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네요.
요즘 SNS의 폐해에 대해서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고, 첨단기기 탓에 점점 사람들이 파편화되어 가고 있다는 식의 문제의식도 생겨나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면서도, 매번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어요. 물론 사람인 이상,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주고받는 것만큼 '인간적인' 일은 없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잖아요.
저는 사실 사춘기 무렵부터 인터넷에 익숙해진 채 성장한 세대에요. 여러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버디버디, MSN 메신져, 세이클럽, 네이트온 등등 '온라인 대화'에 계속 노출이 되었고, 또 거기에 거의 완전히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저는 말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목적이 있는 대화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글은 훨씬 수월하게 쓰곤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쓰는 글이 모두 희대의 명문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말할 때 매번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망설이고 부끄러워하며 애를 먹는 것보다는 홀로 글을 써서 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더 쉽게 해내곤 합니다.
결국 트위터 같은 매체도 그렇고, 카카오톡이나 다른 스마트폰 메신져도 그렇고... 모두 말보다는 글로 소통하는 도구잖아요? 그 글이라는 게 상당 부분 말과 가까운 측면은 있지만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 통화하고,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고... 하는 것이 더 '실제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냥 그 대신 간접적인 매체를 통해 주고받는 대화가 더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처럼 느껴지곤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랜 기간 연락을 주고받았던 상대와도 실제로 만나면 어색한 일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제 성격이 그만큼 외향적이지 않아서 더 그렇기는 하겠지만요.
우리는 보통 과거의 기준에 따라 현재를 평가하곤 하죠. 옛 시대에 비추어볼 때 서로 만나지 않고 문자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인간관계는 매우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것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편지로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생사를 확인하던 시절은 있었죠.
도대체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실제로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거나... 하는 체험을 꽤 오랫동안 못 해본 것 같아요. 특히나 그 상대가 저와 마찬가지로 문자를 통해 더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다만 이 모든 것의 단점은, 문자로는 인간의 오감을 온전히 다 발휘해서 상대와 교류할 수 없다는 데에 있는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트위터나 카카오톡만 가지고 하는 연애는 없죠. 그런 연인관계는 일단 통념상으로 전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런 소통수단에 자꾸 더 익숙해지다 보면, 사람이 더 외골수가 되고, 더 외로워지고... 하는 얘기가 일리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수단이 곳곳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한 개인의 초인적인 의지에만 호소하며 그 모든 것을 끊고, 혹은 조절하며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외치는 것은.... 정말이지 몇몇 이들에게만 효과가 있는 방법 아닐까요?
어제 오랜만에,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각종 SNS와 개인 메신져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고 연락도 주고받았던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도 울적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렇게 이곳에 써놓은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그 친구도 무척 좋고, 쾌활하고, 정다운 사람이기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에게 제대로 응답할 수가 없었고, 서로 나누는 대화만큼이나 제 얼굴에 난 뾰루지가 신경이 쓰였으며, 상대방의 표정이 한번 굳었을 때(제가 그리 듣기 좋은 말을 한 것이 아니었죠)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모든 게 비겁한 감정이나 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앞서 밝혔듯 문자가 실제 만남보다 압도적으로 편함에도, 제 나름대로는 사람들과 계속 실제로 만나려고 노력을 했고, 또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날수록, 도대체 요령도 없고, 배짱도 없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내향성을 타고난 제가 무엇을 어떻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자꾸 침울해지기만 하는군요.
더군다나 특히 더 우울한 것은, 이 세상이 부추기는 미의 기준이랄까요... 그러한 것이 너무 높고, 제 능력으로는 갖추기도, 또 얻기도 어려운 것이어서 더더욱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더 비싼 차, 더 비싼 양복, 더 비싼 집을 갖추고자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안정된 직업군을 찾아 헤매는 게 오늘날 우리의 일반적인 삶이죠. 그리고 이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가장 꼭대기에 올라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올라갈 수 있는 사람도 지극히 소수로 제한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온갖 광고와 대중매체는 모든 이들에게 그 꼭대기에 올라서야만 지닐 수 있는 무엇을 욕망하기를 부추기죠.
예전부터 우스갯소리로 절에나 가야 할까봐, 수도원에나 들어가야 할까봐... 하고 종종 자조적인 말을 하곤 했는데, 정말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그 속에서 섞인 채 살아가는 저 자신이 얼마나 자주 비참해지는지 관찰하고 있노라면, 비록 절이나 수도원에 들어가더라도 그 괴로움이 온전히 가시지는 않겠지만(오히려 중생의 모든 괴로움을 짊어지는 셈이니 더 괴롭겠죠), 정말 그러한 삶을 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오전부터 울적해서 써보았습니다. 다음 생에 또 이와 같은 세상에 태어난다면,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 중 한 명으로 태어나고 싶네요. :) 그게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재 세상의 기준에 따라 보란 듯이 삶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유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