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말똥] 답잖게 시름많고 청승돋는 불면의 밤.
여전히 병원입니다. 퇴원이야 뭐, 때 되면 시켜주겠죠. 오매불망 손 꼽아가며 기다렸는데 이젠 하거나 말거나예요.
루이죠지 데려와서 같이 살 생각에 맘이 달아있었던건데, 막상 퇴원때가 되자 아부지님의 와이프께서 고양이와는 절대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못박으신게지요.
며칠 박터지게 고민해봤지만 어쩌겠어요, 다쳐서 아프고 능력없는건 나고 그들은 지난 네 달간 다 죽어가던 저를 간병하며 살려놓으신 갑인데. 루이죠지가
저한테나 내새끼고 둘도 없는 가족이지 아부지님이나 그녀한테는 그저 고양이새끼에 불과하단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몸 나으면 바로 살림 챙겨 나올 생각이었으니 퇴원 후 한달만 신세지다 나가겠습니다, 이러고 나니 아아 아득하기도 하지. 몸상태가 따라줄지 어떨지를
차치하고 나는 이번에도 또, 너무 이기적이구나. 비단 고양이때문만은 아니고, 작금의 상황은 그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짜내려온 날실과 씨실들이 누가 감히
손도 못 댈 정도로 얽혀 있지요. 혈연 사이에 생기는 어떤 종류의 문제들은 마치 알렉산더의 매듭과 같아서 단칼에 베어 끊어내지 않으면 도무지 풀어낼 길이
없게 마련이죠. 전 이미 예전에 한번 그렇게 했고, 거기에 대해 어떤 회한을 품을 겨를도 없이 그저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생을 감당해 냈어요. 그 치열함의 밀도에
대해, 저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주지하고 있기도 했지요. 그것은, 응당 감내해야 했을 어떤 것을 나 편한 대로 외면하고 도망쳤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자유와 평화임을 말이죠.
하지만 내가 끝끝내 감당했어야 했을 진짜 존재인 그녀를 그토록이나 허망하게 보낸 뒤, 남은 자들의 생은 미쳐 돌아가듯 한없이 내달리게 되는 저주라도
걸린 양 혼곤했지요. 그리고 지금, 여기가 그 되도 않았던 여정의 막다른 골목인 듯하군요. 그 누구도 아닌, 저 혼자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할 시간입니다.
그녀를 보냈을 때보다도 마음이 너덜너덜하고 외로워요. 여지껏 그 어떤 때에도 외롭다고 뇌까린 적이 없었는데, 포근하고 한결같은 온기로 발치의 앙상한
시간을 보듬어 준 제 작은 동물들 덕분이었죠. 제 몸조차도 마음대로 부릴 수 없게 된 지금, 피해 왔던 몫까지 합친 완연한 외로움의 시간을 거쳐가려면 아무래도
좀더 대놓고 강해져야겠네요. 몸도 마음도 지금보다는 덜 너덜너덜한 상태로 내 동물들에게 돌아가야 하니까. 제 깜냥이 그걸 감당할 만큼은 된다는 걸 알아요,
다만 남은 이십대에 이런 종류의 막막함을 치러내느라 불면하는 나날은 이것으로 끝이기를 바랄 뿐이죠. 아오 참, 쓰고 나니 레알 청승돋고 놘리. 엄마의 힘 신공으로
포풍 재활한 뒤 다시 독립해서 루이죠지 데려오고 언제나처럼 띵가띵가 맛난이에 술마시고 개짓하는 즐거운 청춘 뽈이 되겠어요, 오늘만 좀 힘빠진 다짐. 루이죠지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