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과 꼬꼬면

 

 

 

아무리 일러봐야 4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입덧증상이 조금씩 오고 있습니다.

'조금씩' 밖에 오지 않았는데도 왜 이리 견디기 힘든지.

아침이 오면 아 또 고통스러운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부신 햇살 쳐다보기도 싫어집니다.

아직은 뭔가 먹을 수 있습니다(입덧이 심하면 먹는 족족 다 쏟아낸다고 하더군요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기름진 것은 보기만 해도 올라오고

기름기 하나없는 신선하고 맛있는 것들-물에 데친 두부에 간장을 친 것이라든가 멜론(참외가 먹고 싶은데 양보해서)

,서양배 따위의 과일들-만 조금조금씩 먹힙니다.

 

단, 불가사의인게

라면은 기름진 음식임에도 종종 입맛이 당긴다는 것입니다.

 

어제 남편이 한국에 다녀온 직장 동료분에게서

그 이름도 유명한 꼬꼬면-심지어 저희 친정엄마는 마트에 '동이나서' 드셔보지도 못했다는-을

10봉지나 선물받아 들고 왔습니다.

한 봉 끓여주면서, 저도 몇 가닥 뺏어먹어 보았는데

 

 

괜히 다들 꼬꼬면 꼬꼬면 하는 게 아니더군요!

면발이 꼬들쫄깃해서 맛있고,

국물은 하얀데 매콤하고 뭔가 감칠맛이 있어요!

맛있게 조리한 닭국물 느낌도 약간 나는것이...

 

그래서 오늘 아점으로 꼬꼬면을 반 개만 끓여먹어 볼까 했는데,

 

 

아침부터 등이 결려서 남편 출근조차 도울 수가 없더군요

침대에 납작 누워 있다가 남편이 출근한 뒤에는 엉엉 울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 것인가...아직 시작도 안된 것 같은데...하면서.

그렇게 울고 나서 조금 쉰 뒤 기름지고 부담가는 걸 먹을 수가 없어서, 멜론을 몇 조각 잘라 먹었는데

 

그것도 삼사십분 지나니 속에서 받지 않네요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구역질이나 구토를 해본적이 없는데, 정말 구토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또다시 침대에 납작 누워 이 세월이 언제 갈 것인가 한탄을 하고 있으려니 깜박 잠이 들었나 봅니다.

 

그러고 정오가 지나서야 다시 좀 진정이 되었습니다.

뱃속의 애먼 생명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너도 원한 거 아닐 텐데 여기 들어와서 고생이지만, 나는 뭐란 말이냐!

제발 티 좀 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가만히 있을 게 뻔한데)

하고 괜히 뱃속아기에게 야단을 치고 나니

이상하게도 구역증이 좀 가라앉고 다시 일어날 힘이 났습니다.

(제기분대로 아이를 혼낼 엄마가 될 가능성 백프롭니다...한숨이 납니다)

 

일어나서 냄비를 씻어 꼬꼬면 반개를 끓여 먹었습니다.

끓여졌을 때의 모양도 어찌나 쫄깃쫄깃 맛나 보이던지

구색으로 가져다놓은 영양가 있는 두부 반찬은 거의 먹지도 않고

꼬꼬면만 맛나게 흡입했습니다.

 

결론.꼬꼬면은 입덧에도 좋다(...)

 

 

 

 

 

 

 

 

 

    • 입에 맞는 음식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ㅎㅎ
    • 입덧ㅠㅠ 냄새만 맡아도 우웩. 나중엔 냉장고는 물론 찬장도 못 열었답니다. 세상 모든 게 적의를 가지고 냄새로 저를 공격하는데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었지요. 나중엔 냉장고를 냉동실까지 다 비웠어요. 구토에 익숙해지면 길가다가 가로수 붙잡고 토한 후 입 딱 닫고 다시 가던 길 가고 했어요. 너무 힘들 땐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정말 안 당해 본 사람은 몰라요.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괴로움도 지나가더군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입덧보다 더 고생했어요. ㅠㅠ
      입덧 때 맞는 음식은 사람마다 워낙 다르니 뭘 먹어보라고 권할 수가 없네요. 저는 집에선 뭘 먹어도 힘들었는데, 밖에 나가 친구들 만나 사먹으면 잘 먹었습니다.엄마가 먹고 싶고 먹을 수 있는 거면 뭐든 먹어서 이 시기를 잘 버티세요. 아기 영양 걱정 마시구요. 아기는 엄마 몸무게가 쑥쑥 줄어도 알아서 잘 큽니다.
    • 주안/ 그르게요. 입맛에 맞는 음식 찾기가 어려워요. 가끔은 책에서 음식 묘사된 것만 봐도 울렁...ㅎㅎ;;;


      말리아/저도 냄새가 너무 괴로워요.
      남편 먹을 저녁밥할 때 정말 결의를 다지고 한끼 밥하고, 식사 끝나면 부엌 근처에 얼씬도 안해요. 부엌 냄새가 너무 괴로워서...
      저번주에 임신인줄 모르고 만들어두었던 돈가스가 있는데 냉장고에 돈가스 있는 거 볼 때마다 속이 막 울렁거려요. 오늘 버리려구요(아깝다..)
      역류성 식도염! 진짜 고생하셨네요.저는 말리아님만큼 참을성이 없어서(아직 구토도 시작 안 했는데 벌써 지쳤어요;;) 저런 상황 오면 어찌 버틸지 모르겠네요. 너무 고생하셨어요 진짜 ㅠㅠ
    • 당기는 음식 많이 많이 드세요. 저도 꼬꼬면 하나 먹어봤는데 닭육수 냄새가 나서 깜짝 놀랐어요. 어떤 날은 라면이 진짜 예술적으로 잘 끓여져서 놀랄때가 있어요. 앞으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ㅎㅎ 이제 입덧의 세계에 오셨네요. 냉장고 쥬스칸만 열어도 저만 아는 냄새가 멀미를 일으키곤했죠. 김밥, 샐러드, 구운 식빵, 아이스크림, 과일이 주식이었어요. 시아버지 생신에 평소에 그리 좋아하던 갈비찜을 젓가락 물고 쳐다보고 있자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었어요.ㅠ 입에 맞는 걸 찾아드세요. 아직 초기라 좀 불균형해도 아기한텐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이미 엄마 몸속에 저장된 영양분만으로도 충분하대요. 힘내세요, 화이팅!
    • 입덧이 뭐야? 하며 지나갔던 임산부 시절.. 입덧을 하는 친구가 부러웠던 철없던 시절이었지요.
      남편이 이것 저것 구해오느라 비지땀을 흘리며, 아 난 역시 그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어 눈물지으며 새벽 2시에 구해온 떡볶이를 먹었다더라 하는 얘기가 참 ㅎㅎㅎㅎㅎ
      저는 입덧이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매일 매일 고기를 달고 살며
      "아 내 뱃속의 아이는 고기를 엄청 좋아하나봐" 했다가
      "너는 그럼 2x년째 임신중이냐"는 소리만 듣고;;
      옆집에 같은 임신 개월수 친구도 입덧이 하나도 없어서
      일부러 양치질하다 깊숙히 찔러 헛구역질해서 남편을 살짝 살짝 긴장시켰다던데 저는 그런 여우짓도 못해보고...(뻘플이 길었죠)

      그래도 입에 맞는 음식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도 그 꼬꼬면 한번 먹어보고싶네요.
    • 제 어머님이 제 동생을 가졌을 때는 세상 모든 음식이 다 싫으시고 오직 짜장면만 드셨대요.
      아침에 아버님이랑 저랑 출근하고 학교 갈때까지만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동네 중국집 앞으로 뛰어가셔서 (그렇게 일찍은 중국집이 안여니까) 문열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열자마자 짜장면 드셨다고 하더군요.
      그런 결과... 지금은 왠만해서는 짜장면 안드십니다. --; 그때 질리셨대요.
    • 훈훈한 꼬꼬면 관련 게시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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