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도 좀 이겨보고 싶다는 어떤 리플에 부쳐

어떤 글에서 이런 리플을 보고 드는 생각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툴지만 대충 적습니다.

 

"정치가 뭔지를 사람들이 좀 더 이해해야 합니다.
진보도 언제까지나 순결함만을 가지고 싸울 수는 없습니다.
저쪽은 온갖 비열하고 추악한 수단들을 다 사용하고 있는데
이쪽은 순진한 비둘기처럼만 싸우면, 그 때문에 흘리는 피와 희생이 너무 큽니다.
진보도 얼마든지 진영논리를 가지고 싸울 수 있습니다.

진보는 원래 도덕적인 집단이라고 누가 그럽니까?
도덕과 공정은 원래 보수의 가치죠.
진보는 보수와 피흘리고 싸워서 약자의 승리를 쟁취하는 집단입니다.

이쪽끼리 서로 죽이기 이제 신물이 납니다.
진영논리 그까짓꺼 이쪽도 좀 하면 어떻습니까?
저쪽은 그 10배도 더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좀 패배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그만 좀 지고 이제부터 좀 이겨봅시다. 제발요."


상대방처럼 비열하고 추악하게 싸우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정치임을 인정하고,
또 그렇게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을 때 뭐가 필요할지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 리플과는 달리 교육감이 사퇴하는 길이 이기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열하고
추악하더라도 말입니다.

 

먼저 한 가지 분명히 생각해야 될 것은 보수가 진영논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기는 게
아니란 겁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보수적인 바탕 위에서 세워진 나라고 체제도
그렇거니와 국민들도 대부분 보수적이죠. 우리나라에서 보수가 욕 좀 먹는다고 망하지 않습니다.
그쪽에서 진영논리 좀 쓴들 그때 그때 욕하고 잊어버리는 게 보통 아닙니까.

 

선의란 건 참작할 수는 있어도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곽노현 교육감에게 증명하라고 해도
증명 못할 걸요? 그걸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 법정은 선의에 대해서 판단하는 곳이 아니라 드러난
사실과 판례를 가지고 판단하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서로 돈을 주고 받으면 안 되는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돈을 주고 받으면 안 되는 시점에서 돈을 주고받았다는 겁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법적인 반론이 있긴 하지만 드러난 사실로 보면 유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훨씬 높지요.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902931

 

법조계에서는 유죄판결에 무게가 실린다는 노컷뉴스 기사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8465

 

곽노현 교육감 유죄판결이 쉽지 않다는 한국일보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4508.html

 

법조계에서는 약속과 공여를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는 한겨레 기사

 

이것까지 읽어보면 돈을 준 것이 사실인 만큼 곽노현 교육감이 수세적인 입장에서 재판을 받을 것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런 말을 했지요? "편들어주다 우리편이 다치면 같이 다치면 되잖아, 같이 다쳐주면
좀 안되나? 위험부담 좀 같이 짊어지면 안되나?" 이 분이 황우석 편들어주고 몇년간 죽은듯 지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은 좀 다쳐도 상관 없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당장 내년 봄에 총선, 겨울 대선입니다.
곽노현 교육감 끌어 안고 진영 전체가 다쳐서 그 중요한 시기를 허송세월할 셈인가요? 김어준이라는 분은 영
학습능력이 없군요.

그리고 대선 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남아있습니다. 무상급식 문제도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진 게 아니고요. 곽노현 교육감이 없더라도 그 정책은 실현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교육감이 추진력을 갖고 그 이슈들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서울시장은 누가 될지

아직 모르고 교과부는 사사건건 적대적이었습니다.


곽노현 교수가 교육감 자리를 끌어안고 계속 가면 시기상 총선 가까운 때에 결판이 나겠죠. 불리한 이슈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지금 교육감이 사퇴하고 보궐 선거를 한다면 사람들이 지난 교육감의 거취에
주목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무죄판결 받으면 좋지요. 그때는 앞서 받은 것까지 다 합쳐서 되돌려주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아마
서울시장에 출마해도 찍어줄 사람들 많을 겁니다. 오히려 한명숙 씨 보다도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오늘 신문을 뒤져보면 금태섭 변호사의 생각이 제 생각이랑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기사 링크합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312154025&code=940100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예수의 말을 인용해가면서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반대했죠? 그게 바로 '비열하고 추악하게 싸워서'

이겨나가는 보수의 진영논리입니다. 하지만 그쪽은 그렇게 해도 괜찮을 만한 상황이고 진보진영이 그런 모습을 닮아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 으어어.. 동감합니다만 곽감이 사퇴하려했으면 첫기자회견때 대가성은 없으나 돈은 줬으니 사퇴한다, 무상급식 등의 정책은 진행시켜 달라 라고 했어야했던거 같아요... 몇번이나 사퇴의사없음이 기사화된 상황에서 이젠 정말 뭐가 나은 판단인지 모르겠어요. 곽감개인에 대한 신뢰는 가지고 있으나 법정에서 어떻게 될지, 혹은 법정에서 좋게 끝나더라도 민심이 어떻게 흐를지 생각하면 참..
    •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첨언하자면 '다치더라도 편들어주는' 대상이 '정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상급식과 학교인권조례라는 소중한 목적이 남아있으니까요.
    • 결국은 가난하고 힘없으면서 도덕적으로 순결무구해야 하는 진보진영은 너무도 힘들고 어렵습니다.

      물론 진보진영 내부에서의 의미있는 자기 반성은 유의미하다는 전제를 깔고...
      곽노현 교육감이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힘겨운 투쟁을 선언한 마당에 우리편까지 그만두라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으니 참으로 외롭고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국면과도 너무 닮아있어서 그게 더더욱 무섭기도 하고요.
      그의 말을 무조건 신뢰해서가 아니라 어떤 때는 정치적인 사안도 인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스캔들이 터졌을때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죽을만큼 힘든건 언제나 진보쪽이더군요.
    • 도덕적으로는 죄가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현행법상 탈법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행위를 저질러서 재판을 받고 지위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자기 진영 인사를 끝까지 감싸주는 것.
      저는 인간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의 의미를 그런 쪽에서 찾고 싶지는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남에게 1억 2억도 '호의'로 건네줄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의
      소유자 외에도 대한민국에는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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