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보던 해적판>>>커서 읽은 완역판인 분 계십니까?

저기 밑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옥션에 나온 거 보고 드는 생각인데...

 

소싯적에(에, 그러니까 20년쯤 전에 중학생 시절) 해문출판사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속칭 '빨간책'을 사 모았습니다. 당시 가격으로 2000원하다가 2500원으로 올랐을 거예요. 중간고사 치고 후련한 맘에 한권 두권 이러다가 80권 가까이 다 모을 시절에 여자애가 '살인'만 줄줄이 들어가고 표지 괴상한 거 모으니까(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해문출판사 표지 센스) 식겁한 아버님이 저 없는 새 싹 지하철 문고에 기부하시고, 울면서 또 모으고...

 

여튼 한참 후에야 황금가지에서 제대로 된 번역으로 완역판이 나왔는데, 것도 봤습니다. 근데 처음 볼 때 그 재미만 못한 거예요. 분명히 오역도 엄청 줄고, 제대로 된 건데도 말입니다.

 

어 보자...도스토예프스키도 그랬고, 김용선생 영웅문 시리즈도 그랬고(근데 김용선생 오나전판은 너무 길고 이상하게 틀어놓은 게 많아요;;;)...역시 어릴 적 감성이라 그런가 봅니다.

 

ps. 근데 역시 옥션 크리스티 세일은 땡기는군요. 한 열권만 질러볼까....

    • 영웅문 정식판과 고려원 번역이 의외로 많이 달랐어요. 소소한 개정 수준의 차이가 아니던데 의역(+축약)을 했던 걸까요.
    • 톨킨의 [The Lord of the Rings]를 예문의 <반지전쟁>으로 처음 읽었는데,
      후에 정식으로 번역했다고 나왔던 황금가지의 <반지의 제왕>보다 더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나온 것은 안 읽어봐서 비교를 못하겠어요.
    • '어릴때'일은 책이 다 그렇겠지만/ 1987년 판 중원문화사 셜록홈즈의 귀환 문제 정말 사랑해서 외우고 다닙니다. "우리는 슬픔에 잠긴 작은 집을 나왔다.." 황금가지에 비할바가 아니지요/ 동서문화사 초원의 시리즈. 김석희씨가 최근 완역한 책은 정말 집중하기 힘듦니다.
      예문의 반지전쟁 번역가들이(3명)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 다시 모여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 네. 번역자가 동일하지요. 예문에서의 번역보다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또 한 질을 구입하긴 또 고민이 되서요.
      제가 2가지 버전을 비교했을 때는 황금가지가 정식번역판이기도 했고요.
    • 해문은 그 당시엔 해적판이었지만 그래도 영문번역본이었고 지금은 늦게나마 라이센스?를 얻었죠.
      지금 읽는 저도 해문버젼이 황금가지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동네도서관에 새 책으로 아름답게 꽂혀있는 황금가지 애거서 안 읽고
      대학도서관에서 꼬질꼬질하게 제본된 해문 빨간책 빌려서 읽었어요.
      사이즈도 작은게 더 마음에 들고 집중도 잘되고,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차이지만
      전 그 빨간색에 알 수 없는 일러스트, 사진 표지들이 꽤 개성있어서 좋아요 +_+

      진짜 해적판은 동서문화사 책들이죠. 읽기 힘든데 이 책을 내주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 ㅠ_ㅜ
    • 어릴 적 감성의 효과 뿐이 아니라....해문의 번역이 더 고풍스럽고 로맨틱했어요.

      황금가지판에서는 쓰레기같은 창녀, 빨갱이 식의 욕설이 나와서 저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지요.
      해문판에서는 그런 적나라한 속어나 욕설들과 마주친 적 없었습니다.
      그냥 나쁜여자라거나 볼셰비키주의자라고 쓰여있었지요.

      음...또 하나 예가 기억나는군요.
      황금가지판에서 마플양이 섹스어필이라는 말을 듣고
      "아, 우리 때는 '촉촉한 눈망울이라고 표현하던 걸 요즘 그렇게 말하는 모양이지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제 흐릿한 기억 속 해문판에서는 섹스어필처럼 적나라한 단어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고 :)
      마플양도 살짝 다르게 말하지요 - "우리 때는 '눈가에 요염함이 흐른다'고 말하던 것을..." 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성적 매력을 표현하는 데 있어
      '촉촉한 눈망울'보다 '눈가에 요염함이 흐른다'가 더 좋습니다.


      + 저희 동네 도서관에도 대학도서관에도 모두 황금가지판만 있습니다 :-/
    • 하나 더.
      정말 미묘한 차이지만, 황금가지판의 대화는 좀더 구어체에 가깝고, 해문판은 문어체에 가깝죠.

      ex> 황금가지
      "예전에는 밤마다 극장으로 자주색 난초를 보내주는 남자가 있었는데..."
      " '당신의 마음을 기다릴게요" 난초꽃말이 이거예요."

      해문판
      "옛날에 어떤 남자가 밤마다 극장에 있는 내게 자줏빛 난초들을 보내주곤 했답니다."
      " '저는 당신의 호의를 기다립니다' 그것이 -- 난초가 나타내는 꽃말이랍니다."

      사소한 차이지만, 해문판에 더 구식 우아함이 있지 않나요?
    • hybris / 제가 다닌 대학 도서관의 게으름에 감사해야 하는걸까요!... 새 책을 사기 보단 찢어진 책을 제본해 빌려주는 정도의 게으름?...
    • 영웅문은 나중에 김용 선생이 내용 및 설정, 등장 인물의 대사를 뜯어고친 부분이 많아서 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