 어떻게 첩도 들이고 기타등등 했습니다만. 
딸사랑 중종은 자기 딸을 소박놓고 첩도 들인 사위놈을 죽이겠다고 길길이 뛰었으니 눈치를 안 볼수는 없었을 겁니다.
뭐 이건 사위가 워낙 막장이라서 혼나도 싼 경우이긴 했습니다.


정작 하고 싶었던 건 서왕모 이야기였습니다만.

이 순간 에너지가 오링 되었습니다. 꼬꼬뱅 만드느라 기력을 다한 듯 합니다. 그래서 제목에는 지었으되 내용은 없이 일단 충전선을 마빡에 꽂고 디-입 슬립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뭔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바구니 속에 이거저거 있긴 한데 이거다 싶은 야그 거리가 없군요. 


좋은 밤 되시길 빕니다. 

    • 뭐, 제글로 악취를 풍겨서 죄송합니다만, 모든 비난을 저혼자만 받기엔 좀 억울하네요.
    • 거긴 밤이신가요?

      중종 사위는 진짜 배짱이 대단하네요;;; 보통 사람은 아니었을 거 같은데, 다른 에피소드들도 있나요?

      조선시대에 혹시 남몰래 어디 먼 나라로 탐험 다니고 그런 사람은 혹시 없나요? (정말 쌩뚱맞네요;;;)
    • 조선시대 공주나 옹주 얘기엔 꽤 흥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할 얘기를 찾기도 힘들죠...
      서왕모 얘기도 흥미가 있는데 내용이 없어서 안타깝군요 ㅡㅜ 다음 글을 기대할게요.
    • 기역니은디귿 / 워낙 사태의 처음을 연 사람은 모든 비난과 역정을 한 몸에 받게 되어 있습니다. 억울하겠지만 힘내세요. 세상 일이 다 그런 법입니다.
    • LH//앞으론 좀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글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꼬꼬뱅이라는 음식도 알았네요.
    • truffle / 장난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옹주가 참고 바람피는 거 용인해줬는데 계속 박대하다 결국 죽음으로 몰고갔지요. 풍가이하고 바람을 펴서 결국 당사자는 귀양가고(중종은 죽이려 들었습니다), 옹주의 유모가 그 바람난 여자를 때려죽였지요... 사실 사정을 보면 배짱이 있다기 보다는 초딩이었습니다.
      여행이요? 베트남에 간 사람도 있고 이탈리아에 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쟁포로이긴 했지요.

      에아렌딜 / 저번에 공주실록이란 책이 나와있더군요. 보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시대다보니 기껏해야 독살당할 뻔한 공주라던가 고부갈등을 일으켰다던가... 오, 생각해보니 있긴 하네요. 서왕모 이야기는 나중에 기력이 나면 덧붙이겠습니다.
    • 베트남에 갔던 사람 이야기 궁금해요!
    • 기역니은디귿 /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꽃을 보이면 꽃이 돌아오고, 날선 칼을 보이면 칼이 돌아오는 게 세상 이치이니까요. 저는 이 게시판 눈팅만 하는 처지지만 친구 삼을 만큼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 꼬꼬벵 끓일때 거의 삼계탕 끓이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솔직히 들이는 시간이나 와인의 국내 가격 등등 고려 했을 때 꼬꼬벵 보다는 붸프부르기뇽이 손님 맞이 상으로는 모양이 나는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꼬꼬벵이나 붸프부르기뇽이나 딱히 이 맞이 진리야 라는 기준이 있겠습니까, 걍 국물 걸죽하고 육질 부드럽고 뭔가 서양의 혼합된 풍미가 충분히 나오면 그만이겠져

      그리고 작성하신 부재료 들 외에 셀러리 나 허브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줘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수십번? 시도해봤으나 아직 납득할 만한 결과물이 안나와봤습니다. 그때 까지 여친들이 억지로 맛있게 먹어주시느라 고생들 하셨죠
      결론적으로 이제 프랑스요리는 포기... 그리고 프랑스 요리는 너무 많은 빠다를 넣어주길 요구해서 삼십대 중반으로서 만들기도 대접하기도 고민하게됩니다!
    • 꼬꼬뱅은 프랑스에서 편하게 즐겨먹는 음식이라던데, 댓글을 보니까 요리하기가 쉽진 않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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